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치과산업 육성 ‘거품’우려
대구·부산·광주 등 중복 투자 소모성 논란
치협·지부 창구 일원화·전략적 계획 절실
대구, 부산, 광주 등 지자체들이 지역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치과산업 육성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치과산업 분산 및 중복 투자에 따른 소모성 우려가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치과산업 육성과정에서 치협 및 각 지부별 정보교환을 통해 보다 전략적이고 집중적인 치과산업 육성의 밑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첨단 치과의료분야 연구개발을 선도하고 이를 국제적 수준으로 상용화하는 거점기관 설립을 골자로 한 ‘첨단치과 부품ㆍ소재ㆍ장비 육성사업’의 세부 계획안을 마련, 이를 중앙부처에 제안했다.
대구시는 국내 임플랜트 회사의 1/4이 대구ㆍ경북에 있는데다 22개 병원급 치과의원과 650여개의 치과의원, 350여개 치과기공소 등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향후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추진하는 첨단치과 부품소재 사업을 지난 8월 유치한 ‘덴탈소재 및 치과기공 클러스터 활성화 사업’과 연계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시도 지난 6월부터 전남대·조선대 치과전문대학원, 관련기업체 및 광주테크노파크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미래형 치과산업 소재·부품육성방안’을 마련, 정부에 예비 타당성 조사대상 사업으로 12월초 제출했다.
광주시 역시 치과산업이 지역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한치과기재협회, 알파덴트 등 4개 기업체와 광주치과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연구·개발 생산 관련 투자양해각서를 체결, 호남권 치과산업의 신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부산시도 오는 2012년 말 완공예정인 부산 해운대구 석대동 일대에 조성되는 석대도시첨단산업단지에 치의료산업 거점인 덴탈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국내 치과용 임플랜트 1위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연구소와 생산본부가 석대도시첨단산업단지에 4478㎡를 분양받아 이전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또 해운대구 석대산업단지내 1800㎡ 부지에 아파트형 공장을 지어 부산지역에 흩어져 있는 치과기공소 50여 곳을 입주시키기로 하고 내년 초 본격 분양에 들어간다.
부산시 측은 치기공소 단지를 집적화해 장기적으로는 해외 치과용 보철물을 수주, 가공해 수출까지 할 수 있는 덴탈클러스터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자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치과산업 육성이란 측면만 놓고 봤을 때는 반길 일이지만 큰 그림 안에서 볼 때는 지자체별 소모적인 경쟁이 오히려 치과산업의 분산과 중복투자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치과계 모 인사는 “치과계 100년 대계가 걸려 있는 일인 만큼 치협 및 각 지부별로 정보교환 창구를 마련해 보다 전략적이고 정책적으로 치과산업 육성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양락 대구지부 회장도 “각 지자체 별로 경쟁적으로 사업 아이템을 잡으면서 사업이 중복되고 있다”면서 “대구, 울산, 부산, 창원 등이 선의적인 경쟁을 통해 동남권을 잇는 치과의료 산업의 고른 발달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사업 중복 투자 등에 따른 소모적인 부분을 간과 할 수는 없다”고 피력했다.
김 회장은 또 “지부간 의견교류는 할 수 있겠지만 지자체가 각기 경쟁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보니 최종 공급자인 의료인들의 의견보다 의료산업적인 측면이 더욱 강조가 돼 협력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의료인들의 의견이 보다 더 수렴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신호성 박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는 “현재 정부는 각 지자체별로 육성하려는 치과산업이 중복돼 있다고 판단, 이를 통합하라는 입장”이라며 “치협 및 각 지부차원에서 일원화 된 논의를 통해 전략적으로 치과산업 육성의 그림을 밑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치과산업을 한 지역에 집약하기 보단 각각의 지자체 특성과 강점을 살려서 치과산업을 분산, 육성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