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돌보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돌봄

  • 등록 2026.08.12 15: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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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수필 제2716번째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방문 진료 가방을 들고 버스에 올랐다. 오늘은 구강건강 통합돌봄사업의 일환으로 92세 어르신과 63세 장애인 따님을 찾아가는 날이었다.

 

따님은 34년 전 연탄가스 사고로 의식을 잃은 이후 지금까지 코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침상에서 지냈지만 예상과는 달리 구강 상태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단단한 치석이 있었지만 심한 염증과 치아의 동요도는 보이지 않았고, 활동지원사께서 하루 두 차례 거즈로 구강을 닦아주며 꾸준히 관리하고 계셨다. 치과의사의 손길보다 매일 이어지는 돌봄의 손길이 구강 건강을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92세 어르신은 상악 국소의치와 최근 제작한 하악 총의치를 가지고 계셨다. 아래 틀니가 불편하다고 하셨지만, 얼마 전 인근 치과에서 진료를 받으셨고 의치의 상태도 치조골 흡수에 비하여 양호했다. 최근 심장 스텐트 시술을 다시 받으셨고 파킨슨병 치료도 받고 계신다고 한다.

 

무엇보다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분의 삶이었다. 권사님이신 어르신은 34년 동안 의식 없는 딸을 돌보며 살아오셨다. 최근 10여 년은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오고 있었고, 현재는 와상 상태의 딸을 위해 야간에도 활동지원사가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불편하시더라도 하악 틀니를 조금씩 사용해 보시라고 다소 큰 소리로 설명을 드렸다. 치매와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셨지만, 말씀을 듣는 표정과 눈빛에서는 여전히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 눈빛을 바라보며 오랜 신앙생활 속에서 견뎌 오셨을 세월과, 누워 있는 딸을 향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잠시 상상해 보았다.

 

 

현장을 다녀올 때마다 통합돌봄사업의 대상자는 저마다 너무나 다양한 삶을 살아왔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어쩌면 모든 상황에 맞는 완벽한 돌봄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연하장애가 있는 어르신들에게는 이동의 어려움보다, 물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치과 진료 장비 자체가 거대한 장벽일 수 있다. 이동 문제만 해결된다고 통합돌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치과 영역의 통합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는 요양보호사와 활동지원사에 대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방문하는 시간은 제한적이지만, 이분들은 하루하루 곁에서 환자의 삶을 함께 살아간다. 돌보는 분들이 올바른 구강관리 방법을 알고 실천하는 일은 치료 못지않게 큰 의미를 가진다.

 

물론 돌봄은 직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 곁을 묵묵히 지키는 일은 급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헌신이 담겨 있다. 이번 방문은 그렇게 돌보는 분들 앞에서 저절로 숙연해지는 시간이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과 봉사의 마음이 있어야 활동지원사와 요양보호사의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분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구강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그러한 과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초고령사회는 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복지의 지속 가능성,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인 분배, 전문직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최근 이슈화된 첨단 기술과 산업 발전이 창출한 사회적 부를 어떻게 이러한 인간 중심의 돌봄 체계로 연결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통합돌봄 역시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완성되어야 한다.

 

방문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통합돌봄의 핵심은 치과의사가 방문하는 몇십 분이 아니라, 환자의 곁을 지키는 수많은 시간일 수 있다. 결국 사람을 돌보는 사람을 돕는 일이 가장 중요한 돌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헌신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것, 그것이 치과의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통합돌봄의 한 단면일 수 있다.

 

정책은 곧 표심이고, 더 많은 유권자의 관심과 요구가 정치권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관심도의 증가, 저변의 확대를 통한 더 많은 목소리의 표출이 필요한 이유이다. 치과계가 외치는 방문치과진료 시범사업 추진, 관련 수가체계의 현실화, 통합돌봄 내 치과 역할 명확화 등을 향한 지름길일 수 있다.

 

구강건강은 단순히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 아니다. 한 인간의 존엄과 ‘삶 자체’를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 통합돌봄은 치과의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돌보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돌봄이다.

최유성 부천 이지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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