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간판도 규제 " 무더기 시정통보 치과계 반발

2022.07.13 19:54:27

“치과 간판 글자 크기는 동일 해야”
보건소, 대구 치과 84곳 간판 시정 지시
대구지부 “불필요한 규제 여론 커”
보고되지 않은 치과 포함 200곳 예상
간판 제작 시 위법 확인 반드시 해야


치과 간판을 겨냥한 대규모 민원이 최근 대구 지역 개원가를 대상으로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민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을 뿐 아니라 향후 전국 치과 개원가로 확산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대구 지역 개원 6년 차 치과의사 A 원장은 얼마 전 보건소에서 불편한 공문을 받았다. 치과 간판에 쓰인 문구가 관련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보건소가 A 원장에게 통보한 간판 변경 기한은 단 두 달로, 정해진 기간 내에 조치하지 않을 시 행정처분 등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뒤따랐다.


A 원장은 “보통 간판 제작 업체가 관련 법 조항을 숙지해 제작하고 있다고 여겨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보건소의 이번 단속은 실사 없이 문서로 공문만 보내 구체적인 문제점 파악과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A 원장과 유사한 사례로 보건소의 시정 지시를 받은 치과는 대구 지역에서만 모두 84곳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보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한다면 최소 200여 곳에 달할 것으로 대구지부 측은 추정했다. 대구지역 치과의원 수가 800여 곳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 치과 개원가 발목 잡는 족쇄 ‘여전’
이번에 문제가 된 법 조항은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의료기관의 명칭 표시)로, 의료기관 간판의 ‘고유 명칭’과 ‘의료기관 종류 명칭’을 나타내는 글자 크기가 같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유 명칭)’과 ‘치과의원(의료기관 종류 명칭)’의 글자 크기가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환자의 오인을 막는다는 게 원래 목적이지만, 의료기관 개설자의 자율성을 해치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의료기관은 물론 보건소를 포함한 공직 사회 내부에서조차 해당 법 조항이 과도한 규제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대구 지역 한 보건소 관계자는 “병·의원 간판의 글자 크기 규제는 공무원들이 제출하는 규제 개선 제안 의견 조사 때 매번 나왔던 이슈”라며 “공무원 입장에서도 육안으로 종별 표기가 가능한 정도라면 글자 크기까지 제한하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라는 인식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일선 보건소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판의 위법성 여부를 하나하나 따지기 어려워, 민원이 제기되지 않는 이상 먼저 단속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처럼 사실상 사문화된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하기 위해 2019년 8월에는 ‘의료기관 명칭 표시에 관한 제도 개선’명목으로 입법예고까지 됐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최종 법령 공포에는 반영되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개원가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남게 됐다. 


# 치협 “과도한 규제 인식, 개선 노력”
문제는 이 같은 인식과는 별개로 일단 민원이 제기될 경우 보건소에서는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보건소의 시정지시에 이어 정식 행정처분 명령이 떨어진 뒤에도 간판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영업 정지 15일 등 실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울러 이번에는 소수의 타 지역 민원인이 치과 병·의원만을 노리고 해당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향후 이 같은 동시다발적 민원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간판 제작에 앞서 위법 요소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병·의원 간판 제작 전문 업체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경우 타 업종보다 간판 규정이 까다로워 일단 미심쩍으면 구청, 보건소와 사전에 시안을 주고받으며 간판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치협은 해당 법 조항이 과도한 규제라는 데 의식을 같이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쓸 방침이다. 


이강운 치협 법제이사는 “보건소의 간판 수정 요청은 치과의 불안정한 개원 환경을 배려하지 못한 업무 처리 방식”이라며 “치협은 불합리한 내용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대처를 요청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규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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