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치과의사들은 어디에 있는가?

  • 등록 2026.08.19 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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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치과의사’의 정의는 무엇일까. 나이일까, 졸업 연도일까.

 

세계 각국의 치과의사협회마다 ‘젊은 치과의사(Young Dentist)’를 정의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FDI 세계치과의사연맹에서는 일반적으로 치과대학 졸업 후 10년 이내의 치과의사를 젊은 치과의사로 일컫는다. 최근 여러 나라의 치과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통으로 듣게 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젊은 치과의사들의 협회 참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와 비슷한 시기에 졸업한 치과의사들에게 왜 협회에 가입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면 “그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해서”라는 답이 의외로 흔하다. 처음에는 이것을 단순히 세대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조직에 가입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는 젊은 치과의사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치과계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필자는 현재 FDI 세계치과의사연맹의 Young Dentists Community Task Team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러 국가의 치과의사협회를 대상으로 “젊은 치과의사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보았을 때 생각보다 관련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에도 상당수는 최근 졸업한 치과의사보다는 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역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활동은 찾아볼 수 있지만, 정작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젊은 치과의사를 위한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찾기 쉽지 않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치과의사에게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학생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진료에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고, 동시에 새로운 직장을 선택해야 한다. 더 많은 임상 경험을 쌓고 싶은 욕구도 크다.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학자금이나 생활비와 같은 현실적인 부담도 함께 찾아온다.


해외의 여러 치과의사협회에서도 초기 경력 치과의사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졸업 후 몇 년간 인하된 회비를 제공하거나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젊은 세대가 협회의 활동이나 의사결정 과정에 더 일찍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여러 나라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흥미로웠던 것은, 젊은 치과의사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이 생각보다 서로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그중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과잉 진료와 진료에 대한 압박이었다. 영국에서는 일부 젊은 치과의사들이 고용된 진료 환경에서 과도한 진료를 요구받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시기에 고용주나 조직으로부터 받는 진료 압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적절한 진료인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젊은 치과의사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다.

 

다른 국가에서는 젊은 치과의사들의 윤리적 판단과 관련된 문제 역시 이야기되었다. 단순히 개인의 윤리의식만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졸업 후 충분한 멘토링과 임상적 조언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다. 치과대학에서 실제 진료 경험을 충분히 쌓기 어렵기 때문에 졸업 후 많은 환자를 보는 환경을 선택하게 되고, 여기에 경제적인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젊은 치과의사의 진료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젊은 치과의사들 가운데 소위 ‘덤핑치과’라고 불리는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왜 그곳을 선택했느냐고 물어보면, “수술 경험을 빨리 쌓을 수 있어서”, “많은 케이스를 접할 수 있어서” , “페이가 높아서”라는 대답을 듣곤 한다. 물론 이러한 선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선택에 대한 평가를 잠시 뒤로하고, 이 대답들을 뒤집어 보면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경제적인 안정, 충분한 임상경험, 그리고 다양한 진료를 경험하고 싶은 욕구를 한꺼번에 충족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때로는 “한국의 치과계가 너무 힘들어서 해외로 나가고 싶다”라는 젊은 치과의사들의 이야기도 듣는다. 물론 국가마다 의료제도도 다르고 치과의사의 근무 환경도 다르다. 하지만 해외의 젊은 치과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조금 의외의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한국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고민의 상당수가 다른 나라의 젊은 치과의사들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진료 경험을 어떻게 쌓을 것인가. 경제적인 안정과 임상적 가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좋은 고용 환경은 무엇인가. 어려운 임상적·윤리적 결정을 누구와 상의할 것인가. 그리고 치과의사라는 직업 안에서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국가의 젊은 치과의사들이 비슷한 질문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젊은 치과의사들의 협회 참여 감소 역시 단순히 ‘요즘 젊은 사람들은 협회에 관심이 없다’는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들이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신호일 수도 있다.

 

전국 단위의 치과의사협회(National Dental Association)는 한 개인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치과계 전체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특히 임상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치과의사에게는 선배와 동료를 만나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치과계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연결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먼저 젊은 치과의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어떤 경험과 기회를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좋은 제도와 프로그램이 있다면 젊은 치과의사들이 그것을 쉽게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치과계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젊은 치과의사가 미래’라고 말한다. 그러나 젊은 치과의사들은 미래에 등장할 사람들이 아니다. 이미 오늘 환자를 진료하고 있고, 오늘 치과의료의 현실을 경험하고 있으며, 지금 우리 치과계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동료들이다. 해외의 젊은 치과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오히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서 작은 위안을 얻기도 했다. 동시에 전 세계 치과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젊은 치과의사들은 어디에 있는가?


어쩌면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들이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듣고 있는가.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다솜 치협 국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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