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으로 살아온 내 삶에도 경영 도입
10년후 재평가했을 때 행복한 중년 신사이길
이제 마흔을 바라보며 지금껏 치과의사로 살아오면서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과 괴롭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되돌아 본다.
운좋게도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얻게되어 IMF 때에도 명예퇴직이니 하는 말들은 나의 일과는
멀게 느꼈다.
또 가정에서는 부모님의 아들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귀여운 토끼들의 아빠로서 해야 할
일은 많았지만 훌륭한 치과를 만들기 위한 핑계로 가정은 순서에서 밀려있었다.
이러다 보니 자신은 머리에 새치라기 보다는 많은 흰머리가 늘어 아무리 숨기려 해도 넘치는
은발의 물결이다. 하루하루를 스트레스와 살다 보니 치과의사는 스트레스를 먹고 사는
직업이야. 스트레스를 많이 먹어야 배가 부르고 살찌는 거야.
대통령도 임기중반에는 중간평가를 한다는데, 이제 내 인생도 중간평가를 해야 할 것 같다.
주위에 존경하는 선배님의 말씀이 30대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여, 40대에는 꽃을 피우고,
50대에는 열매를 맺어 거둬들이는 시기이고, 60대에는 이 열매를 나눠주는 시기란다.
그런데 나는 삼십대에 무엇을 했는지 매일 반복되는 환자와의 입씨름 속에 의료개방을
앞두고 치과에도 경영을 도입해야 살아남는다고 하니, 주먹구구식으로 살아온 내 인생도
경영을 도입해야 할 것 같다.
20대에 힘들었던 나의 청춘시절이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나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의욕도 퇴색되고 건강도 자신이 없다 보니 외국계 보험회사에 있는 죽마고우는
얼마 전 요절한 아까운 선배를 예를 들어 종신 보험에 들라 한다. 이 친구 말이 치과의사는
직업수명도 짧고 수입도 갈수록 줄어드니 가족을 위해서 준비하라고 겁을 준다.
이럴 때면 개원할 때 존경받는 치과의사가 되라고 知人으로부터 받은 글귀(理齒蘊德)가
원장실 벽에서 나를 내려보며 웃고 있는 것 같다.
어제는 점심시간에 아들 녀석 생각에 "치과보다도 가정이 우선이야" 하면서 서점에 들러
자녀교육에 관한 코너를 둘러보니 이제는 자식을 잘 키우려면 아버지가 변해야 한다는
제목의 책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래, 사회도 가정도 내가 변하기를 원하는구나. 그럼 변해보리라.
아내는 「마지막 라운드」라는 책을 읽으며 아들과 시간을 좀 더 보내라고 내민다. 아들과
아버지간의 사랑 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아들이 골프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골프코스를 돌며 인생을 마감하는 아버지를 아들이 함께 한다는 얘기다.
나도 아들과 라운딩할 날을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어 보지만 이제는 야산을 오르실
때에도 숨을 몰아쉬는 아버님과의 라운딩에는 인색한 나는 자식으로서는 C학점 정도일
것이다.
가정과 치과에서의 나의 중간평가를 생각하고 앞으로 10년 후에 다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 그 때도 지금처럼 부모님 건강하시고, 사랑하는 아내와 건강하게 자라있을
자식들을 뿌듯해 하며 행복하게 웃고 있을 중년신사의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