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두 어르신과의 여행

  • 등록 2026.07.15 16: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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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모님 두 분을 모시고 아들 녀석과 함께 네 명이 프랑스를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삼대가 함께 한 여행이었던 것으로, 오랜만에 부모님과 동고동락하며 새삼스럽게 알고 느끼게 된 점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싶습니다. 치과에 내원하시는 많은 환자분들이 저희 부모님 연세의 분들이 많으실 것이기에, 어르신 환자분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 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행기 좁은 좌석에 오래 앉아 계시는 것부터 두 어르신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두 분은 요령 있게 기회가 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발뒤꿈치 들기, 고개 돌리기 운동 등을 하시고 또 자연스럽게 걷거나 기둥을 붙잡고 몸을 비트는 등의 가벼운 신체 활동을 계속하시는 연륜 있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온몸이 쑤시고 결리는 증상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계속 몸을 움직이는 가벼운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죠. 그래야 덜 아프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저 같은 경우는 아직 40대이고 건강한 편이기 때문에 그 증상이 심하지 않은 정도일 것입니다. 자동차 여행을 하든, 기차 여행을 하든, 비행기 여행을 하든 아무튼 어르신들을 너무 오랫동안 한자리에 계속 앉아 계시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억 속에선 언제나 젊고 건강했던 두 부모님 모두, 세월의 힘 앞에서 예전만 못하시고 많이 약해지셨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두 분 모두 매일 만 보 이상을 걷는 분이셨기 때문에, 여행 동안 매일 최소 만 보 이상 걷는 일정을 크게 무리 없이 소화해 내셨습니다. 이틀 정도는 이만 보 가깝게 걷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날 중 하루는 아버지께서 잠시 어질어질한 순간이 있으셨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의자에 기대앉아 십수 분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기력을 회복하셨습니다. 무심한 아들은 눈치채지 못 했지만 아버지 말씀으로는 어질어질했던 그 순간이 정말 아찔했다고 하셨습니다.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이차 사고 없이 넘어갈 수 있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평소 한쪽 다리가 저릿저릿한 증상이 있어 약을 드시며 경과를 관찰하고 계신데, 평지를 걷거나 오르막 계단을 오르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리막 계단을 내려가시는 것은 정말 힘들어하셨습니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좋다고 내려갈 내리막 계단을, 어르신들은 반드시 난간을 잡고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디시며 겨우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계단 높이가 좀 낮으면 좀 수월하게 내려가시더군요. 하지만 일반적인 높이의 계단뿐만 아니라 그보다 좀 더 높은 계단이라면 한 발 내딛기가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님을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허리와 목 등의 관절이 뻣뻣하게 굳은 것 같은 상태가 풀어지지 않은 채로 지내시던 아버지는 승용차 같은 낮은 자동차에 타고 내리시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일반적인 승용차에 타고 내리시기도 힘들어하셨고 SUV 정도가 되어야 그나마 많이 불편하지 않게 타고 내리실 수 있었습니다. 고개가 잘 숙여지지 않고 허리도 뻣뻣하시기 때문에 낮은 승용차에 타실 때 머리부터 타야 한다면서 허허 웃으시던 아버지 웃음에, 함께 웃긴 했지만 마음은 저며오더군요.


두 어르신 모두 아침저녁으로 여러 종류의 알약을 십수 개씩 드시고 계셨습니다. 종류도 많고 복용 횟수도 좀 다르지만 또 시간 맞춰 먹어야 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 그날 드실 약을 미리 따로 챙기는 일이 일상이었습니다. 물에 알약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한 줌 가득한 약을 아침저녁으로 드시는 두 어르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두 분의 건강을 기도했습니다.


두 어르신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시지만 스마트하게 사용하고 계시진 않았습니다. 기도하실 때 기도서 대신으로 사용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대부분 카카오톡으로 가족, 지인들과 소통하는데 사용하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간혹 인터넷 검색을 하시는 것 같기도 하던데 어머니가 다른 용도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분 모두 유튜브 영상 시청을 간혹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 가끔 카카오톡으로 유튜브 영상 링크를 보내오시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비행기 모드 설정 등은 하실 줄 아셨고 유심칩 교환은 제가 직접 해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것을 거의 하지 않으셨고 현장에서 온전히 그 분위기를 느끼고 끝내는 것으로 여행을 즐기셨습니다. 아버지는 기회가 될 때마다 스마트폰을 열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목이 굳고 허리가 뻣뻣하신 이유로 사진 찍는 일조차 쉽지 않은 일임을 옆에서 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힘들어하시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진을 꼭 본인의 손으로 촬영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30년 후 제 모습을 미리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르신들은 자동차가 덜컹거리는 것에도 목이나 허리가 쉽게 삐끗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어르신을 모시고 운전할 때에는 과속방지턱 등 요철을 넘거나 커브길에서 회전할 때 특히 조심스럽게 운전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몇 년 전 허리를 한 번 삐끗하신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계신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두 분을 모시고 장시간 운전을 해 보니 다른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는 자동차도 조심조심 운전하고 있고 또 어르신들이 운전하시는 자동차들도 천천히 운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덕분에 저도 몸에 밴 습관이지만 역시 두 어르신은 여전히 음식 한 조각 남기는 법이 없으셨습니다. 제 몫으로 주어진 것은 반드시 먹어서 해치우지 결코 쉽게 버리는 일이 없으셨습니다. 과일 한 쪽, 물 한 모금조차 예외는 없었습니다. 가리는 음식 없이 뭐든 잘 드신다는 것은 두 분이 참으로 건강하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형편에 맞춰 있는 음식 먼저 먹고, 남은 음식 다음에 또 먹고, 먹다 남지 않도록 처음부터 양을 잘 조절하셨습니다. 하지만 매 끼니는 놓치지 않고 다 드셨습니다.


지금도 아버지는 농담처럼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못 먹은 이 한 끼는 앞으로 평생 다시 먹을 수 없는 한 끼이니 굉장히 소중한 한 끼인 것이다. 반드시 거르지 말고 끼니를 꼭 챙겨 먹자!!’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모두 매 식사를 꼭 챙겨 드셔야 했고 식사가 부족하시면 곧 공복에 힘이 빠지며 어지러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부모님을 쏙 빼닮은 저 역시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체질이라 어떤 말씀이신지 정확하게 잘 알고 있습니다. 제때 식사를 못하면 적어도 간식거리라도 챙겨 그때그때 먹어줘야 최소한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인간적인 약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젊으셨을 때 약주를 곧잘 즐기셨던 아버지께서 소주 몇 잔에 다음날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고 - 어질어질 아찔하셨다는 그날이, 전날 소주를 몇 잔 드셨던 그 다음 날이었습니다. - 새삼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 술도 건강해야 마실 수 있는 것이구나!! 제가 비록 사회적으로는 술을 끊고 마시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끔 와인, 맥주를 조금 즐기는데, 건강관리를 잘해서 끝까지 이들을 즐길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피곤하시면 일단 주무시는 스타일이시지만 어머니는 아무리 피곤하시더라도 그날 해야 할 일은 반드시 다 끝내놓고, 다음날 필요한 모든 준비를 미리 다 갖춰 놓고 잠자리에 드시는 스타일이셨습니다. 여행 가방이 언제나 깔끔하게 정리정돈되어 있는 쪽은 당연히 어머니 쪽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수첩과 볼펜을 가지고 다니시면서 그날 여행했던 장소 이름, 기억하고 싶은 것들의 이름, 그날의 감정들을 손수 기록하고 계셨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은 반복해서 저에게 물어보시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날의 중요한 일들을 수첩에 기록하시는 모습은 매일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며 일상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저에게도 많은 영감과 자극을 주었습니다. 역시 피는 못 속입니다. 한정된 지면으로 여기에서 마무리합니다. 다음에는 10대 청소년과의 여행에서 느낀 점을 공유해 볼 예정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섭 광주지부 재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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