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를 살릴 것인가? 발치할 것인가?
김성교 교수의 지상강좌
치협 종합학술대회 심포지엄
개원하시는 선생님으로부터 필자에게 전화가 왔다. 개원의 선생님 자신의 치아를 근관치료 받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치료약속을 하고 오시도록 하여 치료를 시작하였다. 치근단병소는 있었으나 잔존 치질은 비교적 튼튼해 보이는 대구치였다. 근관치료를 하느라 여느 때처럼 꼼꼼히 술식을 진행하였다. 마지막 치료를 앞두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근관치료한 치아는 얼마 사용하지 못할 텐데, 무어 그리 꼼꼼히 열심히 하십니까? 적당히 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예상되는 결과의 가치에 비해 노력을 너무 많이 하는 것으로 생각되신 모양이다. 나는 그 말씀을 듣고 적이 놀랐다. ‘근관치료를 잘 해 주면 평생 잘 사용하실 수 있을 텐데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구나.’ 일반적인 근관치료의 예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으로 느껴져 안타까웠다.
근관치료의 예후가 다양하기는 하나 치주적인 문제나 수복적인 문제가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 90%이상의 성공률을 가진다. 치근단 병소를 가지는 경우에도 근관치료를 통해서 병소를 낫게 할 수 있으므로 근관치료는 자연치아를 살리는 첫 번째 방법이자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대학에 몸담아 근관치료에 대해 공부하고 강의하고 치료해 오고 있는 필자이지만, 복잡한 환경에 처해 있는 근관계 속에서 한참을 씨름하다 보면,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더러 있기는 하다. 그러나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되돌아보면 그래도 치아를 살려보자 싶다.
자연치아를 살릴 수 없을 경우 보철 수복 또는 임플란트 식립을 포함한 수복치료를 생각하게 되는데, 임플란트 치료는 기존의 보철치료보다 고가이며 보다 우월한 치료법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이런 연유로 환자들은 임플란트 시술을 받게 되면 아주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통상적인 근관치료로 마무리한 경우와 10년 잔존율(survival rate)이나 성공률(success rate)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없다(표 1).
임플란트를 포함한 보철치료는 자연치아가 이미 상실된 경우 또는 자연치아를 살릴 수 없는 경우에 선택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치료방법이지만, 살릴 수 있는 자연치아를 발치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방법은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러나 술자들은 치아를 살리는 치료에 대해 경험이 부족하거나 그 결과에 대해 자신이 없을 때 치료계획 단계부터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번 호에서는 근관치료 여부에 관한 치료계획을 수립할 때 고려해야 할 점과 치료 방법 선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임상가는 한 가지 술식의 측면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항상 양쪽 술식의 장단점을 고려해서 가장 합리적인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 첫 번째로 건강하게 맹출한 치아가 여러 단계를 거쳐 발치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치료계획 수립 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환자, 치아 및 술자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I. 건전치가 발치에 이르게 되는 과정
-자연치아를 발치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치아를 살리기 위해 해 볼 수 있는 술식이 많이 있다. 임상가들이 치료계획 수립 시에 일단 보존적인 접근을 시도한다면 우수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그림 1).
II. 치아를 살릴 것인가 발치할 것인가를 결정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1. 치료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자의 상태
1) 전신건강
(1) 전신질환 여부
-임신; 근관치료가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치료계획 수립에 신중을 기해야 하다. 임신 2기는 1기, 3기에 비해 치과치료를 받기에 비교적 안전한 시기이지만 비교적 큰 규모의 외과 치료가 예상되는 경우는 출산 후로 연기하는 것이 좋다.
-심혈관 질환 ; 물리적, 정서적 스트레스에 취약 하므로 치료 시 주의를 요한다. 혈관 수축제가 없거나 최소한으로 포함된 국소마취제 사용을 추천한다.
-말기 신부전증 ; 반드시 치료 전에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야 하며 이들 환자에서 치과치료의 목적은 감염을 예방하며 구강을 건강한 상태로 수복하고 유지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투석 ; 투석환자 중 심장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예방적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 투석 당일에는 환자가 심신이 피곤하며 항응고제 투약으로 인해 출혈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근관치료는 투석한 다음날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당뇨 ; 환자의 정상적인 식사와 인슐린 투약 스케줄을 고려하여 치료를 계획한다. 의학적으로 잘 조절되고 중증의 합병증이 없는 상태에 있다면 일반적인 치과 진료진행이 가능하다.
-행동 및 정신질환 ; 치과치료 시 스트레스를 최소화 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삼환성 항우울제, MAO 억제제, 항불안제 등은 약물간 상호작용도 많고 부작용도 많다. 진정제, 수면제, 아편계진통제를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담당의와 상의하여야 한다.
(2)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 관련 악골괴사 (BRONJ)
환자 중에는 골다공증을 치료하기 위해 약제를 투여 받는 이가 많다. 비스포스포네이트는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제이며 파제트병, 악성 종양의 골전이 억제를 위해서도 사용되어 오고 있다. 비스포스포네이트는 파골세포의 세포사멸을 유도하고 활성을 떨어뜨려서 과도한 골흡수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비스포스포네이트 약제의 장기간 사용과 관련된 악골괴사 (bisphosphonate related osteonecrosis of the jaws: BRONJ, 비스포스포네이트 관련 악골괴사) 사례들이 잇달아 보고되면서 이런 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임플란트 수술 등 골수술을 해도 안전할 것인가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그림 2, 3).
* 비록 BRONJ는 임상적으로 드물게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단 발병시 치료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고위험군의 환자에 있어서는 예방이 최우선적인 방법이다.
=> 직접적으로 골손상을 초래하는 술식은 피해야 하고, 수복 불가능한 치아는 근관치료 후 치관을 제거하고 치근만 남겨둔다. 임플란트 수복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