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에 이른바 ‘석션 혁명’이 일어나면서 만성적인 구인난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치과위생사가 진료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보조업무 가운데 하나인 석션을 도와주는 제품이나, 이를 자동화한 장비가 잇따라 공개되거나 출시를 앞두면서 향후 인력 운영 방식에 대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치과 업체들은 새로운 석션 제품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과 센서 기술을 접목한 자동 석션 시스템, 로봇 기반 보조 장비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일선 개원가에서는 이 같은 기술이 단순히 편리한 장비를 넘어 인력난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재 치과계는 치과위생사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되면서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진료 보조 인력 부족으로 예약 환자를 줄이거나 원장이 직접 진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석션 어시 제품 또는 자동 석션 장비가 도입되면 진료 과정에서 반드시 한 명의 보조인력이 붙어야 했던 상황이 일부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임플란트, 보철, 외과 진료처럼 석션 의존도가 높은 진료에서의 업무 효율 향상이 기대된다.
무엇보다 치과위생사가 반복적인 석션 업무에서 벗어나 환자 상담과 감염관리, 예방처치, 구강보건교육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환자 입장에서도 보다 안정적인 진료 환경과 향상된 서비스 경험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석션 업무와 달리 환자 대응, 원장과의 즉각적인 호흡, 응급상황, 진료 준비와 정리 등은 여전히 숙련된 인력이 담당해야 하는 영역인 만큼, 석션 제품의 새로운 등장은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업무 부담을 줄이는 보조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치의 직접 아이디어 개발 참여
특히 이 같은 변화는 치과의사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 개발에 참여하면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박경태 원장(미래e치과)은 과거 영등포구회 세미나 현장에서 석션 제품에 관한 아이디어를 치과 업체에 제공해 상용화에 성공시킨 일화를 전하며 현재 해당 제품을 적극 활용 중이라고 전했다.
박경태 원장은 석션 제품에 관해 치마형 날개로 어금니를 감싸고, 문어 빨판 원리로 그 아래의 타액을 흡입하는 방식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이를 활용함에 따라 치과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박경태 원장은 “직원들에게 개발된 석션 제품을 활용하니 노동력이 얼마나 줄었냐는 질문에 60~70% 가량 줄었다고 했다”며 “나도 진료할 때마다 석션 때문에 직원이 굳이 옆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수술 등 정말 필요할 때가 아니면 진료 준비와 정리, 환자에게 설명만 잘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어 “치과 직원은 일한 만큼 못 받는다는 생각이 들면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치과 원장·직원 간 미스매칭이 일어나 구인난이 발생하는 거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석션이 기본적으로 노동 강도가 세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어느 직원이나 그렇겠지만 돈을 조금 받더라도, 하는 일이 그만큼 적으면 일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 석션 로봇 개발도 한창 ‘이목 집중’
구인난으로 치과 석션 로봇 개발에만 3년을 투자했다는 김남균 원장(연세굿플란트치과)은 내년 말 석션 로봇 제품의 공식 출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김남균 원장은 “치과 수에 비해 치과위생사 수가 계속 부족해지는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이라며 “치과위생사 업무 중 하루의 2.5시간은 석션을 하고 있다. 석션이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이 꽤 많더라. 그래서 석션 로봇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석션 로봇을 만들고자 여러 로봇 업체들을 만나 이야기했지만 실패했다. 여타 로봇 업체에서는 석션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전문가를 따로 모아 로봇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최경연 업체 대표도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본과 재학 중 일선 개원가의 보조인력 부족에 대한 고충과 조언을 바탕으로 석션, 리트랙션처럼 반복적이고 장시간 고정이 필요한 보조업무를 덜어줄 수 있는 로봇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치과 경영 전문가 강익제 원장(NY치과)은 “인력난의 대표적인 게 바로 석션이다. 석션 제품의 개발이 구인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거 로봇이 없을 당시에는 일반인이라도 석션 정도는 해줄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많았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