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임 월요 시론] 치과계의 시카고 플랜

2011.06.13 00:00:00

월요시론

박인임 <본지 집필위원>

 

치과계의 시카고 플랜


1892년 설립된 초기의 시카고 대학은 삼류대학이었다. 현재의 시카고 대학은 노벨상 85명을 배출해 낸 뛰어난 대학이다. 엄청난 차이는 1929년 제5대 총장 로버트 허친스의 ‘시카고 플랜’ 덕분이다. ‘철학고전을 비롯한 세계의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라는 대학방침을 정하고, 철학고전 독서교육에 올인한 것이다. 그 결과 평범한 학생들의 뇌가 천재들의 뇌로 변하기 시작했다.


고전독서를 시작한 지 일 년이 되어간다. 평소에 책을 즐겨 읽었지만, 다독에 의미를 두었고, 읽기 편한 자기계발서에 치중하였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설의 스토리는 뻔한 이야기에 불과한 것 같고, 왠지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허구성의 이야기는 매력을 잃어갔다. 그런 와중에 고전을 만났다. 일리아스, 오딧세이아, 소포클레스의 비극전집, 헤로도토스의 역사, 플라톤의 네 대화편: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그리스로마신화 등. 읽는 것만으론 감동이 덜하다. 같이 나누며 감상문을 쓰고 토론을 하며 함께 나눌 때 훨씬 더 감동적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많이 읽어도 그것이 마음에 머무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감상문을 쓰는 것은 ‘좋은 것이 마음에 머물러 남아있게 하는 것’이라고 지도해 주신 목사님께서 말씀하신다. 역시 감상문을 써야 마음에 오래 머무르며 삶에 적용도 된다. 오딧세이아에서 멋진 문장을 돌아가면서 읽어 가다 보면 우리 입을 통해 흘러나온 언어가 멋지다. 언제 내 입에서 이런 멋진 말을 한 적이 있었을까? 감정이 이입되어 사랑하는 남편을 끝까지 기다렸던 페넬로페의 마음이 된다. 나이에 상관없이 삶이 풍부해짐을 경험하는 귀중한 시간들이 되고 있다. 고전이 왜 고전인지를 알게 된다.


 5월, 3년간 치협을 이끌어 갈 집행부가 힘차게 출발하였다. 치과의사 공동체의 공익을 추구하며 의사를 대의하는 기구로서 우리들의 대표들이다. 치과계의 현안에 신중하게 대처하며 2만 5천여 회원들이 치과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개원형태들로 인해 멍들어 가는 동네치과회원들의 가슴을 보듬는 것도 해야 한다. 마이너리티에 입각한 즉 여성치과의사들이나 공중보건의의 뜻이 잘 반영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치과공동체 전체로써 성장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며, 이런 정책을 조사·분석·평가하는 전문성도 있어야 한다. 살아있는 치협, 행동하는 치협, 함께하는 치협이 되도록 회원들도 힘을 모아야 한다. 새롭게 임명된 치협의 모든 임원진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일을 하실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드리자.


요즘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마음이 힘들다. 왜 이렇게 공동체를 생각하지 않는 개원가가 되었는지 서글프다. 90년대에 개원을 할 때에는 먼저 개원하신 분들에게 개원한다며 인사를 드리러 다녔었다. 지금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현재의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진정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시야를 ‘고전독서’에 머무르게 하면 어떨까? 각 반회나 구회 혹은 지부모임에서 그레이트북스의 고전목록으로 독서토론반을 운영해 보면 어떨까? ‘Room to Read 재단’을 설립한 존우드의 삶을 말하는 ‘히말라야 도서관’을 읽어보는 것은? 마음의 창을 우리의 의식주에만 머무르지 않게 하고, 좀 더 높고 고귀한 가치로의 전환을 꿈꾸어 보게 하는 노력이 우리 공동체에 있다면 많은 저열한 문제들이 절로 해소되지 않을까? ‘돈’만을 쫓아가는 이기적인 공동제가 아니라 지역의료발전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이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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