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고
지역 구강보건사업 수동적 진료에만 동원
복리후생 요청 거절·치의 고유권한 간섭
대공협, 공보의 근무환경 설문조사 결과
공중보건치과의사(이하 공보의)들이 소속된 지자체의 구강보건사업과정에서 전문가로서의 권한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열악한 복리후생 및 일반 공무원들과의 차별대우 해결,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진료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치과회장 김준형·이하 대공협)가 전국의 대공협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진료 및 근무환경, 급여 및 복리후생, 병가 사용문제 등 공보의 생활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들을 설문조사해 최근 그 결과를 내놨다.
광역시와 복지부 직접배치기관을 포함, 전국 시군구의 총 836명의 공보의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에는 총 368명의 공보의가 답변해 44%의 유효 회신률을 보였다.
소속 공무원에게 부당대우 28%
우선 전체 설문자의 28%에 해당하는 102명의 공보의가 소속기관의 공무원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나 무리한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인 지적사항은 복리후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요청에 대한 거절, 치과의사 고유권한에 대한 간섭, 언어적 비존중, 무리한 영리사업 추진 순이었다.
특히,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펼치는 구강보건사업의 기획과정에 공보의들의 참여가 배제돼, 치과의사로서의 권한을 인정받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진료에만 동원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문제발생 시에는 그 책임을 일방적으로 공보의들에게 묻고 있어 치과의사가 사업 기획단계부터 참여하는 구조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료 장려금 지역편차 심해
또한 평균 70만원을 전후에 지급되는 공보의들의 진료장려금이 일부지역에서는 60만원 이하로 지급되는 등 지역별로 차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답변자의 65%가 출장비, 정액급식비, 가계지원비 등이 공무원에게만 지급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공보의에게도 지급돼야 하는 복지포인트가 공무원에게만 지급되고 있는 경우가 6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공정한 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휴가 사용 자유롭지 못해 23%
소속기관 내에서 연·병가의 사용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69%)이었으나, 일부에서는 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거나(23%) 제약을 받고 있는 것(8%)으로 나타났다.
각 지자체들의 열악한 진료환경이 공보의들의 방어적인 진료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환자와의 의료분쟁 시 대부분의 공보의들이 적절한 대처방안을 모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공보의들의 독립된 진료공간은 대부분 확보돼 있으나 침습적 치료가 많은 치과치료에 필요한 진료기구 등은 불충분하다는 답변이다. 이에 전체 응답자의 85%가 해당기관에서 적절한 치료가 어려워 리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재료의 소독 등과 관련해 감염에 취약한 것이 환자를 꺼리는 이유로 분석됐으며, 본인의 숙련도 부족 및 진료보조인력의 숙련도 부족이 그 뒤를 따랐다.
진료 후 문제가 된 진료행위는 발치와 신경치료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으며, 대부분 대화나 합의를 통해 해결했으나 일부는 법적분쟁으로까지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 평소 공보의들은 의료분쟁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항상 인지하고는 있으나, 그 대처방법은 모르고 있다고 답변한 비율이 88%에 달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염성 폐기물 28.3% 잘 몰라
진료실내 감염방지를 위해서는 대부분(87.5%) 진료기구의 멸균소독을 시행하고, 1회용 보호 필름 등의 장비 감염 방지를 실시(7.9%)하고 있었다. 감염성 폐기물 처리는 등록업체를 이용해 적법하게 폐기하고 있었으나, 일부는 임의로 폐기(7.1%)하거나 잘 모르겠다(28.3%)고 답변해 확실한 감염성 폐기물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공협 측은 이번 설문결과를 토대로 복지부 등에 공공의료기관의 치과진료환경 및 공보의 처우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며, 빈번한 의료분쟁에 대비해 올해 안으로 대공협 전 회원을 대상으로 한 의료배상보험 가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