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중 칼럼] 나쁜 네트워크 (1)

2011.10.03 00:00:00

|명|사|시|선|
임철중 칼럼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나쁜 네트워크 (1)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흐린다(一魚濁水)”함은, 한줌도 못 되는 사람들이 건강한 조직을 해칠 수도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지금 치과계가 이 꼴에 휘말려있다. 치과의료의 특징은 치과의사 대부분이 주치의요 개업가는 곧 동네치과라는 점이다. 천문학적인 고가의 진단장비, 대수술의 팀워크, 장기입원과 항암·방사선치료 등등 3차 진료기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진료패턴 동질성이 높은 소규모 자영업자로서 상호 경쟁구도로 가기가 쉽다. 치과인의 화합·단결이 절실한 이유다. 둘째 특징은 아직 비보험 진료가 많고 그 중에 결손치아를 보충하는 보철치과의 비중이 크다는 점인데, 전통적인 보철은 시간과 노력 대비, 수익성이 한계에 이르렀다. 셋째 특징은 바로 이런 시점에 임플랜트 보철이 일반화된 것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갓 졸업한 치과의사도 비교적 간단한 실습교육으로(전문의 과정 없이) 시술이 가능하여, 폭발적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선진국은 보철 중 임플랜트의 비중이 10% 정도).


봉사에서 유래한 의료업은 인체를 다루는 공공성과 책임의 막중함 때문에 그리 남는 장사가 아니다. 평생 개업하면 조그만 건물 하나는 남는다던 얘기는, 클리닉이라는 감옥에 갇혀 돈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며 웃고 넘어갔다. 꿈같은 호시절(?)은 흘러가, 투자비 회수는 고사하고 상당수 개업의의 소득이 슬그머니 높아진 공직자나 대기업 평사원 연봉에 미치지 못하니, 몸값도 추락한다. 한편, 지난 백 년 동안 세상이 몇 번씩 뒤집힌 대한민국에는, 천민자본주의라는 이름조차 아까운 벼락부자가 많다. 시류에 편승하는 이들의 재테크는 귀신을 뺨친다. 한 사람의 의사가 탄생하는 노력과 의사의 직업윤리라는 부담과 공공성·책임감 문제를 떼어놓으면, 그들의 눈에 임플랜트를 비롯한 몇몇 시술항목은 탐나는 돈벌이 수단이다.


시장규모 또한 만만하니, 그들의 단위로 껌 값 정도만 투자하고 무자비한 경영기법을 도입해 불리한 조건만(공공성·윤리·책임) 피해간다면, 증권·부동산투자보다 낫다고 판단한다. 길을 닦아놓으니 뭐가 먼저 지나간다더니,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한 영리병원의 탈을 쓰고 저수가로 위장해, 고용이 용이해진 치과의사를 휘뚜루마뚜루 돌려쓰는 변칙적인 개원형태가 탄생한 것이다.


면허가 있어도 불량 네트워크 운영자는 치과의사가 아니요, 소속된 개개의 치과는 정상적인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다. 첫째, 의사의 진단이 아니라 스탭이(일부 구강위생사) 견적을 뽑고, 의사의 치료계획이 아니라 부하직원의 작업지시서에 따라 진료하는 곳이 병의원일리가 없다. 둘째, 공짜(스케일링)를 미끼로 사람을 사서 전단지를 뿌리는 유객(誘客)은 의료가 아니라 잡상인의 상행위다. 어디선가 본전(?) 플러스 알파를 뽑아낼 것은 분명하다. 셋째, 의사를 인센티브로 유혹하고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다른 점포 실적을 보여주며 감봉으로 압박해, 과잉진료를 유도하고 노동력을 착취한다면, 이는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을 상실한 행위다.


넷째, 각 점포 의사는 개설 명의만 대여한 속칭 바지원장으로, 유사시(의료사고·파산·먹튀식 폐업·세무부담·건강보험 등 처벌) 운영자가 책임을 떠넘기면 꼼짝없이 당하는 구조다.  다섯째, 과잉진료는 환자의 건강에 치명적으로 비가역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고, 발치의 남발은 치과의사가 지향하는 자연치아 오래쓰기 운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여섯째, 자신의 수익극대화를 위하여 대다수의 동료에게 피해를 주고 치과계의 화합을 파괴한다면, 그는 이미 치과가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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