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성 진 월요 시론]지식을 활용하는 훈련이 필요

2009.06.15 00:00:00

오 성 진 <본지 집필위원>

지식을 활용하는 훈련이 필요

 

생각의 깊이를 깊게 하다 보면,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얕은 판단인가를 깨닫게 될 때가 많다. 좋은 일에는 웃고 힘든 일에는 찡그리고 마음에 드는 일에는 기쁘고 언짢은 일에는 짜증을 내는, 갖은 반응들이 생각의 얕음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통이 축복이라는 말이 있다. 언뜻 들으면 이상한 말도 다 있다라는 생각과 함께, 참 뜻에 대한 호기심도 발동을 한다.


어찌 고통이 축복이 되겠느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우리들은 이미 그것을 경험했다. 나라가 내일이라도 당장 망할 것 같던 10여 년 전, IMF사태라는 혹독하고 암담한 상황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고통을 통한 축복이었다.

 

우리는 지금, 십여 년 전의 상황보다도 더 어려운 상황에 떨어져 있다고들 한다. 거리의 곳곳에서는 빈 택시가 줄지어 서 있고, 건물의 벽에는 ‘임대" 현수막이 먼지에 절어서 너풀거리고 있다. IMF 체제시절에는 그런대로 먹고 살수는 있었는데 지금은 여유가 거의 없이 하루 하루를 넘겨 가는 것이 벅차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거리의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음이 보인다. 십여 년 전 보다 얼굴에 웃음을 띈 사람들이 많아 보이고, 움직임이 훨씬 활기가 있어 보인다. 참 이상하기도 하다. 힘들다고 하는 사람이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더욱 밝아졌으니 말이다.


요새의 문제들은 개인은 물론이지만,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닌 세계가 한 덩어리가 되어 풀어야만 하는, 복잡하게 글로벌화 된 시대 속의 문제들이다. 퓽요로워지고 인간적이 되리라고 생각했던 글로벌화에 대한 인류의 기대가 여기 저기에서 깨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 분명, 적은 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합쳐지면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데, 그것이 오히려 그 속의 사람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세상을 풍요롭게 할 정보는 쏟아져나오고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을 두드리기만 하면 어떤 형태로든 눈 앞에 나타난다. 그것도 아주 다양하고 넘쳐서 주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보다 빨리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자 소화가 되기 전에 입을 벌리게 하며 살아 온 우리 세대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이제 하나 둘 사회의 중심으로 들어 오고 있다. 어려운 일은 피하고 돈이 되지 않는 일은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가치가 없어지는 순간 무자비하게 내치는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루트번스타인은 ‘생각의 탄생"에서 “전문화 추세가 가속화 되면서 지식은 파편화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작 그것들의 기원이나 의미는 무엇인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거의 파악하지 못한다”면서, 그러한 파편화된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종합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식을 활용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의 주어진 지식들은 그 가치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 못할 뿐만 아니라 잘못 사용된다.
무엇을 위해서 지식을 쌓아야 하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정보를 쌓아가는 세상의 앞길은 그것을 쌓아둔 만큼, 아니 그것의 셀 수 없는 수열조합들 만큼의 문제를 일으키며 우리의 사회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갈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IT강국이라는 자랑을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입구에 서 있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더 앞으로 나가기 전에 다지는 훈련이 필요한 때라고 믿는다. 쉽게 얻는 지식은 오히려 혼란을 불러 올 것이기 때문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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