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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악화 - 우울증 - 파산 - 자살

관리자 기자  2010.03.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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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악화 -> 우울증 -> 파산 -> 자살


경남 A원장 진료실서 목매 ‘충격’
전기세·고용보험 체납 등 경영난
의료계도 심각성 커 해결책 찾아야


개원가 경영악화의 여파가 우울증, 파산, 나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자살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치과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경남에서는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A원장이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은 A원장이 ‘모두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점을 미뤄 경영난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A원장이 경영하던 치과의원은 최근 병원 전기세와 고용보험까지 체납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 개원하고 있는 동료 치과의사 B원장은 “고인이 동창회나 지역 치과의사 모임에 거의 1년여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정확한 근황은 지인들도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병원 경영이 심각했던 것 같다는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경영난이 파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서울의 C원장은 경영악화 때문에 결국 파산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하고 현재 적자를 감내하며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치과를 운영해가고 있다. C원장은 유명 치과를 인수하고 인테리어를 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환자는 없었고, 치과 운영을 못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돼 개인 파산 신청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투자비용이 늘어나면서 개원과 함께 막대한 빚에 시달리고, 서울에서 지방으로 개원지를 옮겨가다 결국 해결법을 찾지 못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고통받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개원가의 경영악화는 곧 치과의사의 우울증으로 이어져 심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위협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관련 캐다나 몬트리올치과대학 연구팀은 최근 캐나다치과의사협회 저널에 치과의사와 우울증에 관련된 주목할 만한 자료를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팀은 560명의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10%가량이 기분부전증을 앓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기분부전증(dysthymia)은 식욕저하, 에너지 저하, 자포자기, 과도하게 화를 내는 증상, 사회적 위축감, 기능저하에 대한 보상으로 장시간 일하는 증상, 집중력장애, 죄의식, 자살충동 등의 특징적 증상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치과의사 중 상당수가 기분부전증이라는 만성정서장애가 발병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장애를 가진 치과의사의 단 15%만이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의료계의 경우 더욱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중소병원의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생활고를 비관한 의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실정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파산선고의 경우는 수없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자살로 이어지는 사례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면서 “대부분이 경영난 악화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는 의료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선영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원장은 “주로 자살은 우울증을 계속 앓아오다 순간적인 판단 미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치과의사들을 비롯한 의료인들은 사회적 위치 때문에 자신들의 고민을 쉽게 타인에게 털어내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강 원장은 “고민이나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두려워하지 말고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본인의 상태를 알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신경정신과나 심리치료센터 등을 방문해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재 기자 yonggari45@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