일본 보철보험 치협 정책에 ‘타산지석’
치의 경영상태 좋지 않아 ‘워킹푸어’ 전락
치협·오사카치과보험의협회 한·일 건보제도 간담회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 치과계가 한국의 치과의료 및 치과건강보험 등을 배우기 위해 치협을 방문했다.
지난 1961년부터 국민개보험제도를 시작하는 등 아시아의 맹주로 자리해 왔던 일본이 오히려 한국의 치과계 상황을 부러워하며 치과개원환경과 건강보험제도 운영 상황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한국을 찾아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지난 21일 이즈 노부히로 이사장을 비롯한 일본 오사카치과보험의협회 임원 등 15명이 치협을 방문, 한·일 양국의 치과건강보험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합리적인 발전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 시찰단은 이날 오전에는 서울대 치의학대학원과 서울대 치과병원을 견학했으며, 22일에는 예치과병원과 경희치과병원을 방문해 최근 한국 치과계의 현황을 관심있게 둘러봤다.
이번 18대 국회에 들어서만 노인틀니 보험급여관련 법안이 9개나 발의되는 등 틀니보험화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치협으로서도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의미있는 간담회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재의 한·일 치과건강보험제도의 현황을 비교해 보면서 상대방의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부분을 질문해 보는 기회도 가졌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본 치과계의 최근 어려워진 상황과 원인 등이 소개돼 노인틀니 보험화 시행을 앞두고 있는 한국 치과건강보험에 상당한 시사점을 던졌다.
1968년 서울치대를 졸업하고 일본 오사카에서 오랫동안 개원하고 있는 미즈이 야스마사 이사(한국명 박태정)는 일본 치과의 의료보험 현황과 문제점 등을 발표하면서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연수입이 기껏해야 4백45만엔(한화 5천7백만원)정도에 불과하는 등 상상도 못할 빈곤자가 됐다”며 “보험에 들어가는 항목이 너무 많아 요즘 일본 치과계가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고 위기의 원인을 설명했다.
또한 “1996년에 2조5천4백억엔이던 치과의료비가 2008년에도 2조5천7백억엔으로 약간 늘어난데 비해 치과의사수는 5만9357명에서 6만8108명으로 늘어났다”며 “치과의사가 상상도 못할 빈곤층이 되다보니 사립대학 치대의 60%가 정원에 미달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즈 노부히로 이사장은 “지금 일본 치과계의 상황은 좋지않다. 의사와의 격차가 2배 정도로 벌어지고 있는 등 워킹 푸어로 전락하고 있다”며 “대기업 임원들의 연수입에 비해 치과의사 수입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치협에서는 이수구 협회장이 치협의 미션과 비전, 일반현황, 대국민 활동 등 주요사업을 소개한데 이어, 마경화 상근보험이사가 한국 건강보험제도 개요, 관리운영체계, 보험급여체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전략, 치과건강보험 급여항목, 비급여 치과보험, 건강보험 통계 지표, EDI 청구 등 일본 치과계에서 관심있는 부분을 소개했다.
양국 현황 발표에 이어 질의 응답시간을 갖고 치대정원, EDI 청구시 문제점, 의료광고 등 당면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수구 협회장, 우종윤 보험담당 부회장, 마경화·이석초 보험이사, 박영채 정보통신이사, 조영식 정책이사, 나성식 대한장애인치과학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수구 협회장은 “일본 치과계의 역사적 변화들은 우리가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일본에서 보철보험화를 실시한 이후 제기된 호주머니 틀니 등의 여러 문제들은 치협이 한국의 건강보험 정책에 참고해야만 할 사항으로 허심탄회하게 애기를 나누고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서로에게 혜안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즈 노부히로 이사장은 “오늘날 일본 치과의사 지위가 저하되고 개원여건이 힘들다”며 “한국의 현황을 견학해 일본치과계의 성장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배워가겠다”고 인사했다. 한편 이날 저녁에는 오사카치과보험의협회 시찰단과 치협 임원, 김우성 스마일재단 이사장, 나성식 회장 등이 시내 음식점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이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