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의미·향후 과제
(1) 치과전문의제
개원가, 치과전문의와 대등한 경쟁 가능
의료전달체계 확립 ‘선진국형’전문의제 도입
정부에 의지 않고 국회서 의료법 개정으로 성공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치협 등 보건의료계 단체가 보다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의료법 개정안에 포함된 치과전문의 조항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50년 이상 끌어온 치과전문의제도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메가톤급 폭발력을 담고 있다.
치과계는 지난 1998년 헌법재판소의 치과전문의 실시 판결 이후 논란 속에 2001년 50차 대의원총회에서 ▲의료전달체계 확립 ▲전문의 소수 정예화 ▲치과전문과목 1차 의료기관 표방금지를 전제조건으로 전문의제 실시를 의결했다.
이는 2003년 까지 임의 수련을 마친 치과의사는 물론 기존 치과의사 모두 치과전문의 취득을 포기하는 중대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치협이 매년 배출되는 치과 전문의의 숫자를 축소해 소수 정예로 추진하려 보건복지부나 10개 전문과목 분과학회와 협의했음에도 불구, 매년 200여명 이상 4년간 1025명이나 배출됐다.
이에 따라 치과전문의 취득 기득권을 포기했던 수많은 치과의사들의 불안감과 불만은 갈수록 증폭돼 치협의 존재감은 상실돼 가고, 치과계는 분열로 치닫는 양상마저 나타나는 등 치과계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일반치의 생존권 문제와도 연결
의료광고마저 완화된 가운데 오는 2013년 1차 치과의료기관의 전문과목 표시제한 마저 풀리면 치과전문의 다수가 개원가에 자리 잡고 ‘실력 있는 치과전문의’를 내세우게 돼 이에 따라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 결국 일반 치과의사들의 생존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치과전문의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치과 전문의 관련 법 조항은 전문 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의 경우 ‘의료인은 진료나 조산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는 의료법 제15조1항에도 불구, 표시한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을 진료해야 한다(단 응급 환자 제외)고 못 박았다.
즉 개원가의 입장에서 치과전문의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 형 모델로 확정
특히 독일, 영국 등 선진 외국에서 실시하고 FDI가 권장한 의료전달체계를 기반으로 한 전문의 제도를 받아들여져, 전문의가 80%에 육박하는 의료계의 실패한 전문의 제도 답습에서 탈피, 세계표준으로 갈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많은 나라가 의료전달체계를 기반으로 한 치과전문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에서 치과전문의가 치과전문의임을 표방하면 해당 전문과목 외에는 진료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치과전문의로서 진료할 경우에는 일반치과의사나 아니면 다른 치과전문의로부터 의뢰받은 환자만 진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웨덴과 아일랜드, 슬로바키아 등도 치과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일반치과의사의 의뢰서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호주는 일반치과의사의 의뢰에 따라 치과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의뢰서 없이 직접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전문의를 찾을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특히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치과전문의 제도에 따른 치과계 내부의 갈등과 불신, 첨예화된 소모적인 논쟁을 잠재우고 치과계가 화합을 통해 미래로 나갈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지난 1962년 첫 치과의사 전문의 시험이 예정돼 있었으나, 제도자체에 대한 갈등으로 응시생 전원이 시험에 불참, 첫 시험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전문의제도 시행과 방법 등을 놓고 약 50년 간 회원간 갈등을 빚어 왔다.
헌법재판소 판결이후 전문의 제도는 시행 됐지만, 소수 정예를 원하는 개원가 욕구에 대해 정부 측의 태도는 매우 불만스러웠다.
“해결책 없이 논란 지속” 치과계 분열 막아
이에 따라 개원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 없이 매년 대의원총회에서는 ‘갑론을박’하며 치협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회원 간 갈등양상 마저 나타나는 등의 갈수록 문제점이 커져 가는 양상으로 치닫았다.
이에 대해 치협은 보건복지부에만 매달리지 않고 의료법을 바꿔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국회 문을 두드렸고 결국 개원가 피해를 최소화 하고 국제 표준에도 맞는 전문의제를 창출하게 된 것이다.
이수구 협회장은 “치과전문의제 문제는 지난 1960년대 부터 지금까지 50여년 간 해결을 보지 못한 난제 중의 난제였다”며 “오는 2013년까지인 전문과목 1차 의료기관 표방 금지도 그 동안 치협이 노력해 10년간 미뤄 왔으나 더 이상 연장이 불가능하게 돼 전문의 관련 법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협회장은 특히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로 인해 치과대학 교육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치과대학도 이제는 치과전문의 배출보다는 통합치과진료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료 영역 분류 등 후속 과제 즐비
치과전문의제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원활한 치과전문의제 정착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는 분석이다.
치과의사전문의운영위원회 위원장인 이원균 부회장은 “앞으로 차기 집행부는 정부와 협상을 통해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 시 어떤 진료가 어떤 전문 과목에 속하는지 학술적인 분류 작업에 조속히 착수해 늦어도 2013년 상반기에는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정 진료의 학술적 분류는 특정 진료가 여러 전문 과목 간에 중첩돼 있는 경우 첨예한 의견 대립이 예상되고 있어 쉽지 않은 사업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아울러 치과병원 설립기준 마련도 필수적으로 치과병원은 병상 수 기준으로 반드시 분류해야 하고 1차 의료기관과 2차 의료기관 간 역할구분을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이 같은 사항은 의료법 개정 사항인 만큼, 차기 집행부는 국회를 통해 이를 관철시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또 전공의 배정, 수련실태조사 등을 치협이나 치의학회가 할지 아니면 치과병원협회가 할지 등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동운 기자 dongwoo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