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민영보험도 건보처럼 진료비 청구 법안

관리자 기자  2010.09.02 00:00:00

기사프린트

민영보험도 건보처럼 진료비 청구 법안
국민·의료계에 부작용 피해 우려
개인정보 유출·진료권 침해… ‘신중론’ 한목소리

최영희·이성남 의원 입법공청회

  

민영보험가입자의 불편해소 차원에서 건강보험과 같이 의료기관이 직접 진료비를 청구하는 방안(제3자 지급제도)은 국민 개인정보 유출, 의료기관의 진료권 침해, 행정비용 발생 등 많은 문제가 있어 신중한 추진이 요구되고 있다.


최영희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의원과 정무위원회 소속 이성남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민영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및 지급에 관한 입법공청회’를 열고 의료계, 보험업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사진>.


이날 공청회에서는 ‘민영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및 지급에 관한 법률안’ 전체내용이 공개됐다.


보험연구원 조용운 박사가 최 의원과 이 의원의 연구 용역 받아 마련한 민영보험 관련 법안은 가입자가 일정 서류를 갖춰 보험사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상환제’가 아닌 현행 건강보험청구 방식인 ‘제3자(보험사) 지급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진료비 지급제도를 갖춘 민영보험을 관리키 위해 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내에 ‘민영의료보험관리기관’을 보험회사 출연금을 받아 설치토록 했다.


민영의료보험관리기관은 ▲민영의료 심사 및 평가기준 개발 ▲민영의료 급여비용의 지급동의 ▲보험계약 내용에 따른 보험금 지급 심사▲중복보험 여부의 확인과 처리 등 현행 건강보험 관리 기관인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과 같은 역할을 수행토록 했다.


즉 의료기관이 민영보험 가입 환자를 진료할 경우 진료비를 보험사에 직접 청구해야 하며, ‘민영의료보험관리기관’으로 부터 지급동의와 진료비 심사를 거쳐야 비로소 보험사로부터 급여비용을 지급받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영의료보험관리기관은 의료기관에 대해 ‘현지실사’도 할 수 있다.
특히 민영의료보험관리기관과 보험회사는 의료기관에 환자의 진료기록 등 개인진료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문제점 지적 우려 목소리 “봇물”

이날 공청회에서는 법안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유승모 의협 정책이사는 “과거 국정감사 등에서 건강보험 공단(이하 공단)과 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현재 전현희 민주당 의원의 발의로 심평원과 공단이 진료정보를 업무 외에 사용을 금지 하는 법안 등이 상정 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공공기관에서도 국민의 소중한 정보가 유출돼 문제가 되는데 민영의료보험관리기관과 보험사의 진료 정보 공유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이사는 또 “관련 법안대로라면 개인정보의 심각한 유출을 초래해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며 “이런 정보가 오히려 보험가입자의 가입자격 제한 등 상업적인 부분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3면에 계속>

  

의원1곳 당  2천4백만원 행정 비용 발생

이밖에도 이날 유 이사에 따르면 민영보험 진료비를 의료기관 등이 보험사에 청구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 이에 대한 각 병원들의 행정비용이 급증, 직원 채용 인건비를 포함해 의원 1곳당 연간 2천4백만 원 이상 소요될 것이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의과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2만7167개소 인점을 감안하면 연간 행정 비용이 6천7백억원에 이른다.


정승준 한양의대 교수는 “법안이 제시하는 중앙관리기구와 관련조직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연간 2천억원의 천문학적 비용 소요가 예상 된다”며 “보험사는 당연히 이 비용을 보험료에 반영할 것이다. 보험 가입자의 비용 증가가 명확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특히 “비급여 진료비 전체 에 대한 심사는 진료비 삭감으로 이어지고 결국 의사의 진료권과 전문성이 침해 될 소지가 다분한 만큼, 이 법안 내용은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시간을 두고 충분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민영화 추진 의도 “폐기하라”

법안추진과 관련 시민단체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창보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 위원장은 “건강보험의 법정본인 부담금까지 부담하는 ‘실손형 민영보험’ 가입자의 경우 사실상 비용 의식이 거의 없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의료이용이 늘어나 국민건강보험 재정지출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며 “행정체계도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 간 경쟁체계로 구축된다. 이 같은 행정체계 구축은 민영보험 활성화를 통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려 한다고 시민단체가 의심하고 있는 만큼 제안된 법률안의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스템 구축 비용 막대 보험료 올라

보험업계를 대표하는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김재훈 생명보험협회 상무는 “민영보험의 ‘제3자 지급제도’는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시 서류 준비, 방문 또는 팩스 접수 등의 소비자 불편을 해소 할 수 있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며 “그러나 현재 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실손 의료보험 상품의 보장내용, 보장비율 등이 각 보험회사 상품별로 상이해 실시간으로 의료기관에 지급 동의를 전하는 전산시스템 구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전산구축비 등 막대한 비용소요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보험사가 부담할 경우 사업비 증가로 인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민영보험 가입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 서두르지 말고 심층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의료법과 배치 위헌 요소도

법안과 관련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개인의 병력이나 치료정보는 타 정보에 비해 보다 엄격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 정보”라며 “이를 민간보험에서 요청하는 것은 개인정보 목적 외 활용 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만큼 엄격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가 사적 보험에 수가 고시를 하는 것부터가 자칫 공정거래법상 담합을 부추길 수 있는 오해를 사고 의료법상 개인 정보 보호나 알선행위 금지 등을 위배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각계 인사들의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성대규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이 법안은 현행 민영보험제도의 단점인 소비자들이 복잡한 청구 철자 등으로 소액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고, 진료수가 산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보험사와의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등 소비자 편익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된다”며 “그러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운영 인력을 최소화하고 진료비 지급 동의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만큼,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동운 기자 dongwoo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