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치의학대학원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었던 저는 임상과 기초치의학을 아우르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포부를 가지고 치의학 공부를 막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서울대학교에 10-10 프로젝트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이는 연구활동 및 논문 출판을 통해 10년 내로 서울대가 10위권 대학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연구를 독려하는 연구지원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연구를 위해 좋은 기회일 뿐더러 모교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했던 저는, 이전에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신경생물학을 전공할 당시 수업도 들어보았고 현재 저희 학교에서 세계적 연구결과를 내고 계신 오석배 교수님 실험실에서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교수님께서도 흔쾌히 허락해주신 덕에 여름방학부터 신경생리학 실험실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전에 신경생물학을 전공하고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에 대한 신약개발을 했던 경험을 살려 구강 세균이 신경세포에 미치는 영향 및 둘의 상호작용 양상과 더 나아가 말초 유래 구강 세균의 뇌내 감염이 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까지 탐구하고자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신경을 주제로 하는 실험실이라 기존에 해보았던 실험 방법이나 주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습니다. 새로운 실험실에 처음 출근하는 것은 새로운 우주를 만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종류의 시약도 생산업체에 따라 패키징이 다르고, 각 시약과 실험도구를 보관하는 위치도 새로 익혀야 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초점형광현미경이나 실시간 생세포 촬영기(Live-cell imaging)와 같이 고가의 장비들은 공동기기실에 있기 마련인데, 이들을 예약하는 방식과 해당 모델에 맞는 사용법 또한 새로 익혀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공초점현미경용 배양접시(confocal dish) 및 미세유체 배양접시(microfluidic chamber)에서의 대장균(E.coli)과 치주질환 원인균 중 하나인 T.denticola의 유영 양상을 영상으로 얻어내었고, 각 군의 속도에 대해 분석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T.denticola의 경우 운동기에는 신경세포와의 부착력이 유의미하지 않으나 정지기에는 신경세포에 부착되어 있는 양태를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미세유체 배양접시에서 신경세포의 축삭 말단으로부터 세포체 방향으로 역방향 이동을 하는 것을 밝혔으며, 그 이동속도는 공초점현미경용 배양접시에서보다 유의미하게 빠른 점 또한 밝혀 내었습니다. 추가로, 세균을 처리한 배양접시들에서 신경세포들이 사멸하는 결과를 관찰하여 T.denticola가 신경독성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밝힌 내용들과 이전에 보고된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았을 때, 말초로 감염된 구강세균이 중추신경계로 역방향 이동하여 뇌에서 신경세포 사멸을 통해 염증반응 및 미세아교세포의 병적 활성을 유도할 수 있음을 시사했으며, 이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Aβ)나 타우(Tau) 단백질이 생성될 경우 알츠하이머병의 발현 및 진행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순수한 연구와 논문 출판을 목적으로 시작했던 연구였던 까닭에, 이 연구 내용을 통해 전국학술대회에서 대상까지 받을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수상 욕심이 없었던 터에 긴장하지 않고 발표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년 3월에 미국 포틀랜드에서 개최되는 SCADA (Student Competition for Advancing Dental Research and its Application) 프로그램에서 세계 유수의 우수한 학생들의 연구 주제와 경험에 대해 공유할 흥미로운 시간이 기대되는 요즘입니다.
그간 연구를 진행하며 학교의 연구과정 전반에 대한 관리나 연구비 지원 등이 체계적이지 않았던 점이 이전 연구활동과 비교해 보았을 때 가장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보다 체계적인 연구비 지원 및 연구 관리 프로토콜이 갖춰진다면 치의학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활동을 고려할 수 있는 유인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좀더 안정적인 연구 환경에서 후배들이 연구하게 되기를 바라며, 이를 초석 삼아 한국 치의학 연구가 발전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