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質 저하·전직 현상등의 원인 제공 우려일주일 진료환자
150명 넘어서기도
올해로 임상교수 직을 14년 째 하고 있는 서울 A치대 A교수는 요즘 교수직이 평생직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고 있다.
14년 전 교수로의 임용이 확정됐을 때 모든 것을 다 얻은 듯 뛸 듯이 기뻤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당당한 모습이 꿈에서 조차 비춰지면서까지 첫 강의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A교수.
요즘 A교수는 심신이 모두 지쳐있다. 과중한 격무에 시달린지 벌써 3~4년. 업무에 대한 의욕을 잃은 지 이미 오래 됐다.
A교수의 일주일 시간표를 보자.
일주일 2시간은 이론강의와 4시간의 실습교육이 있다.
특히 A교수는 이론강의와 임상실습을 빼놓고도 토요일 오전까지 종일 환자진료를 하고 있다. 여기에다 전공의교육, 대학원생 석·박사 지도 등 진료 외의 부가적인 일도 있고 승진이나 교수평가의 연구점수를 따기 위해선 일정한 수준의 논문도 몇 편식 발표해야만 한다. 가히 살인적인 업무량이다.
B치대 B교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10나절을 진료하고 있으며 하루에 35~40명의 환자를 보고 있다.
이번 초중고생 여름방학 때는 최고 45명수준까지 봤다. B교수는 다가올 겨울 방학이 두렵기까지 하다.
서울지역 일부 사립치대 교수들이 과중한 업무에 파김치가 되고 있다.
보철, 교정 등 비 보험 분야가 많고 환자가 많이 몰리는 인기과(?) 교수들은 물론 보존, 치주, 소아치과 교수들도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격무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교수는 “구멍가게라도 차리겠다(개원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루에 25~30명 환자를 보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120~150명 보는 셈이지요. 환자에 장기간 치이다보니 만성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아요.”
개원의로
떠나고 싶다
최근 교수들이 교직을 떠나 속속 개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치의신보 등 일부 전문지와 일간지를 통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의·치대 교수들의 전직현상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격무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A치대 B교수의 경우 항상 늦다보니 0점 아빠로 낙인찍혀 왕따 당하는 느낌이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그렇다고 수입이 일반인 생각보다 좋은 것도 아니다.
연봉에서 떼이는 세금은 왜이리 많은지 허탈한 마음마저 든다고 했다.
특히 과거에는 교수라는 명함이 선망의 대상이 된 적도 있었다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경제위주의 가치가 확산되자 교수직 인기는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다.
격무에 시달리는 임상교수들의 모습이 비춰지면서 군대를 제대한 유능한 제자들에게 펠로우를 제의해도 오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도 교직은 더 이상 선호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개원이나 할까. 지금시기를 놓치면 개원도 어렵다는데. 하지만 10여년 넘게 몸바쳐온 교단을 떠날 수 도 없고….” 요즘 교수들의 고민이다.
선진 외국치대
교육병원 충실
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근본적인 문제는 현행 건강보험수가가 현실화 되지 않고 있고 치대 병원 수입만으로 병원이 상당부분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치대 병원의 경우 국가 보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탄탄한 학교재단에서 많은 예산을 지원 , 교수들이 병원 수입을 올리기 위해 진료에 급급하는 현상은 없다.
특히 선진국 치대의 경우 교수가 개인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교수클리닉 제도가 정착돼 있다.
또 대부분이 교육병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 레지던트들이 거의 환자를 보고 있다.
교수들은 레지던트 진료를 감독하고 많은 시간을 교육준비와 연구에 할애, 임상치의학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수들이 환자 진료에 메이다보니 치대병원들이 교육병원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강의준비도 허술해질 수밖에 없고 전공의들에 대한 세심한 교육도 어렵다.
물론 임상교수들의 경우 진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지만 학자로서 연구부문을 등한시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학생들 세심한
교육 어려워
B치대 A교수는 “SCI급 논문 등재 환경은 임상케이스가 많은 임상교수들이 기초교수들보다 좋다”면서 “그러나 SCI 논문을 제출하려면 영문작문이나 요구형식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근무조건으로는 SCI 등재 추진에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치대 고위 관계자는 “재단 등 상부기관에 교수충원 등을 꾸준히 건의하고 있으나 그쪽 나름대로 사정이 있고 특히 자격을 갖춘 유능한 교수요원은 교직을 선호하고 있지 않아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