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모 교수의 지상강좌
FRC(Fiber Reinforced Composite) 포스트의 선택과 이용
이 글은 전통적인 금속 포스트의 대체로 최근에 많이 이용하는 FRC 포스트의 선택과 적절한 이용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연재 순서는 1) FRC 포스트에 대한 기본 개념 2) 여러 FRC 포스트 상품의 특징 3) FRC 포스트를 사용할 때의 고려사항으로 진행한다.
I. FRC 포스트에 대한 기본 개념
포스트는 오래전부터 이미 치과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치료 술식으로 코어(core) 또는 치관부 수복재의 유지를 위해 치근에 넣는 수복재이다. 우리가 이미 학부시절에 배운 것처럼 포스트는 치아의 구조를 강화하지 않으며 단지 치근과 치관부의 수복물을 연결하는 역할만 한다. 전통적으로 포스트로 강도가 높은 주조 금속 포스트, 기성 금속 포스트, 스크루 포스트와 같은 금속재들을 많이 이용하였으나, 변색을 유발하거나 심미성이 낮고 재근관치료를 위한 제거가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강도와 심미성이 비교적 좋은 지르코늄 포스트가 개발되기는 했지만 재근관치료를 위한 제거에는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었다.
포스트를 한 치아에 발생하는 문제에서 포스트가 근관에서 빠져 나와 상부 수복물이 탈락하는 경우를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 포스트를 함으로써 치과의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문제는 서서히 커져가는 치근파절이 발생하거나 근관치료가 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치근단 병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금속 포스트가 치근에 비해 너무나도 단단하고 구부러지지 않기 때문에 치아에 구부러지려는 힘이 발생할 때 함께 구부러지지 않기 때문에 응력이 포스트의 끝에 집중되며 치근과 포스트 사이에 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그림 1).
FRC 포스트는 복합레진 안에 여러 강화 섬유를 넣은 포스트로 1984년에 처음으로 사용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보고되었으며 1990년에 최초의 제품이 발매되었다. 초기의 FRC 포스트는 carbon fiber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검은색이었고 심미성에서는 부족한 제품이었으나 점차 겉면을 흰색 재질로 감싸는 방법을 이용하여 심미성 문제를 해결하였다. 최근에는 glass fiber와 quartz fiber를 이용하면서 보다 심미성이 좋아졌으며 빛의 투과성도 향상되었다.
FRC 포스트는 금속 포스트에 비해 낮은 탄성계수를 가지므로 치아가 구부러지는 힘을 받을 때 치아와 함께 구부러질 수 있으며 치관부에 가해지는 응력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기존의 금속 포스트와 FRC 포스트를 처치한 치아의 파절 저항성을 비교한 여러 논문에서 대부분 FRC 포스트가 금속 포스트와 비슷하거나 높은 파절 저항성을 보이고 있으며 파절이 되더라도 다시 재수복이 가능한 형태의 파절이 FRC 포스트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FRC 포스트를 위한 kit 안에는 대부분 충전한 gutta percha를 제거하는 드릴과 포스트의 공간을 만드는 드릴이 있는데 이 드릴을 이용하면 이미 삽입되어있는 FRC 포스트를 어렵지 않게 제거할 수 있으므로 재근관치료의 가능성도 기존의 금속 포스트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치아에 위해가 적으며 심미성이 높고 재근관치료의 가능성이 높은 FRC 포스트가 금속 포스트를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II. 여러 FRC 포스트 상품의 특징
거의 대부분의 치과재료 제조회사마다 FRC 포스트를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으므로 모든 FRC 제품을 여기에 나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본적인 구성과 각 제조사마다 가지는 차이점이 실제 임상에서 나에게 맞는 제품이 어떤 것일까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그림 2).
각 제품의 intro kit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3~4 종류 굵기의 FRC 포스를 가지고 있다. 전치부에 사용하느냐 구치부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포스트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 배려일 것이다. 길이도 같은 제품 안에서 굵기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고 모든 굵기에서 동일한 길이를 가지는 경우도 있다.
포스트의 굵기는 기본적으로 근관의 폭에 의해 좌우되겠지만 NiTi file을 이용하여 근관치료를 하는 경우에 거의 유사한 근관의 확대가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본인의 근관 확대 방법에 맞는 FRC 포스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포스트의 길이는 너무 짧지 않은 것이 좋은데 긴 포스트는 절단을 하여 사용이 가능하지만 짧은 경우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치은 높이 수준에서 절단측이나 교합면측으로 4~5mm 올라오며 포스트의 끝 부분 위로 2mm 정도의 코어 재료가 올라갈 수 있는 정도의 길이면 충분하다. 물론 근관 안에 들어가는 포스트 부분도 고려하여야 하는데 근관 안에 어디까지 포스트를 넣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은 다양하므로 사용자의 기준에 맞는 포스트 제품을 선택해야겠다.
제품에 따라 kit 안에 한 개 또는 두 개의 드릴을 가지고 있는데 두 개의 드릴을 가지는 경우 한 가지는 peeso-reamer 형태의 드릴로 충전한 gutta-percha를 제거하고 근관의 천공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한다. 나머지 드릴은 포스트와 유사한 형태와 크기를 가지고 있어 포스트가 들어갈 공간을 형성할 때 이용한다. 이 드릴은 FRC 포스트의 크기에 맞춰 여러 개가 한 개의 kit 안에 들어가 있다.
Komet 사의 DentinPost의 경우에는 전동식 드릴에 손잡이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하여 근관에 포스트를 위한 공간을 형성할 때 좀 더 섬세하게 작업을 하여 근관 천공의 가능성을 줄이고자 하였다.
어떠한 제품을 이용하든 근관에 포스트 공간을 형성할 때는 최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기억한다면 포스트 제품의 구성 보다는 근관치료 과정에서부터 근관의 위치와 형태를 잘 기억하고 기록하며 근관치료에 사용하는 여러 기구의 적절한 사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FRC 포스트 각 제품을 살펴보다 보면 강화섬유의 양에 대한 표기를 볼 수 있다. 강화섬유의 양이 많을수록 더 높은 강도의 FRC 포스트가 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FRC 포스트가 당겨지는 힘을 받을 때 결국 치관부 수복물이 저작에 의해 비틀어지는 힘을 받을 때 끊어지지 않고 버텨야 하므로 강화섬유의 양은 높을수록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강도가 높아지면서 탄성계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FRC 포스트의 강도가 마냥 높아지는 것은 옳지 않겠지만 현재 판매되는 제품 중에는 그런 걱정을 주는 제품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판매되는 제품의 강화섬유 양은 대략 42%에서 65% 사이이다.
최근 들어서 판매되는 제품들을 보면 제조 공정에서 silane 처리가 되어있다고 표기하는 제품들이 있다. 금속 포스트는 근관 안에서 꽉 끼인 상태로 시멘트가 나머지 공간을 채우면서 유지력을 가지게 된다. FRC 포스트도 최대한 근관에 포스트가 꽉 끼는 것이 유지에 있어서 유리하겠지만 FRC 포스트는 재료의 특성에 힘을 얻어 접착이라는 부가적인 유지 방법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의 다른 부분에서 FRC 포스트의 표면처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하겠지만 silane의 전처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FRC 포스트의 형태를 보면 치근의 외형과 맞추어 경사를 가지는 형태를 대부분 가지고 있지만 간혹 몇몇 제품에서는 일자형태로 두께가 거의 일정한 경우나 포스트의 끝에서 갑자기 굵기가 줄어드는 형태를 볼 수 있다.
그림 3에서 보면 경사를 가지지 않는 평행형 포스트는 치근단측 끝에서 남아있는 상아질의 양이 경사형 포스트 보다 적게 되며 결국 치근의 강도가 약해지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한 종류의 FRC 포스로 모든 치근의 형태를 다 따라갈 수는 없지만 평행형의 포스트가 경사형에 비해 더 큰 위험성을 가진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그림 4에 보면 여러 FRC 포스트 마다 각기 다른 빛 전달력을 가짐을 알 수 있다. 몇몇 제품의 경우에서는 전혀 빛을 전달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후에 다룰 상아질 접착제와 레진시멘트의 중합과 관련한 부분을 생각한다면 상아질 접착제이든 레진시멘트이든 이중중합형인 경우 광중합의 중요성이 높기 때문에 깊은 부위에서의 중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FRC 포스트도 빛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각 FRC 포스트가 얼마나 빛을 전달하는지 또 그것이 얼마나 FRC 포스트의 유지력이나 치아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는 없는 상황이다.
초기의 FRC 포스트는 방사선 불투과도가 낮아 근관 안에 포스트가 들어가 있는지 또는 포스트와 근관벽 사이에 이차우식증이나 틈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방사선 사진에서 판독하기 어려운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의 FRC 포스트는 이러한 부분을 많이 개선했지만 그림에서 보다시피 각 제품마다 다른 방사선 불투과도를 볼 수 있으며 매우 낮은 제품도 볼 수 있다(그림 5).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제품들이 동일한 두께의 알루미늄보다 높은 방사선 불투과도를 보여 임상에 사용은 가능한 정도였으며 방사선 불투과도가 다른 각 제품들 사이에 판독능력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FRC의 적절한 방사선 불투과도에 대해서는 기준이 마련되어있지 않으며 실제 이차우식증이나 틈을 판독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있으므로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그림 6).
III. FRC 포스트를 사용할 때의 고려사항
1. 포스트를 해야 할 것인가? 아닌가?
FRC 포스트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말하기 전에 먼저 포스트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 포스트를 해야 한다고 알고 있으며 독자들은 어떤 경우에 포스트를 하고 있는가? 사실 교과서에서도 포스트의 적응증에 대해 구체적인 기술을 하고 있지 못하다. 단순하게 현저하게 치아의 구조가 상실되어 포스트 이외에는 코어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다고만 기술하고 있다.
실제 필자도 임상에서 포스트를 하는 경우 몇몇 경우에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그림 7을 보면 치수노출을 동반한 치관의 1/2 정도가 파절된 상악 우측 중절치와 측절치가 보인다. 대부분의 치과의사라면 근관치료를 하고 포스트를 하고 크라운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필자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으로 근관치료를 하고 포스트를 하고 치아형성을 한 뒤 임시크라운을 하였다. 인상 채득을 위해 환자가 왔을 때 보면 과연 이 치아들에 포스트를 했어야 했는가라는 고민이 들었다. 최종 지대치의 길이에서 절단측으로 절반을 넘지 않는 코어의 길이와 복합레진으로 코어를 접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라운이 장착되어 기능할 때 과연 크라운이 코어를 붙잡고 떨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크라운의 유지력은 물론 형성한 치아의 축벽(axial wall)의 양이 얼마인가에 큰 영향을 받지만 저작 동안에 작용하는 힘에 대한 크라운의 유지는 변연의 형태와 폭, 접착 유무에 따른 응력의 분산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게 된다.
FRC 포스트를 사용하게 되는 전치부의 심미 수복에서 대부분 완전도재관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며 완전도재관을 위해서는 충분히 넓고 명확한 변연을 형성할 것이고 이 때 사용하는 시멘트는 당연히 레진시멘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림 8에서처럼 파절된 부분은 많더라도 최종 치아형성 후를 보았을 때 코어가 차지하는 부분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굳이 포스트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포스트를 해야 할 것인가 아닌가의 결정 방법은 기본적으로 크라운을 위한 치아형성 후에 남아있는 치질의 양에 근거를 한다. 그림 9에서처럼 치아형성을 하고 난 뒤 코어가 차지하는 부분이 치관부에서 길이로 보았을 때 어느 정도 되는가와 절단측 또는 교합면측에서 보았을 때 어느 정도 되는가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때 코어가 차지하는 부분 이외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남아있는 치질의 양으로 겉에서 보기에 길이나 폭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치질의 두께가 2~3mm 보다 작다면 치질이 없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포스트를 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에는 1) 치아형성 후의 상황에서 고려를 하고 2) 두께가 2~3mm를 넘는 치질이 있는 양을 치관부의 길이와 폭을 고려하여 파악하며 3) 코어가 치관부 길이의 1/2를 넘고 폭의 1/2을 넘는가를 판단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결국 남아있는 건전한 치질보다 코어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면 포스트를 해야 한다고 결정하는 방법이다.
필자가 임상에서 흔히 접하는 포스트를 부적절하게 적용한 경우는 대구치에서 근심면이든 원심면이든 하나의 치면만이 상실되었는데 포스트를 장착하는 경우로 생각된다. 코어를 잡아줄 수 있는 3개의 와동벽이 있고 더군다나 접착을 하는 복합레진 계열의 코어를 씀에도 불구하고 포스트를 하는 것은 과도한 치료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