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치과 원장이 치과의원 인근에 별관을 개설·운영해 의료법 제33조 8항(일명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정황이 포착됐다.
치협 법제위원회(이하 법제위)는 최근 경기도에서 별관을 개설·운영 중인 A치과의원 원장을 상대로 고발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서울에서 별관을 개설한 치과에 대해서는 관할 경찰서에 2023년 초에 이미 고발장을 제출했고 이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보건소로부터 의료기관 변경 신고를 승인받은 경기도 A치과는 인근에 별관을 개설, 여기서 사실상 본관과 똑같이 환자를 접수·진료하는 등 2개의 치과를 운영하고 있었다.
본지가 직접 A치과 별관 내부를 살펴본 결과, 별관에 치과 접수대는 물론 유니트체어까지 설치돼 있었다. 아울러 치과 소속 건물 인근에 부착된 광고지를 살펴보니, 치과를 새로 오픈했다는 내용의 문구와 함께 접수대와 진료실 사진이 담겨있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2년 의료기관 개설 및 의료법인 설립 운영 편람’(이하 편람)에 따른 관할 보건소의 안내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별관 개설에 대해 보건소 등 주무관청의 판단에 맡긴다는 것인데, 편람에는 환자 진료 문제 등 일부 조건하에 추가 개설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다. 다만, 복지부 측에서도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법 제33조에 따라서 하나의 장소에 한해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현재 해당 의료기관이 물리적 공간 확보가 곤란하거나 아니면 환자의 진료를 위해서 부득이하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시설 확장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이 해석을 더 확대해 판단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어 “의료기관이 별관에까지 시설을 확장해야 되는지, 부득이하게 (별관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해당 주무관청에서 판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보건소 관계자는 “과거 치과 별관에 대해서는 복지부 지침에 따라 안내드린 적이 있다. 다만, 공무원이 의료법을 하나하나 다 해석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안내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 1인1개소법 위반 판례 참고 고발
법제위의 이번 고발은 과거 별관을 개설하려던 치과의원 원장 2명의 대법원 상고 취하 판례를 참고로 했다. 참고한 판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부산에서 개원 중인 치과 원장 2명은 관할 보건소에 의료기관 개설 변경신고를 했다가 반려받았다. 해당 본원과 분원은 각각 치과의원으로 운영할 모든 시설을 갖췄고, 환자도 별도로 접수받아 각각 진료하므로 두 개의 의료기관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이들은 지난 2014년 구청장을 상대로 ‘의료기관개설 신고사항 변경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이를 취하하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치과 별관이 장소, 규모와 시설, 운영 형태는 물론 이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인식 등을 감안했을 때 분원이 단순한 본원의 시설확장이 아닌, 치과의원이 갖춰야 할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시설 등을 모두 갖추고 환자 진료체계가 독립되고 상이했다고 봤다. 이는 사실상 별개의 의료기관이 개설·운영되는 것에 해당하므로 이는 의료법 제33조 8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신인식 법제이사는 “의료법 제33조 8항은 과거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에서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변경됐다. 개정 취지는 의료행위를 실질적으로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를 하나의 의료기관으로 제한함은 물론, 그 운영까지도 하나의 의료기관에 집중하도록 해 의료기관을 여러 장소에 개설·운영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자 유인행위를 하거나 과잉진료 및 위임진료를 하는 등의 불법 의료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인식 이사는 이어 “이러한 개정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변경 신고를 수리하는 보건소 담당자도 문제지만 의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돈을 더 벌겠다고 모 마트 건물 내에 또 하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의료인의 욕심이 가장 큰 문제”라며 “주변을 돌아보면 동료나 이제 사회에 진출하는 후배들의 어려움이 안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의료법 제33조 8항의 위반사항에 대해 치협은 앞으로도 관용 없이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