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악물기·이갈기’용어 개선 필요
치과 치료영역 ‘턱관절 질환’대국민 홍보 강화해야
‘이악물기’, ‘이갈기’ 용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치과에서 치료하는 병증의 하나인 ‘이악물기’나 ‘이갈기’에 대한 용어부터 고쳐야 한다는 이색 주장이 나와 흥미롭다.
또 용어개선과 함께 치과의 치료영역인 턱관절 질환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대국민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목근육과 어깨근육의 통증, 긴장된 연관통이 두통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어디에서 치료가 가능할까? 이명, 이통(귀통증), 귀막힘 증상, 눈의 피곤함, 눈의 충혈 현상은 치과와 관련이 있는 걸까? 몇 년 동안 두통에 시달려 이과, 저과 전전하다 자살까지 결심하게 된 환자를 어디에서 치료해야 하나?
이런 증상들은 모두 턱과 관련돼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인데 이를 치과의사들이 종종 간과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홍정표 교수(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내과)는 “‘이악물기’나 ‘이갈기’는 인위적으로 환자 스스로가 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이악물려지기’나 ‘이갈리기’와 같은 피동형의 용어로 바뀌는 것이 옳다”며 “이같은 병증은 뇌에 이상이 있어서 생기는 질환이다. 이가 악물려지고 이가 갈리는 것이지 환자의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또 “턱관절과 관련된 질환은 타과에서 리퍼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치과에서 리퍼되기보다는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안과에서 리퍼되는 경우가 더 많다. 치과의사들부터 턱관절이 치과의사의 영역이라는 인식을 높이고 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안면근육이나 관절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과에서 아무리 치료해도 낫지를 않는다며 찾아온다. 턱을 치료함으로써 이같은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며 “턱관절 질환과 통증에 대해 치과의사들이 좀더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결과에만 연연하면 원인을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 효율이 떨어지므로 원인과 결과를 함께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만형 서울지부 감사는 최근 ‘당신의 턱관절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두통과 허리통증에 시달리다 턱관절을 진료받아 완쾌됐다는 환자의 예를 설명하기도 했다.
한만형 감사는 “치과의사들이 경각심을 갖고 치과의사 고유의 영역인 턱관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진료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윤헌 대한구강내과학회 보험이사도 “악관절장애의 분야를 한의과와 대체의학 쪽에서 치료를 하겠다는 상황”이라며 “이는 많은 치과의사들이 다양한 치과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타영역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치과에서 진료해야 하는 환자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활발한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분야의 개척도 필요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진료가 이뤄지는 것도 치과의사의 사회적 책무”라고 밝혔다.
안정미 기자 jmah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