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경과조치 교육비 잔여금 환급이 결정된 바 있다. 상당액의 잉여금을 당시 통합치과 전문의 신청 대상자 약 8-9천명에게 환급해 준다는 것인데, 그 뉴스를 접한 순간 필자는 그 금액에 놀랐고, 환급대상자의 숫자에 한번 더 놀랐다. 당시 협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던 실무자의 한사람으로서, 이렇게 숫자로 보니 이는 아마 우리 치과계 역사에 남을만한 큰 사업이었구나라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다.
수많은 갑론을박을 거쳐 통합치과전문의 경과조치가 결정되었고, 전례가 없던 새로운 유형의 국가 전문의 배출 상황을 맞이하여 가능한 흠결없는 경과조치 교육과정과 시스템 구비를 위해 각 전문의 학회의 위원들과 협회 학술국, 수련고시국, 대한치의학회 임직원들은 불철주야 매진했었다. 이런 노력 끝에 마련된 교육과정에 따라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에 걸쳐 8,949명의 통합치과전문의 지원자에 대한 대면 교육이 진행되었고, 대규모 학회가 전국에서 상시 실시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진행하던 사람들도, 수강하던 사람들도 모두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복지부 역시 엄연한 “국가 전문의”의 배출과정이고 또 워낙 대규모로 진행되다 보니 수시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 및 민원에 늘 노심초사 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4년이 지났고, 코로나 상황의 심화로 대면 교육이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됨에 따라, 교육 진행 비용이 대폭 줄게 되었고, 이렇게 남게 된 돈이 바로 이 잉여금인 것이다.
정확한 시점은 아직 확정된 바 없지만, 다른 큰 변수가 없다면 이제 이 잉여금은 지난 제74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 187명 중 98명(53.8%)이 찬성한대로, 대상자 회원에게 환급될 것이다. 역사적 사업의 과정에서 조성된 치과계의 큰 기금(?)이 자연스레 소멸(?)되는 상황이기도 하고, 이를 지켜보며 뭔가 좀 아쉬운 생각에 개인적으로 그 잉여금의 보다 “의미있는 용처”에 대한 고민을 한 번 해보게 되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이번 시론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회원들과 한번 공유해보고자 하였고, 워낙 예민한 주제이다 보니 썼다 지웠다를 몇 번이나 하였는지 그간 연재했던 시론 중 가장 힘든 경험을 하고 있기도 하다. 미리 말하지만 필자는 환급 결정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이 결코 아니며, 회비처럼 걷힌 돈이 아니라 개인이 자비로 납부한 교육비였던 만큼, 쓰지 않은 만큼 다시 되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임을 밝혀둔다.
필자는 금년 5월부터 대한치의학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고, 아울러 협회의 학술업무와 수련고시 부분의 업무에 당연직 부회장으로서 책임을 맡고 있기도 하다. 대한치의학회는 40개 인준 분과학회를 총괄하는 기구이며, 아울러 치의학회의 학술이사와 수련고시이사는 협회에서도 같은 업무를 맡으며 회원들의 보수교육과 전문의 배출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 이런 업무의 중추로서 대한치의학회는 2002년 설립되었고 2017년 사단법인의 인준을 받으며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의과에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의학회에 비해 그 소임을 충분히 다하고 있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많은 일반 회원들은 대한치의학회의 역할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 듯하고 그저 많은 학회 중의 하나로 착각하는 분들도 여럿 경험하였다. 하지만 일반 회원들이 몰랐을 뿐 대한치의학회의 역할은 위에 언급한 학술, 수련고시의 업무 외에도 보다 중요하고 다양하다. 이는 대한의학회를 보면 좀 더 이해가 쉽다.
대한의학회는 1966년 대한의사협회 산하 분과학회협의회를 시작으로 우리보다 10년이 이른 2007년에 사단법인으로 정식 출범하였고, 의학교육과 학술진흥사업 지원은 물론 우리와는 다르게 전문의 자격시험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복지부와 협업하는 의료정책연구, 분과학회 지원, 의학통계 조사, 다양한 심의 인증사업, 진료임상지침개발, 기초의학지원, 의학용어 제정에 이르기까지 대한의사협회의 활동이 회원의 실질적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과는 결이 다른, 보다 근본적인 국민 보건과 의학 발전에 매우 중요한 사업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의 시험 응시료, 국책과제 수주, 협회보조금, 회비, 심의, 인증, 후원금, 기부금 등의 다양한 재원으로 연간 150억-200억 상당의 예산으로 운영되며 활동을 위한 재정적 기반이 튼튼하다.
반면 치의학회는 치협으로 부터의 연간 8000만원의 지원금과 분과학회로부터의 회비, 그리고 소규모 국책과제 한 두개, 연말 학술대회가 수입의 전부이다. 이는 직원들 인건비와 KCI 등재지인 대한치의학회지 발간 및 총회 및 이사회 운영자금으로 대부분의 비용이 소진되며, 나머지 업무는 회장단, 이사진, 직원들의 열정페이(?)로 충당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에 열거한 의학회가 하고 있는 사업들은 치의학회도 응당 하여야 할 중요 업무임에도 아쉽지만 현재의 재정적 여력으로는 불가하다.
이번 집행부에서는 (가칭)치의학정책연구원을 설립하여 대한치의학회의 구강보건 정책 입안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보려 하고 있고, 복잡하게 얽힌 치과계 주요 현안의 해결과 미래 치과의료의 발전에 대해 학술적이고 중립적인 해법제시를 위한 위원회의 활성화도 기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각 분과별 임상진료지침 개발 지원, AI 의료 지침 개발, 치과재생의료 활성화 지원, AI 시대 치의학 교육과정개발 등 미룰 수 없는 미래 치과계를 위한 필수 과제들이 포함되고, 추가로 치과의료 담당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복지부 구강정책국(실)신설 TF도 운영해보려 하고 있다. 이 모두 어느 정도 재정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일인 바, 서둘러 기부금단체 등록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고, 올해부터 학술대회도 좀 확대 개최하려 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자리를 잡는 데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이런 고민스런 상황에 이번 통합치의학 경과조치 잉여금 환급 소식은 필자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느낌을 들게 하였고, 환급 대상 회원들께 환급금의 일부를 “좀 더 의미있는 용처”로서 대한치의학회의 기반 조성의 시드머니로 부탁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부탁에 익숙지 않은 필자의 성격상 이런 제안에 과연 환급 당사자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하는 생각에 괜히 얼굴이 뜨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치과계에 이런 큰 자금이 앞으로도 다시 조성되기는 힘들 것이고, 필자의 사견이지만 우리 치과계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판단되었기에 용기를 내어 보기로 하였다.
1인당 환급금은 개인의 상황별로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리 큰 금액은 아닐듯한데 그 일부를 자유의사에 따라 대한치의학회에 “치의학(회) 발전기금”으로 기부해 주시길 조심스레 부탁드려본다. 만일 많은 분들이 동의해 주신다면, 번거롭지 않은 기부를 위해 시스템은 협회와 상의해 볼 것이고, 만일 이번에 여러분의 소중한 응원과 바람이 모인 “기금”이 조성될 수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대한치의학회는 모든 분들이 흡족하실 수 있는 우리나라 치의학과 치과계 발전으로 보답을 드릴 것임을 약속드린다. 물론 그 기금의 용처는 당연히 대한치의학회 홈페이지에 상시 게시될 것이다.
십일조 내시는 심정으로, 가족과 회식 한 번 덜하시는 심정으로, 반드시 더 발전해야할 우리 치과계의 미래를 위해 부디 많은 분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 부디 치의학 일병이 구해질 수 있기를….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