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소통 부재…의협 위상 ‘흔들’
회원 고발로 경만호 회장 기소 신뢰도 추락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이하 의협)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의협 내부문제에 결국 공권력이 개입하게 된 것인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러한 문제를 초래한 회원들의 행동이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의협 대의원총회 이후 잇달아 불거져 온 의협 내부회원에 의한 고발과 내부감사자료 언론유출 등의 문제에 이어 지난 1일에는 서울서부지검이 경만호 의협 회장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결국은 전문가 단체의 내부문제에 공권력이 개입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관련기사 치의신보 2월 14일자 30면>.
의협은 우선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의학회장 기사급여 및 유류대 지원 ▲참여이사 거마비 지원 ▲언론사 및 학회 연구용역비 부당지급 및 횡령 ▲상근임원 휴일수당 지급 ▲명예훼손 등의 혐의에 대해 의협 정관과 노동법, 자체 대의원 총회의 의결사항이라는 점 등을 들어 즉각 반박 논리를 펼치고 있으나, 무엇보다 내부회원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데 대해 허탈한 표정이다.
의협의 이 같은 문제는 지난해 4월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의 의결로 집행부 회무에 대한 특별감사를 부결하고 ‘될 수 있으면 내부적 의사소통으로 갈등을 해결하라’는 권고에도 불구,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를 비롯한 일부 회원들이 지난해 5월 17일 경만호 의협 회장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한데서 시작됐다.
이어 같은 달 시사주간지 주간동아는 ‘내부 감사 폭로전 수상한 의협’이라는 제목으로 의협의 외부용역과 관련한 문제 및 탈세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의협 감사의 내부문제 폭로 인터뷰와 의협 2008년 하반기 정기감사자료가 유출된 것이 확인돼 내홍을 겪었다.
결국 이달 경만호 회장이 기소되며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게 됐는데, 의협은 무엇보다 전문가단체로서의 위상이 떨어졌다는데서 자존심을 다쳤다.
의협은 “정상적인 내부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진행된 사항들에 대해 기소가 결정된 것은 법적 다툼을 떠나 전문가단체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된 것”이라며 “특히, 회원이 회장을 고소·고발해 외부소송까지 야기한 것은 법적인 판결을 떠나 협회의 위상과 신뢰성에 큰 손상을 준 사건”이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또한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권한을 갖고 있는 대의원총회를 통하지 않고 외부소송을 통해 중앙회의 업무마비와 재정손실, 대국민 신뢰도 손상을 가져온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협의 이번 사태에 대해 치과계에서는 ‘우선 법원의 객관적인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같은 의료계 단체로서 안타까움을 보이고 있다. 치의학계의 한 원로 교수는 “이제는 세상이 변해 회무 하나하나의 과정이 투명하게 회원들에게 검증을 받아야 하는 시대다. 그러나 엄연히 자체 의결기구가 존재하는 전문가 단체로서 회원들은 내부문제를 외부에 알리기 앞서 최대한의 내부소통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