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묵 월요칼럼]건강이란 무엇일까?

2005.08.01 00:00:00

사람들은 질병과 건강의 징검다리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질병이란 우리들이 어쩌다가 혹은 우연히 경험하게 되는 기본적 속성 중에 하나이며 인간 본질의 일부가 되는 실체를 말한다. 따라서 건강이라는 실체도 우리들 앞에 특정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있는 존재임을 나타내고 있는 하나의 본성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감추어져 있으며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건강은 언제나 ‘평안한 느낌’의 상태로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는 모습으로 자기의 실체를 들어 낼 뿐이다. 이 평안한 느낌이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기자신이 열려있고, 새로운 계획과 희망으로 설레이고 어떤 부담과 긴장을 느끼지 못하면서 자기 자신에 충실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어디 아프세요?”라고 묻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건강하다고 느끼세요?”라고 묻기는 좀 어색하다.


건강이란 느낌으로 감지되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이란 우리가 숨쉬고, 움직이고, 잠을 자는 모든 과정을 통해서 생기와 활력을 얻는 삶의 리듬이며 스스로 균형을 잡아가는 지속적인 과정을 말한다. 건강은 삶의 현실에 참여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며, 자신의 일상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습 그 자체를 의미한다. 또한 건강은 단순히 신체의 상태가 나쁘다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정신적 건강 그리고 사회적 건강도 완전한 포괄적인 의미의 건강을 말한다. (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 social well being)


사람이 건강한 상태이냐 아니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신체 자체만이 아니고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현상에 의한 탓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 신체가 유기적인 자기 방어 기전으로 평형을 유지해 주는 것은 신체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에 의해 유지되며 또한 자연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있을 때이다. 즉, 우리 신체 안에 있는 자연의 섭리현상으로 생명을 구성하는 기능들 간의 독특한 상호 작용에 의한 것이다. 이런 자연의 섭리현상은 하늘에 있는 별들의 운행, 땅에서의 계절의 변화, 살아있는 땅과 숲, 바다의 움직임 같은 모든 자연현상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근대의 발달된 과학의 위대한 능력으로 질병과 건강을 둘러싼 폭넓은 문제에 대해 오로지 과학적 근거와 토대 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정복하며 조종되기를 바라는 것이 근대사회문명의 자랑으로 내세우고 싶어 하고 있다. 우리들의 살아가는 현실속에선 꼭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무수한 영역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대문명은 다양한 경험적 자료의 평균치를 얻고 그것을 단순한 사례에 적용해서 얻은 표준적 가치기준에 맞추어 질병이나 건강을 규정하려는 안간힘에 몰두 하고 있다.


의학은 보편적인 과학이다. 그런데도 보편성을 점점 잊어버리고 지나치게 실험적,수학적 과학의 방법론과 의학이 접목하면서 지나치게 세부적이고 미세한 전문화의 미로속으로 빠져 길을 잃고 전체를 바라보는 의학적 시각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과학적 경험만으로 자연현상을 정복하고 조종할 수 없다는 한계를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의학적으로도 질병의 징후를 자연섭리에 맞서 대항하면서 정복하고 조종하려드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임상의학은 과학적 과정이나 생물학적, 화학적 방법을 많이 도입하는 것으로 그 우월성을 내세워선 안될 것이다. 의술은 질병에 대한 성공적인 투쟁을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폭넓은 의미에서 건강을 ‘돌보는 일’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의사들의 진정한 임무는 무언가 만들어 내거나 무언가를 행(行)하는 일이 아니라 환자가 건강해지도록 특정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일 뿐이다. 의사의 치료는 다른 사람의 삶을 정복해서는 안 된다. 건강은 참으로 귀중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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