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대출금 상환 ‘골머리’
수도권 신협 회원 70% 대출… 경영악화로 상환 ‘막막’
사회적으로는 고수입 전문직으로 인정받는 치과의사들이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많든 적든 대출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개원의가 상당수다. 특히, 최근에는 병·의원 과밀화로 인한 경영환경악화로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치과의사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인천치과의사신협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을 기준으로 지역 회원들에게 대출해준 금액이 총 1백29억원. 이는 인천치과의사신협 총자산 2백64억원의 50%에 달하는 것으로 상당수의 회원들이 대출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서울이나 경기치과의사신협도 마찬가지. 서울치과의사신협의 경우 총자산 6백억 중 78%에 해당하는 4백76억원이 회원 대출액이며, 경기치과의사신협도 총자산 5백30억 중 3백억 가량이 회원들에게 나가있다. 부산치과의사신협은 1천5백억 자산 중 회원대출액이 8백50억원이다. 회원들이 아직까지는 제1금융권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치과의사들의 대출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개원가 경영환경 악화로 회원들이 금리 부담을 떠안으면서도 대출금 상환을 계속해 미루고 있는 것. 경기치과의사신협의 한 관계자는 “대출을 받은 회원들이 대출금 상환일을 미루는 것이 다반사”라며 “이런 현상이 점차 어려워지고만 있는 치과경영환경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언급했다. 부산치과의사신협의 관계자도 “회원들의 70%가 상환일을 연기하고 있으며, 최대 연기기간까지 상환을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치과의사들의 평균 대출액은 5천여만원 수준으로 대부분 병원이전이나 리모델링, 장비구입, 세금납부 등 병원운영을 위한 사유로 대출을 하고 있으나, 자녀 유학자금 조달, 개인투자 등 병원경영 외적인 지출에도 많은 돈을 빌려 쓰고 있어 대출금 상환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경기도에서 개원하고 있는 한 원장은 최근 대출을 받아 근처 신축 상가건물로 병원을 확장 이전했다 큰 낭패감을 맛보고 있다. 같은 건물에 예상치 못한 신규 개원 치과들이 함께 들어서 환자 확보가 쉽지 않은 것. 이 원장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병원운영이 괜찮았던 편이라 자신있게 대출을 받아 병원을 확장했는데 생각보다 수입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괜히 대출금에 대한 부담만 더해진 것 같아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해외유학 시키고 있는 한 원장은 “생각보다 유학비용이 많이 들어 대출을 받았다. 병원운영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보니 대출금 상환일을 연기한 게 수차례”라며 “의외로 주위 동료들을 보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목돈을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 대출을 이용한다. 그러나 생각만큼 수입은 나오지 않고 이미 커진 지출규모 때문에 대출금 상환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지역 치과의사신협의 한 관계자는 “최근 3년 사이 치과의사회원들의 대출현황이 급증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병원투자확대를 위한 자금조달을 주 이유로 보고 있는데, 회원들이 대출금 상환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며 “생각보다 많은 치과의사들이 대출을 받고 이를 상환하는 것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치과경영환경이 예전 같지는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치과의사들의 경우 일반인들의 대출과는 신용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어 크게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