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과 선언 소아청소년과 “더 이상 희망 없다”

2023.04.07 15:00:22

지난 5년간 전국 소청과 660여 개 폐업 실태 고발
환경 개선 기대 전무, 회원 약 90% 전향 의사 표현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대국민 폐업을 선언했다. 저출생, 불합리한 진료 수가, 실효성 있는 정부 정책 부재 등 현실적으로 진료를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이하 소청과의사회)는 지난 3월 29일 의협 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 인사’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을 비롯한 소청과 전문의 회원 수십여 명이 참석해 열악한 진료 환경을 규탄했다.

 

기자간담회에서 대표 발언한 임현택 회장은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소청과 전문의로 살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며 “지난 정권에서 최저임금과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 보장성을 강화하자며 ‘문케어’도 실시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은 28% 줄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 회장은 “그나마 소청과를 지탱하던 국가 예방접종 사업은 시행비를 14년째 동결하거나 100원 단위로 올렸다”며 “심지어 올해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마지막으로 편입된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경우 소청과는 (수가를) 40%만 받으라고 질병관리청에서 강제했다. 현재 우리나라 소청과 진료비 수준은 동남아시아의 10분의 1이다. 도저히 버티고 싶어도 버틸 수 없다. 지난 5년간 전국 소청과 662곳이 폐업했고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됐다”고 호소했다.

 

빈발하는 의료분쟁 폐해도 지적했다. 임 회장은 “그동안 수도 없이 죄수복을 입은 소청과 의사들을 면회했고 법률 지원과 1인 시위를 펼쳤다”며 “지금도 아이들을 살리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소청과 의사들에게 법원은 실형을 선고하고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거액을 배상하라고 선고한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임 회장은 두어 차례 발언을 중단하고 눈시울을 훔치는 등 그간의 심적 고통을 표현했다. 아울러 소청과는 이번 폐과 선언을 시작으로 소청과는 교육센터를 구축하고 희망 회원을 상대로 전향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많은 소청과 개원의들이 만성질환자 진료, 통증 클리닉, 피부 미용, 심리상담 등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인 데다, 이 가운데 약 90%가 전향 의사를 내비친 만큼, 회 차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에 따라 향후 약 1년 내 대부분의 회원이 전향을 완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임 회장은 “7년째 회장직을 수행하며 참가한 회의만 100번이 넘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 관계 부처는 소청과 문제 해결에 지난 30년간 면피만 한다”며 “더 이상 기대가 없다. 대학병원의 교수들조차 그만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오늘 자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소청과라는 전문과는 병원을 유지하고 싶어도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지금까지 보람있고 기쁘고 감사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천민제 기자 mjreport@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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