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변론 후 의사들 불안했나?

2016.06.15 15:02:04

의협, 치과의사 미용 보톡스 시술 관련 기자회견



대법원에서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린지 한 달 가량 지난 시점에서 이번에는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 ‧ 이하 의협)가 치과계를 향해 포문을 열고 나섰다. 

지난 15일 의협은 의협회관 3층에서 ‘치과의사 미용 보톡스 시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과 치협의 지난 공개변론 등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추무진 회장을 비롯해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변론 당시 피고인 측(치협)이 왜곡된 사실로 국민들을 현혹했으며, 이는 치과의 영역확장을 위한 시도로 단호하게 대처하자”는 요지의 발언을 이어 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추무진 회장을 비롯, 이용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김방순 대한피부과의사회장과 이상준 총무이사, 김광석 대한성형외과학회 고시이사, 김진국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의무이사가 참석했다. 

추무진 회장은 인사말을 전하면서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고, 이를 위해 각 면허가 엄격히 분리돼 있는데 요즘 이런 질서와 상식을 무너뜨리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난 5월 19일 대법원 변론 당시 피고인 치과의사 측에서 왜곡된 발언을 많이 한 바 있다. 안면은 어느 부위보다 안정성이 요구되므로 ‘안면 전문가’가 판단하고, 시술해야 하는데, 치과의사는 교육, 수련 등 전혀 다른 분야이며 다른 면허자다. 향후 대법원에서 이를 바로 잡아 줄 것을 당부 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치협이 국민들의 눈을 현혹?
의협 측은 이날 사전 제작된 ‘치과의사가 미간, 이마 등에 미용 보톡스 시술을 하면 안 되는 열 가지 이유’라는 자료를 배포했는데, 이 자료는 지난 대법원 변론을 재차 논박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사와 치과의사는 진료범위가 전혀 다르다 ▲구강외과에서 안면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외국과 우리나라는 역사적 접근 자체가 다르다 ▲외국은 구강외과의사와 일반 치과의사의 임무범위가 다르다 ▲외국과 우리나라의 구강외과 교육수련정도는 판이하게 다르다 ▲치과가 일부 의과와 중첩된다고 주장한 질환은 해부학적으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의학 분야에서 보톡스에 대한 교육이 없다는 치과의 주장은 거짓이다 ▲치과의사의 무분별한 안면부 진료는 치명적인 악결과를 초래한다 ▲보톡스는 치과의사가 걱정 없이 시술한 만큼 부작용이 없지 않다 ▲치과의사는 의사처럼 인체 전반에 대해 배우고 교육받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담았다.  

이를 보충 설명한 이용민 의협 정책연구소장은 “조사해 본 결과 지난 변론 때 치과의사 참고인이 잘못된 정보로 (국민들과 대법관의) 눈을 현혹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한 뒤 “외국 구강외과의사가 안면부위를 진료할 수 있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은 의사 면허(복수면허)를 갖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고, 갖고 있어도 최소한 1년 이상의 교육, 수련을 거친다. 또, 대부분 나라에서 치과의사 면허만으로 구강악안면의 치료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전 세계에 이런 경우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이 소장은 “피고인 측에서 예로 든 닥터 카자니얀(Varaztad H. Kazanjian) 역시 나중에 의사 복수면허를 딴 분으로, 이를 소재로 일반 치의가 안면전체를 시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 치과의 영역 확장 의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부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측에서 나온 관계자들도 강한 톤으로 치과계를 공격했다. 김방순 피부과의사회장은 “피부과 의사들도 레이저 치료로 치아미백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치과의 영역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라며 “잘 할 수 있다는 것과 면허에 기반한 업무영역과는 다른 문제다. 의료인은 자신의 업무영역에 맞는 행위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

김광석 성형외과학회 이사는 “그동안 만성적으로 (치과계에서 보톡스 관련해) 불법 행위가 자행돼 왔는데, 이번 문제는 이런 불법적인 관행을 계속 묵인할 것인가 강력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가 본질”이라고 말했으며, 김진국 이비인후과회 이사는 “안면부라고 하는 상악동의 경우 이비인후과 영역과 겹치는데, 만약 이 치아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치과의료 지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치과의사에게 의뢰를 한다. 이는 상호영역에 대한 존중인데 이 사태는 이 존중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유도성 질문으로 국민 여론 호도?
한편, 의협 정책연은 이날 한국갤럽에 의뢰한 대국민 여론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설문의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치과의사가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답변(11%가 긍정) ▲응답자의 83%가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에 대해 몰랐다”고 답변(17%가 인지) ▲구강악안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57%가 ‘입안과 얼굴의 위턱, 아래턱 부위’라고 답변, 20%가 ‘입안과 위아래턱을 포함한 얼굴 전체’라고 답변했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이런 결과를 유도하기 위한 이른바 ‘유도성 질문’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의협 정책연이 한국갤럽에 제시한 대표적인 질문을 보면 “지금까지 치과의사는 이마, 미간, 눈가 주름 개선 등의 미용목적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없었으나, 최근 이를 허용해 달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귀하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식으로 다소 편향된 전제를 제시했다.  

구강악안면에 대한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한 보기 역시 ‘입안과 얼굴의 위턱, 아래턱 부위’, ‘입안과 위아래 턱을 포함한 얼굴 전체’라는 항목을 양자택일하게 함으로써 교묘하게 답변을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조영갑 기자 ygmonkey@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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