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의 날·입속단장의 날·칫솔 바꾸는 날…
치과계 Day 마케팅봄바람
6월 9일, 3월 24일, 2월 22일. 이 날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국민들에게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는 날이다. 특정 날을 지정해 관련 분야를 홍보하는 이른바 ‘데이(day) 마케팅’ 방식이 최근 치과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차용되고 있다. 이미 매년 6월 9일이 치협 및 각 지부가 동시에 참여하는 ‘치아의 날’로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잇몸의 날’, ‘칫솔 바꾸는 날’ 등 타겟 범위를 세분화한 형태의 ‘데이’가 차츰 저변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일단 이 같은 구강 관련 ‘데이’들은 캠페인의 범위나 효과 등에서는 시행 주체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국민 홍보 및 덴탈 아이큐 증진이라는 큰 틀의 목표에서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국민 구강건강 홍보 역할 톡톡
기념일 ‘남발’·스폰서 의존 부담도
#국적불명 기념일 속 ‘치아사랑’
지난달 22일은 ‘이(齒) Day’(입속단장의 날)였다. 2월14일 발렌타인데이, 3월14일 화이트데이 등 국적불명의 기념일 홍수 속에서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조용한 반향을 얻고 있는 중이다.
나성식 원장(나전치과의원)이 최초 제안한 이 캠페인은 숫자 2가 세 번 겹쳐 치아를 연상하기 좋은 날인 2월 22일을 활용,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알려나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초콜릿과 사탕을 주고받는 대신 2월 22일 치과를 방문해 입속을 단장하는 한편 연인에게는 자일리톨을 선물하자는 것이 캠페인의 핵심 내용.
지난해에는 이날을 맞아 한양여대 치위생과, 대한구강보건협회 서울지부, 충치예방연구회 등이 중증장애우 시설인 ‘가브리엘의 집’ 원생과 교사 20여명을 초청해 치석제거, 불소도포 등의 구강관리를 제공하는 ‘따뜻한 충치예방’행사를 주관했다.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올해는 충치균과 모자감염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에바 소더링 교수(핀란드대학 치의학연구소)를 초청, 연구자 교육에 무게를 뒀다.
아예 분기별로 날짜를 정해 홍보 캠페인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회장 김원숙)에서는 매년 3월, 6월, 9월, 12월 2일을 ‘칫솔 바꾸는 날’로 정했다.
지난해 12월 첫 행사에서는 칫솔을 비롯한 구강건강관리용품의 올바른 사용법을 홍보하는 내용의 캠페인을 기획, 구강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자체 평가다.
#홍보대사 위촉·전방위 대국민 홍보
대한치주과학회(회장 조규성·이하 학회)는 지난해부터 3월 24일을 ‘잇몸의 날’로 제정했다. 이 기념일은 ‘국민배우’ 최불암 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등 다각도의 홍보 전략을 펼치면서 올해로 2회째를 맞게 됐다.
이 배경에는 연간 치은염 및 치주병으로 치과를 찾는 국민이 연간 6백70만명(2008년 기준)으로 국민 전체질환 중 세 번째를 차지한데에서 알 수 있듯 이미 심각한 국민상병으로 자리 잡았다는 절박한 인식이 컸다. 1위인 급성기관지염과 2위인 급성편도염이 감기 관련 질환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이 ‘치주염’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일간지(9일) 및 전문지 기자 간담회(10일)를 열어 적극적인 홍보를 당부하는 한편 오는 23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기념식 및 독거노인 무료검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18일에는 KBS 인기프로그램인 ‘생로병사의 비밀’이 치주병을 주제로 다루는 등 대대적인 ‘홍보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또 학회장 인터뷰나 라디오 광고 등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학회 측은 “학회 자체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치주질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자는 공익성 캠페인”이라고 강조했다.
#홍보역량 분산·스폰서 의존 지적도
이 같은 각 단체의 움직임에 대해서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예컨대 현재도 치과계 전체가 참여하는 ‘치아의 날’ 행사가 있는데 굳이 이를 분산할 경우 대국민 홍보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스폰서 업체들이 행사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것도 지적의 대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금연을 주제로 한 의협의 TV 광고가 획기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광고비 협찬 등 논란 중심에 선 것도 ‘스폰서’에 대한 일반 국민 및 언론의 불편한 시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잇몸의 날’의 대국민 홍보를 맡고 있는 김남윤 대한치주과학회 공보이사는 “단독 협찬이 아니라 여러 협찬사가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이사는 “실제로 이 스폰서들이 펼치고 있는 개별 캠페인들도 우리 학회와 모든 것을 상의하고 조절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이를 진행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2월 22일 ‘입속단장의 날’을 시민 구강보건 운동의 일환으로 전개하고 있는 황윤숙 한양여대 교수는 “현재는 업체의 후원을 거의 받지 않는다. 그런 부분이 아쉬울 때가 있기는 하지만 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극복하려고 하는 노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