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폭력성

2024.08.07 16:46:03

시론

인간의 폭력성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습니다. 초기 인류 사회에서 폭력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사냥과 채집을 통해 식량을 구하고 다른 집단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폭력이 허용되었죠. 고고학적 증거로는 구석기 시대의 도구로 인한 골절 흔적, 집단 살해 흔적 등이 있습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행동이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성향이 인류의 DNA와 뇌에 각인되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폭력성을 이해하기 위해, 뇌의 영역과 관련해 폭력성을 들여다볼까요? 우리의 편도체(amygdala)는 감정 처리, 특히 두려움과 분노와 관련된 감정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편도체가 과활성화 되면, 공격성이 증가하고 폭력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두엽(frontal lobe)은 의사결정을 하고 사회적 행동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전전두피질의 기능이 약화되면 충동 조절이 어려워지고 폭력적 행동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상하부(hypothalamus)는 공격성과 관련된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분비를 조절합니다. 생리적 욕구와 스트레스 반응에도 중요하게 역할하기 때문에 이 부위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폭력성의 증가와 관련이 됩니다. 해마(hippocampus)는 기억에 관련된 뇌 부위로, 과거의 폭력에 대한 기억이 후에 폭력적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들 영역 사이를 조율하는 호르몬이나 신경조절물질들도 역할을 합니다. 폭력성과 관련된 뇌의 영역과 기전은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므로 위의 설명은 참고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폭력성을 끌어내는 요인으로는 언어의 출현, 공동체에 근거한 정체성, 그리고 사유 재산의 개념 발달 등이 있어왔습니다. 언어를 통한 추상적 사고가 가능해 지면서 환상의 즉 개념적인 공동체 울타리가 세워졌습니다. 그 안에서 인류는 공동체 내에서 공유되는 가치와 규범들을 만들어 냈죠. 신화와 종교에 의해 강화된 집단의 정체성을 가지는 경우 집단 내의 사람들은 집단의 외부로 향하는 적의와 공격성은 증폭되었습니다. 농경과 정착생활이 시작되며 공동체의 실질적인 영토의 경계를 더 공고히 하고자 하였죠. 그러나 한정된 영토와 재화로 인해 다른 개체나 공동체와의 분쟁이 유발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폭력은 초기 인류가 생존을 위해 휘두른 폭력의 형태와 매우 다릅니다. 폭력의 동기와 표현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는 자원 경쟁시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보다는 법적, 제도적 경쟁이 주를 이룹니다. 현대사회에서는 폭력을 억제하고 처벌하는 법과 규범이 잘 정립되어 있습니다. 법적 제재는 폭력의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폭력적인 행동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형사 처벌을 받습니다. 반면, 현대 사회에는 폭력이 스트레스, 정신 질환, 사회적 소외, 가정 문제 등 복잡한 심리적,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증가했습니다. 최근 여러 사건에서 보듯, 개인의 정신 건강 문제와 사회적 불안정성이 폭력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폭력적인 행동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이버 폭력, 온라인 괴롭힘 등 새로운 형태의 폭력도 등장했죠. 

 

현재 한국 사회의 폭력은 어떨까요? 우리 사회 역시 학교 폭력, 가정 폭력, 성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새롭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작년 범죄율(인구 10만명당 범죄건수)이 세계 136개국 중 116위로, 범죄율이 낮은 국가에 속합니다. 2023년 검찰청의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살인범죄율은 1.4로 낮습니다. 전 세계 살인범죄율의 평균이 5.79인 점을 생각하면 매우 안전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살인범죄의 통계 수치와 달리, 전체 범죄율은 지난 30년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그림 1). 강도와 같은 극악의 범죄는 과거에 비해 감소했으나, 폭행과 성폭력 등은 유의하게 증가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치안에 대한 불안감, 범죄 피해에 대한 불안감은 높은 편인 것은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침팬지와 고릴라 같은 유인원은 인간과 유전적으로 3%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유인원은 기본적으로 무리를 형성해 생활합니다. 인간과 비슷한 측면이죠. 유인원은 자신이 속한 무리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갈등 해결 수단을 가집니다. 야생의 침팬지는 한 무리의 수컷들이 다른 무리를 공격하여 자신과 혈연관계가 아닌 침팬지를 물어 죽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른 집단에서 이 싸움을 중재하기도 해요. 집단 간의 서열정리가 되면, 즉 사회적 위계를 결정하게 되면 모두 극적으로 화해를 하기도 합니다. 인간 사회도 다양한 전략을 통해 폭력을 해결하려 합니다. 인간의 폭력성은 본성의 일부일 수 있지만, 인간은 또한 협력, 이타심, 연민과 같은 긍정적인 성향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인간의 공격성과 진료실내 폭력에 대해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연희 경희치대 구강내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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