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 배광식] 다문화사회에 대한 인식의 전환

2009.08.17 00:00:00

배광식 <본지 집필위원>

 다문화사회에 대한 인식의 전환


1902년 12월 22일 살을 에는 추위 속에 상투 틀고, 쪽찐 121명의 하와이 이민 희망자가 봇짐을 지니고 인천항을 떠나, 하와이 호놀룰루로 향한 것이 우리나라 공식 이민의 시초였고,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재외동포가 약 700만 명에 가깝다고 한다. 지금은 이민 후세대 재외동포들의 피나는 노력과 대한민국 국력의 신장으로 재외동포들의 지위도 많이 향상된 셈이지만, 초창기 이민자들의 생활은 중노동과 고통,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작년 6월 13일에 인천 월미공원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이 개관되었으니 한 번씩 참관할 만 할 것이다.


국민소득의 증가와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사회분위기로 인력난을 겪는 3D(Difficult,Dirty,Dangerous) 업종에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는 인력의 해외진출이 주였던 나라에서, 외국인 국내진출 및 거주가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결혼이민자까지 가세하여 급격히 외국인 거주자가 증가하고 있다. 


올 5월 1일 기준으로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110만명을 넘어서 한국 인구의 2.2%에 달하고, 작년(89만 여명)보다 무려 24.2%가 늘었다고 한다. 이는 112만 여명의 울산시 인구 규모이고, 2006년(53만 여명) 외국인 거주자의 두 배에 해당된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의 52%가 산업현장 근로자이고 11.4%가 결혼 이민자라고 한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비율인 고령화율이 22%에 이른 일본에서는, 인구감소를 이민으로 충당해야 하고, 50년 안에 인구의 10% 정도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저(低)출산 경향이 심화되고, 고령사회 진입(2018년 경)이 임박하면서 외국인 인구의 더 많은 유입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생산 인구의 감소를 대체할 인력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고급인력이 필요하고, 출산율 증가를 위해 결혼이민자의 증가가 필요하다.


이들 외국인 입장에서는 마치 초창기 하와이 이민당시의 우리 동포들처럼, 산 설고 물 설은 낯선 한국 땅에 와서 대부분 힘들고 외로운 생활을 하는 것이다.
어느 TV의 우리 시민 대상 인터뷰 실험에서 ‘당신은 인종차별을 하느냐’는 설문에 대부분 ‘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외국인이 길을 묻는 상황에서, 백인이 길을 물을 때는 일부러 가던 길을 멈추고, 친절하게 앞서서 안내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까지 길안내를 한 반면, 동남아인이나 흑인이 길을 물을 때는 바쁘다고 그냥 가거나 대꾸도 하지 않는 등, 본인들도 모르게 생각과 행동 간에 많은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현재도 울산시 인구정도의 외국인이 우리와 함께 살고, 앞으로 외국인 거주자가 급증할 것이니, 이에 따라 단일민족에 대한 고착된 생각을 탈피하는 등 우리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낯선 땅에 와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주고, 출산율을 상승시키는 고마운 사람들이고, 우리 사회의 필수구성원인 이들과 이들 다문화가정의 구성원이 한국 말, 풍습과 문화를 빨리 익히고,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많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 또한 단일민족사회가 아닌 이민공동사회라는 인식전환을 통해 스스로도 모르게 행동으로 드러나는 배타적인 무의식을 빨리 해소해야 한다.


외국인 이주자들의 직업 교육, 사회 적응, 무료 법률 상담도 필요하고, 이주민들의 고국 언어로 된 정보지, 라디오와 TV방송도 필요하다. 의료 혜택도 꼭 필요하니, 우리 치과인들이 이런 쪽에도 많은 자원봉사자가 나와 이들을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모든 노력의 목표는 이들이 한국을 제2의 모국으로 생각하고 동화되어, 안정되고 함께 어울리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41일간 북한에 억류되었던 미국인 여기자인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을 귀환시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행보는 이민공동사회가 결속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몸소 보여준 잔잔하지만 짙은 메시지라고 여겨진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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