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노인이 주로 거주하는 곳은 재가, 요양시설 및 요양병원이다. 이들의 거주 형태는 건강상태와 의료 필요도, 일상생활 수행능력 등에 따라 결정된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든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연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가’이며, 이것이 올해 3월 시행된 통합돌봄지원법의 핵심 방향이다. 이전의 입법과 달리 치과가 통합돌봄의 시작부터 포함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지만, 현실과는 여전히 상당한 거리가 있다. 게다가 노인 장기요양시설의 치과계약의사 제도는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로 거의 유명무실하고, 심지어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이면서도 치과의료와의 연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통합돌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구강정책과가 보건의료정책실 의료자원정책관 산하로 편입 등 치과진료와 구강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도 치과영역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재가·요양시설·요양병원의 구강에 대한 문제점과 그 해소책을 약술해 보고자 한다.
치과진료와 구강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기존 치과진료는 대체로 치과질환이 발생하면 치과를 방문해 치료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는 이러한 접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노화와 건강 악화 과정에서 구강건강의 저하는 저작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식사량 감소와 영양불량, 근감소와 노쇠, 연하장애 및 전신기능 저하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돌봄 노인에게 구강건강은 단순히 구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영양과 삼킴, 신체기능과 자립을 뒷받침하는 건강의 기반이다. 이것이 통합돌봄에서 치과의 역할 역시 ‘구강을 치료하는 치과’에서 ‘노인의 구강기능과 전신건강을 지키는 치과’로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구강노쇠(oral frailty) 개념이 중요한 정책적 의미를 갖는 것도 여기에 있다. 기존 구강정책의 주요 지표가 치아우식, 치주질환, 치아상실, 틀니의 기능 이상 등 질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저작기능, 혀와 입술의 운동, 구강운동 및 삼킴 기능, 영양 상태까지 포괄할 필요가 있다. 즉 구강정책의 패러다임도 질환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나아가 건강수명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단순히 치아우식·치주질환·치아상실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저작과 구강운동, 연하기능을 유지하고, 이를 영양·신체기능·사회참여·자립과 연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것이 돌봄 노인이 어디에 거주하든 구강건강관리가 지속될 수 있도록 재가-요양시설-요양병원을 하나의 ‘구강의료 연속체(oral healthcare continuum)’로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치과계도 이제 단순히 “구강정책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를 넘어, “통합돌봄이라는 새로운 보건의료 전달체계 안에 구강건강서비스를 어떻게 설계하고, 필요한 인력·수가·평가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치과의 미래는 치과진료실 안에만 있지 않다. 돌봄 노인이 살아가는 가정과 요양시설, 요양병원, 그리고 다시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삶의 현장에 치과가 함께할 때 비로소 구강건강은 통합돌봄의 실질적인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비로소 국민들의 뇌리 속에 ‘구강을 치료하는 치과’에서 ‘건강한 삶을 지키는 치과’로의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재가·요양시설·요양병원의 치과진료체계 사각지대
재가·요양시설·요양병원에서는 각각 서로 다른 형태의 치과진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재가 노인은 스스로 또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치과를 방문해야 하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기능이 저하된 노인, 독거노인, 중증 만성질환자는 치과 방문 자체가 어렵다. 특히 치과진료는 이동·승하차뿐 아니라 진료 자세 유지와 장시간 구강 개방 등이 필요해 기능이 저하된 노인에게 신체적 부담이 크다. 따라서 재가 노인에게는 치과질환 치료뿐 아니라 구강환경 관리와 구강노쇠 예방을 포함한 지속적인 구강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과 전달체계는 아직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방문간호 과정에서 구강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이를 적절한 치과진료와 방문구강관리로 연결하는 의뢰·연계체계도 미흡하다.
요양시설에서는 2016년 치과계약의사 제도가 도입되어 치과의사가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선택적 계약의사제도 아래에서 구강이라는 특정 영역을 담당하는 치과의사가 선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 그 결과 입소 노인의 구강건강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지속적인 체계가 거의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요양병원의 치과 처치와 구강관리는 더 더욱 취약하다. 치과의사는 요양병원을 개설할 수 없고, 모든 요양병원에 별도의 치과진료실을 설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입원 노인의 구강관리가 의료체계에서 사실상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양병원에는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신경근육질환, 장기와상, 연하장애 등 상당한 기능저하를 동반한 환자가 많다. 이들에게 구강문제는 단순한 치과질환에 그치지 않고 저작능력과 식사량 감소로 인해 영양불량·근감소·신체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구강위생이 불량하거나 삼킴 장애가 동반된 경우에는 흡인성 폐렴 등 합병증의 위험도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요양병원에서의 치과 개입은 사실상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독일·일본 사례 참조
독일은 요양시설과 치과의사의 협력계약을 통해 협력 치과의사가 정기적으로 시설을 방문해 구강질환과 치료 필요성을 평가하고, 구강건강계획을 수립하며, 종사자에게 구강관리 방법을 교육하고, 필요한 경우 치과치료로 연계하도록 하고 있다. 치과의사의 역할을 단순한 ‘치료 제공자’에서 시설의 구강건강관리체계를 지원하는 역할로 확대한 것이다.
다만 2024년 실제 구강건강상태 평가와 구강건강계획이 이루어진 입소자는 4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이는 실제 서비스 이용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인과 접근성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일본 역시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구강위생과 구강기능을 관리하고, 구강건강-구강기능-영양-삼킴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구축해 왔다. 이러한 두 국가의 경험을 토대로 이제 우리나라도 지자체·보건소·국민건강보험공단·지역 치과의사회·치과의료기관·요양시설·요양병원이 연계되는 ‘지역 단위의 구강건강 통합돌봄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특히 개인별 통합지원계획에 구강상태와 평가결과를 표준화하고, 관련 기록과 정보를 연계함으로써 거주지가 바뀌더라도 구강건강 정보와 관리계획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재가 노인의 방문치과진료와 방문구강관리 체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서비스 내용과 제공인력, 대상자 선정기준, 의뢰·회송체계 및 수가를 구체화하고, 방문치과진료 시범사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또한 가족과 요양보호사에게 표준화된 구강관리 교육과 지원체계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요양시설 치과계약의사 제도를 ‘시설 구강건강관리 책임 치과의사’ 체계로 재설계해야 한다. 최소 월 1회 치과의사가 필수적으로 참여해 정기적인 구강상태 평가와 구강건강계획 수립, 종사자 교육, 필요한 치과치료 연계를 담당하도록 하고, 입소자의 구강건강과 구강기능 유지·개선을 시설 평가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요양병원에서는 치과의사의 다학제적 참여를 통한 표준화된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구강관리 책임자를 지정하고, 치과의사가 의사·간호·영양·재활팀과 함께 저작·삼킴·영양·감염관리를 연계하는 다학제적 구강관리체계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재가·요양시설·요양병원에 각각 필요한 치과서비스를 마련하는 동시에, 노인의 구강건강 정보와 관리계획이 거주지와 관계없이 이어지는 연속적인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통합돌봄에서 구강건강은 더 이상 치과의료의 부수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돌봄의 연속성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건강요소이다. 따라서 방문치과진료 시범사업과 현실적인 수가를 마련하는 한편, 각 제도에 치과진료를 개별적으로 추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재가·요양시설·요양병원을 하나의 연속적인 전달체계로 구성해야 한다. 돌봄 노인이 어디에서 생활하든 구강건강 정보와 관리계획이 이어지고, 필요 시 적절한 치과진료와 구강관리를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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