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호 월요시론] 틀니 보험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2010.10.11 00:00:00

월요시론
박용호 <본지 집필위원>


틀니 보험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러 해 지났지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축사가 있다. 노무현 정권 초기, (주)신흥의 협찬으로 호텔에서 당시 협회장의 취임 축하연이 성대하게 열렸는데, 협회장이 장관을 의식한듯, “정부의 부당한 압박에는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나가겠다”는 요지의 인사말을 하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 대~단하십니다. 정회장은 자기의 잔치 날, 정부를 비난하시다니…” 다소 힐난하듯이 받더니 축사가 있었다. “재야 민주화 운동권 시절 수감되어 감옥생활을 했었다. 그런데 다들 기다리는 식사시간에 유독 선배 한 사람이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었다. 왜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이빨이 몇 개 남지 않았더라. 그래서 사람 사는데 이빨건강이 그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이빨’ 이라는 원색적이고 천박한 어휘를 환자가 진료 중에 하더라도 그의 덴탈 아이큐를 의심할 터 인데 하물며 고상한 공식 호텔 파티석상에서 오백여 명의 치의들 앞에서 장관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게 한두 번도 아니고 십여 번 쏟아내는 것을 듣는 것은 참으로 거북한 일이었다. 그것은 치의들을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조롱하는 것으로 들렸으며, 단순한 언어습관이 아니라 계산된 의도로 협회의 기선과 군기를 잡고 깔아 뭉개려는 복선으로 보였다. 때마침 바뀐 좌파정권의 관할부서 수장이 치과계를 보는 시각 수준의 표현이기도 하고 의료계 고난을 예고하는 포성이었다.


그즈음 사회가 진보적으로 개혁되는 와중에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돌았다. 인도어 골프장에서는 어느 무역회사 사장이 재산 정리해서 이민길에 올랐다고 했고, 자녀들 조기유학 겸해 어느 의사가 캐나다에 갔으며, 교수 등 전문직이 많이 간다는 치킨, 피시 가공공장의 미국 이민광고가 연일 신문에 나왔다. 삼성, 서울대, 강남을 치고 폄하한다는 기운이 돌았다. 그때까지 비교적 보수적이었던 협회가 전국적인 무료틀니 사업을 청와대에 상납하듯 한 것은 치과계 포퓰리즘의 전형이었는데, 긍정적으로 보면 보험화를 막기 위해서 미리 알아서 기고, ‘먼저 주어라’는 심리 마켓팅 제1조에 충실한, 그야말로 시리(時利)에 편승한 정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의 전국의 순진한 치과의사들을 동원한 청와대 방문사진은 부당하게 징집당한 치대생을 구제하기 위해 항의 방문한 병무청장에게 압박조로 써먹었다는 기사를 접했을 뿐 별다른 실리를 취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 후 유시민 장관 때는 구강정책과가 폐지되는 수모를 당했다.


틀니의 보험화 추진은 최근 20년, 들어서는 정부마다 추진 기미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재정과 시간문제이지 언제인가는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서도 75세 이상자를 대상으로 2012년도에 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발표가 나왔다. 이미 경남지부에선 지자체에서 65세이상 추진의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환자들이 사실유무를 확인하면 제대로 수가 받기가 어렵고 미안해진다.


개원 초기의 의사들은 환자유치에 급급해서 틀니 보험화가 장기적으로 미칠 나쁜 파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찬성하기 쉽다. 일본의 실패한 전철을 답습하는 양상이다. 전교조의 교육영향을 받은 젊은 판사들이 진보적인 판결을 하는 성향이 있듯이 어려운 환자들을 보험으로 끌어안는 것이 ‘공정’한 사회의 의료계라고 단정할 것이다.  이삼십대의 치의들은 당연히 좌파정권들이 즐겨 쓰는 가진자도 아니고 기득권자도 아니며 사회지도층은 더더구나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매일 매달 어려운 개원 환경에서 대출을 갚아나가고 의원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애쓰는 고급 노가다일 뿐이다. 그러다 다행히 경력이 쌓여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보수적인 성향으로 바뀌게 되면 틀니의 보험화란 것이 겉으로만 국민을 위하는 것이지 얼마나 부작용이 심하고 저질의료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틀니의 보험화는 진보적 사고의 신진 치의와 보수적 치의의 내홍(內訌)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결사적 저지를 할것인가, 아니면 하되 만족한 수가에 타협할 것인가의 큰 숙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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