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국에 다수 의료진을 바탕으로 평일 야간은 물론 주말과 공휴일까지 진료하는 치과가 지방 중소도시까지 확산하면서 지역 개원가에 새로운 경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는 인근 동네 치과의 휴무 축소, 노동시간 증가 등 대응을 부르고, 시간·수가·홍보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개원 생태계의 지속성을 지킬 균형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구 40만 명 안팎인 경북의 한 중소도시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A원장은 최근 격주로 쉬던 토요일에도 진료실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인근에 다수 의료진을 갖추고 주말·휴일 진료를 제공하는 이른바 ‘365 치과’들이 들어선 뒤 예약과 내원 환자 감소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일요일까지 진료시간을 늘리기에는 체력과 인력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기존 운영 방식을 고수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A원장의 하소연이다. 환자 이탈을 막기 위해 임플란트 수가를 조정해야 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A원장이 있는 지역에서는 신규 치과 개원 이후 일부 기존 치과가 토요일 진료를 확대하고 간판 교체, 홈페이지 개설 등 홍보 강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A원장은 “젊은 치과의사들이 개원가에 새로 자리 잡기 어려워지면서 저수가와 일요일 진료로 틈새를 공략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지방 중소도시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환자 수는 한정돼 있는데 신규 개원이 이어지면서 개원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 2020년 이후 ‘365’ 치과 증가세
치과 운영시간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는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본지가 정상 운영 중인 전국 치과의원 1만9330곳을 분석한 결과, 치과명에 ‘365’와 같이 연중 진료를 연상시키는 숫자나 표현을 사용한 곳은 130곳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치과의원의 약 0.7%로 절대 비중은 크지 않지만, 해당 치과 130곳 가운데 71.5%(93곳)가 2020년 이후 개원하는 등 최근 집중되는 양상이다.
현재 폐업 여부와 상관없이 시기별 신규 개원을 살펴보면, 2010~2014년 4552곳 중 0.3%(13곳), 2015~2019년 3762곳 중 0.7%(26곳), 2020~2025년 3298곳 중 2.5%(84곳)로 가파른 증가세다. 올해도 11곳이 신규 개원했다.
인력과 규모도 대체로 큰 경향을 보였다. 해당 치과들 중 의료인이 2명 이상인 곳은 68.5%(89곳), 평균 의료인 수는 2.82명이었다. 반면 나머지 치과 1만9200곳 중에서는 의료인 2명 이상이 21.3%(4095곳), 평균 의료인 수는 1.32명이었다.
시설 규모에서도 해당 치과의 면적 중앙값은 338.9㎡(약 102.5평), 100평 이상은 53.1%(69곳)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나머지 치과는 156.6㎡(약 47.4평), 100평 이상은 8.6%(1563곳)에 그쳤다.
# 동네 치과 휴무 축소·비용 부담 직결
전문가들은 대형 치과의 경우 교대근무 등을 통해 운영시간 확보에 큰 부담이 없지만, 동네 치과는 진료시간 연장이 곧 원장의 노동시간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병국 원장(죽파치과)은 “원장과 직원들의 체력적·시간적 한계가 뚜렷한 1인 치과가 다인 진료 치과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시간·휴일진료 모델이 지방까지 확산하는 것은 지역 개원가에도 경쟁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휴무를 줄이면 직원 반발이나 추가 고용에 따른 경영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비급여 수가 인하는 수익성을 악화시켜 장기적으로 치과계 전체가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모든 시간대를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평일 하교·퇴근 이후나 토·일요일처럼 환자가 진료받기를 원하는 시간대에 진료 인력과 시간을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운영시간을 늘린 만큼 전체 환자가 증가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주요 내원 환자의 연령과 직업, 선호 시간대를 분석하지 않고 무리하게 진료시간을 확대하면 평일 예약이 야간이나 주말로 분산되는 데 그치고 인건비와 운영비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력 보강 없이 운영시간을 늘리면 의료진과 직원의 피로 누적, 번아웃과 이직으로 이어져 진료의 세심함과 환자 소통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정우 대한치과의료관리학회 수석부회장은 “야간·주말·공휴일 진료는 환자 편익을 높이지만, ‘남들이 잘되니까’하는 따라 하기식 경쟁은 단기 매출을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우수 인력의 유출과 진료 질 저하라는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병원의 철학과 진료팀의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는지 살피고, 환자의 연령·시간대별 분포, 재진율, 환자 특성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불필요한 운영시간 확대보다 기존 환자와의 관계와 지속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