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의협 “의기법 개정안, 면허체계 흔드는 졸속 입법”

  • 등록 2026.05.27 1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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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소통관서 의료계 공동 기자회견…‘처방’ 문구 도입 반대
“치과 진료 특수성 외면…원격 지도도 예외적으로 제한해야”

 

치협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기법) 개정안에 대해 보건의료 면허체계와 환자 안전을 흔드는 졸속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치협과 의협은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포함된 ‘처방’ 문구 도입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치협을 비롯해 의협,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등 의료계 단체가 함께했다. 치협에서는 이정우 협회장 직무대행, 이상구 치협 총무이사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돌봄통합지원법에 역행하는 의료기사법 개정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국회의 신중한 논의와 법안 재검토를 촉구했다.


논란의 핵심은 현행법상 의사·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이뤄져야 하는 의료기사 업무에 ‘처방·의뢰’ 개념을 도입할 수 있는지 여부다.


김택우 의협회장은 “의사의 지도하에 수행되는 기존 의료기사 업무는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이를 처방 모델로 바꾸는 순간 의사의 관여가 어려워지고,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여 국민 건강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치협은 치과 진료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개정안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치과 진료는 육안 확인과 직접 처치, 출혈·통증 등 돌발 상황에 대한 즉각 대응이 필수적인 영역인 만큼, 치과의사의 실시간 지도와 책임 구조가 약화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정우 협회장 직무대행은 “인체에 가장 민감한 구강을 다루는 치과 진료는 육안 확인과 직접적인 물리적 처치가 필수적인 고도의 현장성과 실시간 대응이 생명”이라며 “치과의사의 실시간 통제를 벗어난 처방 개념은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결국 행위는 있고 책임은 없는 무면허 의료행위와 부실 진료를 양산할 뿐”이라고 밝혔다.


치협은 이번 개정안이 방문재활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의료기사법 적용 대상에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뿐 아니라 치과기공사와 치과위생사도 포함되는 만큼, 법안 통과 시 치과계 직역 전반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치협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지도 조항에 대해서도 제한적 허용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의료취약지, 거동 불편자, 장기요양 수급자 등 치과 의료 접근이 어려운 경우 공익적 목적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하며, 무분별한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직무대행은 “화상 통신이나 컴퓨터 화면을 통한 비대면 지도는 구강 내 출혈, 통증 등 현장의 응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제할 수 없다”며 “아무런 제어 장치 없이 전면 허용된다면 치과 의료기관의 정상적인 진료 시스템을 흔들고 부실 지도로 인한 의료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보건의료 취약계층을 돕는다는 명분이 무분별한 비대면 원격 치료의 전면 허용이나 면허체계를 뒤흔드는 처방 문구 도입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정부와 국회는 처방 문구를 즉각 폐기하고, 비대면 지도 조항은 의료취약지와 거동 불편자, 장기요양 수급자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단서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계는 통합돌봄과 방문 서비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장 질의응답에서 의료계 관계자들은 현재도 의사와 의료기사가 함께 방문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지도·감독 아래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시범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없이 운영 가능한 현행 지도 체계를 굳이 ‘처방’ 체계로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이후에는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과의 간담회도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의료계는 ‘처방’ 문구가 유지될 경우 환자 안전장치를 일부 보완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료기사에게 무엇을 어디까지 ‘처방’할 수 있는지 불명확한 상태에서는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고, 의료기관 밖 독자 업무 수행이나 별도 센터 운영 등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전달했다.


또 처방이라는 용어가 본래 의사·치과의사와 환자 사이의 진찰 및 의약품 처방 관계에서 사용되는 개념인 만큼, 의료기사 업무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기사 업무의 기본 원칙은 의료인의 지도·감독에 의해 이뤄지며, 원외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지도 범위를 합리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치협과 의협은 국회가 직역 간 이해관계나 통합돌봄 추진 명분만을 앞세워 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치협은 치과 진료의 특수성과 치과위생사·치과기공사 등 치과계 의료기사 직역에 미칠 파급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치협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 요구마저 묵살된다면 3만7천여 치과의사는 국민 구강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의료기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가 오늘(19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치협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리는 ‘의료기사법 개정 결사 저지 전국 의사·치과의사 대표자 궐기대회’에 나서는 등 법 개정 저지를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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