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바다보다 산이 더 좋아진다는 말이 있다.
이번 휴가 때도 아이들 등살에 못 이겨 바닷가로 떠났지만, 저녁에는 숙소 뒤에 있는 산에 올랐고, 집을 이사할 때도 식구의 간곡한 요청은 무시하고 학군보다는 즐겨 찾는 산 근처에 더 우선 순위를 두고 이사를 하였으니, 선배님들께는 죄송한 얘기지만 어김없이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그렇다고 내가 산을 아주 잘 타거나 많이 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자연을 벗삼으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멀리는 못 가도 시간이 나면 집 근처 산을 자주 오르는 편이다.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땀 흘리며 오른 정상에서 산들바람에 몸을 맡기며 내가 올라온 발자취를 내려다보는 일이란 쾌감 그 자체이다.
작은 일 또는 어느 한 분야에서 이런 쾌감을 맛본 이들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을 통틀어서 정상에 오른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우리 인생에 그래프와 같은 곡선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나름대로 정상과 골짜기는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미 지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정상을 향해서 힘차게 혹은 아직도 힘들게 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너무 큰 산을 오르다가 중도에 멈추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처음부터 오르기를 포기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산에서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는 것이 중요하듯이 하루하루를 성실히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르는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주변 경관 한번 제대로 구경 못하고 올랐다. 하산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상에 있으면서도 너무 한 곳만 보고 살아서 반드시 느껴야만 하는 자기 만족감을 모르고 지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인생이란 계속 오르다가 자기가 목표한 정상에서 죽는 것이 아닐까?
혹시 나이가 들었다고 왕년이나 찾으면서 더 오르기를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너무 무모하게 불가능한 정상에 도전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자기 자신만의 정상에 올라 왔다는 성취감에 사로잡혀 오르는 것만큼 중요한 하산계획을 아예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예 포기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 지금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 인생의 그래프를 생각해 보고 정상을 향해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요즘 지상에 자주 회자되는 대권주자들에게도 산 정상에 올라가 자기 인생의 의미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산 길의 정상은 으레 더 높아 보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