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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악수술 그리고 ‘굿닥터’

Relay Essay 제1883번째

지영민 원장 기자  -0001.1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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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악 수술’ 또 사망 사고
암수술만큼 위험한 양악 수술…사망 사고 또 발생
목숨 건 양악 수술…마취 전문의 없는 병원 태반
죽음 부르는 양악 수술


오늘 포털사이트에서 양악 수술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사들의 제목입니다. 얼마 전 부산의 모 성형외과에서 턱 수술과 코 수술을 받은 환자가 사망한 사고를 다룬 기사들입니다. 기사 제목이 어찌나 자극적인지 내용을 모르고 처음 인터넷 기사를 접했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그리고 레지던트 때부터 자부심을 가지고 여태껏 배우고 해 온, 턱 수술이 어쩌다 저런 무시무시한 단어로 표현되고 있는지… 잠깐이지만 제가 마치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있는 ‘나쁜 의사’처럼 생각이 되었습니다.


문득 얼마 전에 종영한 ‘굿닥터’라는 의학 드라마의 마지막회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지적장애 경력이 있는 시온이 비로소 의사로서 인정받고 교수님께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하자 교수님께서는 “어떤 게 좋은 의사일까 고민하는 모든 의사”라고 답합니다.


요즘 분위기에서는 적어도 턱 수술을 생각하는 환자들에게 ‘좋은 의사’란 ‘첫째도, 둘째도 안전하게 수술하는 의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턱 수술을 포함하여 모든 수술이라는 것이 항상 부작용과 합병증의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위와 같은 기사들을 수없이 접한 대중들의 턱 수술에 대한 두려움은 분명 과잉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기사들을 보면 ‘사실(fact)’의 전달보다는 어떻게든 좀 더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양악, 하악 수술 등의 턱교정 수술과, 안면윤곽술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쓰여진 기사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치과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그런 기사들을 보고 혼란을 겪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요즘 미용 목적의 양악 수술이 각종 매스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옳은 일이냐 옳지 못한 일이냐를 따진다면 이것은 그런 식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턱교정 수술의 목적은 기능 + 심미 둘 모두를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그 둘의 비중은 경우에 따라 다를 수가 있습니다. 기능 목적의 양악 수술은 옳은 것이고, 심미 목적의 양악 수술은 옳지 못한 수술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심미 목적으로 할 때 양악 수술보다 상대적으로 간단한 안면 윤곽술로 환자의 기대치를 만족할 수 있다면 가능한 최소한의 수술로 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위험하지 않은 수술이라는 것은 없고, 턱 수술이 분명 작은 수술도 아니지만, ‘암수술만큼 위험한’, ‘죽음을 부르는’ 이라는 수식어로 표현될 만큼 무시무시한 수술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50여 년간 턱 수술은 구강악안면외과에서 별 탈 없이 계속 해오면서 수많은 선학들에 의해 초창기에 비해 술기도 엄청난 발전을 했을 뿐 아니라 부작용과 합병증도 많이 줄어들어 현재 우리나라 구강외과 의사들의 턱 수술 수준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턱과 치아의 교합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그리고 지나친 상업주의에 물든 일부 의료진들에 의해 턱 수술의 본질이 왜곡되고, 무분별한 수술로 인한 부작용으로 고생하시는 환자분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끔 언급되는 법칙이 하인리히 법칙이지요. 그것은 본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하인리히 법칙은 1:29:300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으로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다시 말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지요. 의료사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의료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큰 의료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턱 수술로 인한 사고 기사를 보면서 안타까운 기분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수술 전부터 수술 중, 수술 후까지 환자에 관련된 사소한 것들도 다시 한 번 세심하게 챙겨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또 한 번하게 됩니다.


매스컴에서 들은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환자분들이 수술의 여부나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데 있어 지나친 혼돈을 주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교정과 선생님 말씀이, 도저히 치아 교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골격성 부정교합인데도 환자는 무조건 수술은 무서워서 못하니 교정만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예년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모든 환자분들이 수술을 제대로 배운 의료진을 만나서 조금은 더 냉정하게 환자분의 상태에 맞는,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치료를 마음 놓고 받으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곧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는 떠들썩한 광고 대신 묵묵히 환자분들의 세세한 하나하나까지 다 챙기고 항상 고민하는 턱 수술계의 ‘굿닥터’ 구강외과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니까요.

지영민 엠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