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위대한 유산

2022.07.25 10:22:56

Relay Essay 제2510번째

5월말 제가 일하는 업계의 큰 전시회가 있던 기간에 저는 일을 놓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뤘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며 작지만 커다란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인 정신적인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2년전 아버지는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을 하셨었고 마음이 약해지셨는지 많이 흔들리시는걸 느꼈습니다.

 

그무렵 처음으로 들려주신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

제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0년대말에 아버지는 전북 군산에서 경찰공무원으로 첫발을 시작하셨답니다. 아버지도 젊은 나이셨지만 불우한 환경과 한번의 실수로 제소자가 된 사람들에게 3년에 걸쳐서 만오천통에 달하는 교화편지를 보내셨고 그걸 계기로 1970년 나라에서 상록수공무원 표창을 주셨으며 그때의 신문기사와 편지 일부를 낡은 상자에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어려서 알지못할 그 시절 기차역에 있는 무인 도서 가판대도 저희 아버지 생각으로 시작되었다는걸 아버지 칠순때 큰댁 형님들을 통해 듣게 되었답니다. 평생 강력계 형사라는 직업과는 어울리지않게 책을 좋아하셨고 글쓰는걸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자식들을 위해서 버틴 세월이 순탄하기만 했을까요? 그런 아버지인줄도 모르고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직업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도 있었으니 아버지의 생각과 신념을 전해듣고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를 돌아보면서 한없이 부끄러웠답니다.

 

그러다 2015년말 저에게도 아픈 시련이 한차례 찾아왔습니다. 이른 새벽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을 느꼈지만 젊기 때문에 별거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병원으로 옮겨져 뇌출혈 진단을 받고 14시간에 걸친 대수술까지 하게 되었으며 회복후 퇴원하기까지 사실 모든 면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밀어버린 머리에 모자를 쓰고있는 내 자신이 어색했고 자꾸 나약해져가는 내 자신을 붙들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즈음 저희 아버지에게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사실 어색하고 회피하고 싶어서 망설였던게 사실이지만 아버지는 저에게 니탓이 아니니 당당하게 어깨펴고 힘내서 살아가라고 말씀해주셨고 저는 그후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한참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 또한 병원에 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뒤에서 눈물을 훔치셨다고 전해들었는데 우린 서로에게 말하지 못할 연민같은걸 느꼈던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고도 감사한 일은 그 이후 어떤 후유증이나 장애없이 지금까지도 사회생활하면서 건강히 생활한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게 걱정해주신 가족과 주변사람들 그리고 의료진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살아야하는 이유겠지요.

 

시간이 지나 아픔도 잊혀져 가는데 아버지의 건강은 점점 안 좋아져 몇년 전부터는 정기적 검진에도 불구하고 뇌경색에 노인성치매와 당뇨합병증 등 여러가지 병을 달고 계신채로 생활하게 되셨는데 본인때문에 힘들게 안 하겠다고 하루에도 몇번씩 나가서 걷기운동을 하셨고 그날도 힘없는 몸으로 걷기운동 하러 나가셨다 동네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뒤로 넘어져 중환자실에서 의식없이 이주일을 겨우 버티시고 돌아가셨습니다.

 

병원에서 임종이 다가왔음을 알렸을때도 하염없이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건 아버지가 좀 더 건강하셨을때 “너희 어머니 허리 내가 깨끗하게 낫게 해주고 가지 못해 한이 된다”는 말씀을 자꾸 하셨는데 아버지탓도 아닌 일이 생각이 자꾸 나면서 아버지의 노년을 아프고 치료하는 시간으로만 보냈던것 또한 저를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존경, 사랑 이런 표현도 좋지만 감사와 죄송했단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저도 아버지가 되고 일에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다 보니 어렵고 힘든 내색없이 저희 남매들을 밝게 키워주셨던 부모님이 한없이 대단했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원천이 우리가족들 모두에게 올바른 사고를 갖고 가족들에게도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 힘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아버지 덕분에 유년시절 누나들과 많이 웃었고 즐거운 추억들이 많아서, 아버지 노년에는 제가 그렇게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실천하지 못해 아버지께 죄송합니다.

 

양지바른 곳에서 이제 할일 다했다 하시고 편안하게 내려다보고 계실 아버지! 꽃과 나무들이 붉고 푸르게 지천에 넘쳐나는 5월말에 아버지는 저희 곁을 떠나셨지만 아버지가 남겨주신 가족의 화목,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 가르침 기억하면서 더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아버지 정말 사랑합니다.

김종화 벨덴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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