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수에 빠진 대한민국' 구강건강 부식

2016.06.08 15:42:26

지난해 시장 5배 폭풍성장…대다수 제품 pH 3.94~5.84 장기 음용하면 법랑질 녹여

탄산수 열풍이 거세다.

2013년 62억원 수준이던 국내 탄산수 시장은 지난해 348억원 규모로 5배 이상 급성장하면서 식음료 문화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먹는샘물 시장에서 탄산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9%에서 7.4%로 크게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국산 탄산수가 유명한 수입브랜드 탄산수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제조사들이 ‘탄산수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탄산수를 애용하는 이유는 맛과 건강 때문이라는 것. 지난해부터는 10만원 대의 탄산수제조기가 다양하게 출시되면서 집에서 직접 탄산수를 만들어 마시는 가구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탄산수를 구매해 먹다 탄산수제조기를 통해 직접 만들어 마신다는 파주의 한 주부는 “마트에서 사다가 마시는 것보다 매우 경제적”이라며 “레몬 등의 과일과 꿀 같은 것을 넣으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료가 되기도 한다. 여자들에게는 변비와 다이어트에 좋다고 해 많은 집에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탄산수 위험성 치의들이 알려야

과연 그럴까? 치과의사들은 시각은 좀 다르다. 실제 탄산수가 건강에 좋다는 여론도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확실한 것은 탄산수는 치아의 법랑질을 녹이는 등 구강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된 바 있다. 보통 pH 5.5를 구분선으로 그 이하일 경우 법랑질이 부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김백일 연구팀(연세치대 예방치과학교실)은 국내 시판 중인 6종의 탄산수(국산 3, 외산 3)를 선정해 치아를 얼마나 부식시키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국산 3가지 제품의 산도는 3.94, 4.18, 4.53 등으로 낮은 산도를 보였으며, 수입제품은 5.17, 5.26, 5.84 등 국산제품에 비해서는 비교적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한 제품을 제외하고 모두 pH 5.5 이하로 측정된 것이다.

이런 탄산수의 낮은 산도는 자연 치아를 상하게 하는 것은 물론 치과 수복재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예방치과학교실이 지난해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레몬이 들어간 탄산수의 경우 컴퍼짓 레진의 표면 경도를 감소시키는 등 물리적 특성을 유의미하게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연산이 함유된 탄산수(탄산음료)는 탄산이 제거된 후에도 수복재료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예방치의학 관련 강연을 활발하게 하면서 치과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식음과 구강관리 교육도 병행하는 박창진 원장(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은 “우리나라는 물이 좋은 나라인데, 물이 좋지 않았던 유럽에서 건너 온 탄산수 문화가 이를 대체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특히 제조기로 갓 만든 탄산수는 4.7로 내려가는데 장기적으로 음용하면 치아가 서서히 부식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구강 내의 산도는 구강건강의 척도가 될 뿐만 아니라 전신질환의 표지가 될 수도 있는데, 치과의사들이 전문가로서 이에 대한 논의를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백일 교수는 “탄산수를 마실 때 치아에 닿는 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빨대를 사용하고, 마신 후에는 물로 입안을 행구는 게 치아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조영갑 기자 ygmonkey@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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