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앓이’ 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2년 전 보건복지부의 연구과제로 근거기반 구강건강관리 지침 개발에 참여하며 teething 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연구성과물 분량을 채우기 적절한 주제라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아들이 태어나고 전치부에 이어 구치부 맹출에 따라 새벽에 보채는 정도가 몹시 심해진 최근이 되어서는 이앓이에 대한 여러 방면의 학습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부끄럽게도 대부분 휘발되어버린 제 학생 시절의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늦게나마 최신 소아청소년치과학 교과서를 찾아보니 유아의 2/3 정도가 치아 맹출을 예고하며 나타내는 다양한 증상을 이앓이라 소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증상은 평소보다 많이 보채거나, 잠을 못 자거나, 과민하거나, 식욕이 부진하거나, 침을 많이 흘리는 것으로 나열할 수 있습니다.
미국치과의사협회(mouthhealthy.org)는 같은 내용을 소개하며 이앓이가 나타날 때 발열, 설사, 발진과 같은 증상은 이례적이므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였고, 각종 이앓이를 완화할 수 있는 안전하고도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들 방법은 대개 안전성이 입증된 치발기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구분되지만 미국에서는 마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각종 마취 크림을 비롯한 다양한 섭취 가능한 약물 사용에 FDA의 중립 혹은 부정적인 의견 역시 안내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젊은 부모들은 섭취 가능한 이앓이 완화 제품을 해외로부터 직구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 또한 맘카페 검색 결과로부터 쏟아져나온 수많은 제품 가운데 눈곱만한 자일리톨 사탕을 비롯해 약용 식물 추출물 등 다양한 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제 경우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성분을 확인하고 배경지식과 치과의료 선진국의 공신력있는 정보에 비추어 안전한 제품을 시도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고 지금도 직구한 제품의 도움에 힘입어 아기가 잠든 가운데 조용히 원고를 마감하고 있지만, 의학적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맘카페 검색 결과의 조회수/추천수/댓글수 제품 선정의 기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이앓이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공식적인 매체가 존재하지 않아 대부분의 정보가 맘카페를 비롯한 각종 소셜 네트워크에 의해 전파되고 있기에, 그 안에 교묘하게 숨어 있는 상업적인 광고를 분리해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해외직구의 맹점을 간파하여 위해성이 우려되는 벤조카인 등 마취성분이 함유된 연고제를 판매하기도 하므로, 보채는 아이 달래려다 자칫 전신에 이르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아마 저 또한 만약 아들의 이앓이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는 중이 아니었다면 이와 같은 정보들을 확인해보지 않았을 것이고, 누군가가 이앓이로 조언을 구할 때 치과의사로서 적절한 조언을 제공하기보다 급하게 찾아본 조회수/추천수/댓글수 높은 맘카페의 검색 결과를 맹목적으로 전달했을 것 같습니다. 직간접적인 계기로 인한 지식의 축적을 계속함과 동시에, 의학적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안전한 경로를 찾아 제시하는 것 또한 치과의료인의 책무임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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