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 월요 시론] 진보냐 보수냐

2011.03.21 00:00:00

월요 시론

박상섭 <본지 집필위원>

진보냐 보수냐


해묵은 그러면서도 매번 얘기가 되는 토픽을 오늘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얼마 전에 필자가 속해 있는 지역에서 치과의사회 총회가 있었고 또 현재는 치과계 내부에서도 선거 분위기가 조금씩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광고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 저수가 네트워크로 표출된 새로운 의료시장의 분위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향후 영리법인과 시장 개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우리 치과의료인들이 주로 고민하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은 지난 총회와 현 치과단체장 선거에서도 중요한 이슈들이다.   


그런 이슈들에 대해 동료치과의사들과 얘기할 때 논쟁은 이내 뜨거워지는데, 어쩌면 우리도 정책과 사회현상을 놓고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세상이 변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당연한 것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다른 편을 답답해 한다. 반면에 다른 한쪽에서는 게임의 룰이 변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 속에 최소한의 속도조절을 말하며 변화를 외치는 사람들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이 싯점에서 필자는 진보냐 보수냐의 논쟁 이전에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들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첫째, 진보는 무조건 선이고 보수는 무조건 악이라는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과거의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진보가 권위주의 정권에서 고통 받았고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크게 기여했지만, 또 한편으로 진보는 지식인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무임승차해 왔던 측면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진보주의 정권을 거치면서 우리는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또 한편으로 많은 실망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다수가 행복한 사회였던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둘째,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경청해야 한다. 보수정권에서 북한에 대해 색깔의 낙인을 찍어버렸던 것을 상당수의 지식인들은 개탄해왔다. 하지만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을 겪은 후 북한정권은 변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이제는 꼴통보수라고 매도해 버릴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의 경험과 철학을 인정하고 소통의 장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열어 줘야 한다. 듣기에 불편하다 해서 상대방에 대해 귀를 닫아버리는 것은 곤란하다. 답답함이 생길 때 그런 답답함은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필자도 언젠가부터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밖에서는 후배들에게 고리타분한 말을 한다는 핀잔을 듣는다. 그런 의미에서 “젊어서 진보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고, 나이 들어 보수주의자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는 당신의 정체는 뭔지 밝히라구요? 내 심장은 진보고 머리는 보수다. 대부분의 독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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