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무단 결근·연락두절…
개원가 구인난속 무단 퇴직 ‘심각’
직업윤리·공감대 형성 위해 대화 자주 나눠야
최근 개원가의 구인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의 무단 퇴직 역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부산에서 개원 중인 P 원장은 최근 직원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같이 근무하던 스탭들이 아무 예고 없이 치과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 수년째 비슷한 사이클로 직원들이 그만두다 보니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2, 3명의 직원과 1명의 원장이 일하는 치과의 경우 직원의 예고 없는 퇴직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같은 지역에서는 심한 경우 전체 직원이 한꺼번에 그만 둔 사례도 있었다.
P 원장은 “같이 일을 하다보면 언제든 그만 둘 수도 있지만 문제는 아무런 예고 없이 그만둔다는 것”이라며 “월급을 받은 다음날 갑자기 그만 둔다든지, 수습 기간이 끝나자 마자 연락이 없으면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비단 P 원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위원회 한성희·이하 고충위)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대표적 고충 사례다.
일례로 지난 2006년 4월 고충위의 문을 두드린 개원 2년차 A 원장의 경우를 보면 8년차 치과위생사인 실장급 직원이 월급날 이후 무단으로 결근, 계속 연락이 두절됐다.
이 직원은 문자 메시지를 하나 보낸 것으로 자신의 퇴직의사를 표현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후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까지 발생하는 기회손실 비용은 고스란히 해당 원장의 몫이 된다.
무엇보다 이렇게 수일 째 어수선한 사이에 적지 않은 환자의 진료가 취소됐다. A 원장으로서는 물질적 손해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환자와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에서 뼈아픈 손실이다.
#“현실적 대응방법 사실상 없어”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 놓인 치과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P 원장의 경우도 여러 관계 부서에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 전화가 너무 많다”는 무책임한 대답뿐이었다.
결국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퇴직한 직원 측 가족에 전달한 다음에야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럼 과연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 보상은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일까?
고충위는 지난 2008년 발간된 제1기 고충위 백서에서 A 원장의 사례에 대해 “민사소송으로 병원 자산인도 청구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되기는 하지만 실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거액의 소송비용이 소요되는데 비해 손해배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많지 않으므로 소송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개인 대 개인의 갈등이 아니라 보조인력 수급 및 분포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5년차 개원의 K 원장은 “원장과의 갈등, 직원간의 갈등, 임금을 비롯한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 등 원인은 다양하지만 원장이 개인적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인력 수급 등 큰 틀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필수’
지속적으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일단 냉정하게 그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같은 공간에서 근무 시 지속적으로 직업윤리 및 신뢰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자주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울러 경직된 관계보다는 직원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성희 고충위 위원장은 이와 관련 “결국 이 같은 문제는 동반자적인 신뢰관계 구축을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전제하며 “특히 원장의 입장에서는 혹시 우리 치과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다시 한 번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