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료기기 시연 ‘한의협의 자충수’

2016.01.13 16:51:31

12일 골밀도기기 시연 후 역풍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을 두고 의협과 한의협의 공방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김필건 한의협 회장이 직접 현대의료기기 시연회를 벌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김 회장의 퍼포먼스는 한의사들 역시 현대의료기기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효과를 빗나가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다.

# –4.41는 80대 노인의 골밀도?

지난 12일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음파골밀도기로 골밀도를 측정하는 시연을 했다.

시연에 앞서 김 회장은 “보건복지부의 직무유기를 국민 여러분께 고발한다. 국민과의 약속, 한의사의 진단의료기 문제 즉각 해결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달까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않을 경우 모든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진행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김 회장은 기자회견장에서 29세 남성을 대상으로 골밀도를 측정하는 시연을 진행했다. 김 회장은 남성의 아킬레스 건 부위에 측정기를 갖다 대며 “갖다 대기만 하면 측정이 되고 수치가 나온다”고 말하고 수치를 쟀는데, 아킬레스건 부위 T스코어 수치가 –4.41로 찍혔다.

문제는 해당 남성의 연령과 수치였다. 특별한 질병이 없는 신체 건강한 20대의 남성의 경우 T스코어수치가 –4.41로 나올 수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보통 -4.0 이하로 나오는 경우는 80세 노인에게서 쉽게 볼 수 있으며, 가벼운 낙상에도 장골이 쉽게 부러질 정도로 골밀도가 현격히 낮은 상태라는 게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김필건 회장의 퍼포먼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박했다. 노 전 회장은 “김필건 회장은 명백한 오진을 했다”고 전제하고, 그 근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건강한 20대 남성은 골밀도진단기를 사용하는 적응증에 해당되지 않음 ▲50이하의 남성에게는 T-score가 아니라 Z-score만 적용함 ▲20대 남성이 검사 결과 T-score와 Z-score가 각각 –4.41과 04.30 나왔다면 정규분포 상 하위 0.05%이내에 해당하므로 검사오류일 가능성이 매우 큼 ▲김 회장이 골다공증 치료방법이라고 말한 골수보충치료라는 것은 없음 ▲골밀도 검사는 발뒷꿈치 뼈인 종골(calcaneus)을 대상으로 함에도 발목 뒷쪽 아킬레스건에 댄 점

의협은 김필건 회장의 이 시연에 대해 강경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의협 한방특별대책위는 12일 논평을 내고 “김필건 회장이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연하는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몰상식한 방식의 불법의료행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유용상 한특위 위원장 전격 사퇴
한편 10년 동안 의협 한특위를 이끌어 온 유용상 위원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후임 위원장이 누가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 위원장은 “그동안 학문적인 문제 제기에 앞장서 왔다”면서 “앞으로 좀 더 실체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의료계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에 더욱 강력히 매진할 수 있도록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임을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압박감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유 위원장은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료들이 나를 과격하고 극단적인 인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도 들었다”며 “직접적인 압박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영갑 기자 ygmonkey@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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