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릴 때에는 매스컴에 노출된다는 것을 거의 상상도 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신문이나 라디오, TV에 지인분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온 동네에 화제가 되고 이야기가 도는 신기하고도 드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하여 누구나 온라인상으로 그 이름 석자가 올라갈 수도 있고 나도 모르게 나의 모습이 다른 분들에게 보일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어떤 부분에서는 정말로 세상을 아름답고 재미있게, 그리고 살만한 훈훈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남의 어두운 부분을 부각시켜서 그것이 노출된 사람은 상처를 받고 대인 기피증이 생기는 그런 예상치 못한 결과도 초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 23년 전에,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치과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많은 아이들과 보호자분들과의 만남이 있었는데 어떤 만남은 1~2회로 끝나고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어떤 인연은 20년이 넘게도 이어져서 하는 일의 보람을 많이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다 그렇듯이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최근에 몇 건의 기운 빠지는 일들이 생겨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지역의 이웃들끼리 여러 가지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소통과 나눔의 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가 있는데 매우 많은 분들이 가입되어 있는 그곳에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만족하시지 못한 보호자분께서 실망한 내용을 올리셨습니다.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금까지 이런 치과는 없었다, 치과인가, 아수라장인가!’ 그 게시물과 댓글을 발견한 지인분께서 아무래도 너희 병원인 것 같다고 하시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캡쳐해서 제게 보내주셔서 알게 되었는데 내용을 보니 병원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표현을 종합하면 우리병원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표현들이었고 또 어디냐고 더 정확한 이름을 아시고 싶어서 댓글로 문의하시는 분들에게는 친절하게도 사명감을 가지시고 정성스럽게도 그 분에게 개별문자를 보내시는 수고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카페에 글이 올려진 때가 오래 지나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어느 환자와 환자 보호자이신지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왜냐하면 그분께서 게시한 글이 결코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은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의 교정상담을 받으려고 예약을 했더니 원하는 때에 안해주었었고, 예약 시간 맞춰서 방문했는데 대기실은 시장같이 붐비고 대기시간 길었고, 치과의사는 잠깐 아이를 보더니 자세한 상담은 비용드는 교정진단과정을 준비한 후에 해드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일반적인 내용을 실장이 해줄거라고 하면서 나가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그 분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었겠다 이해도 되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많아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치과검진 및 상담, 치료가 진행될 때에 의료진의 업무 분담이 잘 되어 있는 것이 좋으며 각자의 치과의사만이 꼭 해야할 일, 위생사선생님이 해야 할 일 등을 분류를 해서 정하고, 이렇게 서로 본인들의 정해진 일들을 할 때에 최대의 효율을 가져올 수 있는데 글을 올리신 분은 아마도 치과위생사의 설명이 어느 정도의 전문성이 있는지를 모르셨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졌습니다.
치과위생사(齒科衛生士)는 치과의사의 진료 및 치료를 협조하고 국민의 구강질환을 예방, 유지, 증진, 회복하도록 돕는 직업이므로 업무 범위가 “치석 등 침착물(沈着物) 제거, 불소 도포, 임시 충전, 임시 부착물 장착,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교정용 호선(弧線) 교체 및 치과의사로터 위임받은 내용을 전달해드리는 역할을 하는 직종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주지시켜드리지 못한 것이 잘못인 것 같습니다. 결국 왜 치과의사 원장님이 직접 모든 설명을 다 해주지 않느냐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진료실에서 검진 후에 상담실에서 담당 실장님이 아이의 경우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장치의 예들을 하나하나 보여드리고 이후 마지막을 제가 다시 한 번 정리 상담 드리느라 20여분간의 시간을 할애해 드렸는데도 부족했다고 느끼신 것이고, 그 분이 그날 지불하시고 간 비용은 초진비용 몇 천원이었습니다.
사회에서 감정노동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텔레마케터 분들의 애환일 것입니다. 여러 가지의 좋지 않은 표현들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답니다. 고객의 센터 등에 전화를 해보면 통화내용이 녹음되고 있다는 안내가 먼저 나오는 것을 듣게 됩니다. 얼마나 전화로 듣는 사람이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말들을 듣는 일이 많아지기에 그런 안내멘트의 효과를 보려 했을까 하는 쓴웃음이 지어집니다. 우리 치과의료진도 그러한 감정노동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이런 경우입니다. 주위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한 번 심한 글로 상처를 입으신 후에는 그런 카페 등에 올라온 글은 전혀 신경을 안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셨습니다.
더 상심되는 일은, 평소에 가끔 기고하던 한 신문사에 이런 안타까운 정황을 글로 보내드렸더니 요즘 맘 카페의 파워가 워낙 막강해서 이런 글은 실어주지 못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반발이 심할 것이 예상된다구요… 많이 씁쓸했습니다.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치고 재미있어 하면서 치과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바로 그곳, 응대 과정이 잘 짜여지고 진행되어서 아이를 데려오신 보호자분들께서 왠지 그 병원에 갔다 오면 뭔가 많은 것을 얻은 느낌이 드시고, 그래서 다시 찾고 싶은 병원이 누구에게나 되는 것이 언론이 해주지 못하는 우리 병원의 모습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이러한 부정적인 SNS 글에도 상처받지 않고 직면해서 하나하나 개선해나가는 그런 담대한 마음이 먼저 필요하겠습니다. 아마 저와 함께 직원 분들 힘을 합치면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런 치과는 없었다, 치과인가 천국인가!’라는 글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