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RD25를 다녀와서: 치과의사이자 여행자로

  • 등록 2025.07.30 20: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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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수필 제2665번째

‘보스턴’ 이라는 도시를 떠올렸을 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각자 다를 것이다. MIT, 보스턴대학교, 하버드와 같은 명문대의 도시, 랍스터, 굴 등 해산물이 유명한 도시…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필자는 보스턴을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학문, 여행 그리고 설렘이 함께한 특별한 여정이었다.

 

뜻밖의 기회로 ISPRD(International Symposium on Prosthetics and Restorative Dentistry)에 참석할 수 있었다. ISPRD는 매 3년마다 Quintesence Publishing 에서 주최하는 국제 학회이다. 세계 각국의 치과의사들이 보스턴으로 이맘때쯤 모여드는 것이, 메리어트 호텔 로비에서 보고 있노라면 일본, 이탈리아, 멕시코 등등 전세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이 작은 지구촌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학회이다 보니, 의외로 한국 치과의사들은 생각보다 수가 적었다. 등록 줄에 서있을 때, 뒤에서 유럽 치과의사들이 지르코니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엿들으며, ‘내가 정말 먼 곳을 왔구나!‘ 싶음을 느꼈다.

 

학회의 주제는 임플란트를 중심으로 하지만, 이름에서도 알다시피 보존, 보철, 치주 등 다방면을 아우르는 학회이다. 동시간대에 많게는 3-4개까지 강의실이 열리며 ‘하나만 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쉬울 만큼, 유익한 강연들이 많았다.

 

 

특히 보철과, 치주과, 교정과, 구강외과 등 여러과가 유기적으로 협진하는 케이스들이 많았고, 술 전 치과위생사의 TBI 및 위생관리를 통한 구강위생 관리교육을 완료한 후 장기간동안 CTG, LeFort, Bone graft를 거쳐 하나의 결과를 완성해가는 접근 방식과 이 과정을 모두 찬찬히 따라옴으로써 모든 것을 가능케 해주는 환자와의 관계는 굉장히 인상 깊었다. 신선한 임플란트 디자인이나 수술 접근법은 필자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개회날 저녁에는 사교의 장이 마련되어 있어, 내향인인 필자도 맥주 한병에 용기를 얻어 캘리포니아에서 온 치주과 선생님, 유럽의 보철과 선생님, Geistlich 직원분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웃으며 영어로 이야기를 나눴다. 낯선 공간에서, ‘이런 나도 있구나’ 싶은 새로운 필자를 발견했다.

 

학회가 끝나고 남는 시간에는 여행자로서 보스턴도 즐겼다. 하버드 의과대학과 치과대학 캠퍼스를 거닐며, 공원에 앉아 마트에서 산 라즈베리를 먹는 순간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푸른 잔디와 나무, 맑은 하늘, 뉴버리 스트리트의 야외 테이블에서 생선 요리를 즐기던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보스턴에는 훌륭한 컬렉션을 보유한 미술관이 많은데, 아쉽게도 다 방문해보지는 못했지만, 그중 단연 하이라이트는‘Museum of Fine Arts’였다. 운 좋게도 반 고흐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고, 처음 전시장 문을 열고 고흐의 자화상을 마주쳤을 때는 정말 마음이 ‘찡’해짐을 느꼈다. 책에서만 보던 명작들을 원화로 볼 수 있다는 사실, 물감의 뭉쳐진 정도, 붓의 결을 직접 마주한다는 것은 감정이 가슴 깊숙이 오롯이 남는 경험이었다. 고흐가 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며 오랫동안 그 앞에 머물렀다.

 

ISPRD 2025는 단순히 임플란트를 배우러 간 자리가 아니었다. 세계 치과의사들과 연결을 통해 새로운 임상적 시각을 얻음과 동시에 낯선 도시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어느새 더 넓은 세상 속에서 나의 자리를 조금 더 찾아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보스턴에서의 이 경험은 치과의사로서, 그리고 20대의 막바지에 있는 한 개인으로서도 깊이 마음에 남을 것이다.

 

장인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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