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개그’ 일삼던 원장님이 달라졌어요

2016.08.12 14:27:45

신세대 스탭과 소통위해 개원가 노력
“귀여운 아재 선호…개저씨는 싫어요”

“김 실장님, 지금 올림픽 개막했잖아요. 그거 알아요? 인도보다 네 배나 큰 나라가 참가한 거?” “아니 원장님, 그렇게 큰 나라가 있어요?” “있죠. 인도네시아(넷이야)” “…”


“이OO 씨” “네? 원장님” “술 마실 때 들깨 먹으면 큰일 나요” “건강에 안 좋은가요? 원장님?” “다음날 술이 ‘들깨’거든ㅋㅋㅋㅋ” “…”


아재의 유령이 개원가를 떠돌고 있다. 젊은 스탭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강박이 빚어낸 아재개그의 ‘무리수’가 진료실 곳곳에서 얼어붙을 듯한 냉기를 내뿜고 있다.

서울의 한 치과에서 상담실장을 맡고 있는 김 모 씨는 최근 원장이 점심시간에 잇따라 아재개그를 선보이고 있는 원장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김 실장의 증언은 이렇다.

“원장님이 요새 인화단결을 모토로 내걸면서 젊은 스탭들과 소통하기 위해 매우 애를 쓰세요. 그런데 아무래도 연세(50대)가 있으시다보니 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인데(웃음), 스탭들은 그래도 웃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좀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웃음).”

# 김광석 팬 원장님의 ‘샤샤샤’ 익히기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역시 ‘젊은 상대’를 웃기기 위해서는 본인의 상태부터 점검하는 것이 급선무. 이에 개원가 곳곳에서 ‘아재스러움’을 탈피하기 위한 원장님들의 가열찬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50대 A원장. 요새 새롭게 서비스하고 있는 애플뮤직 서비스를 신청하고, 틈날 때마다 핫한 신곡을 듣고 있다. A원장은 요새 대세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저는 故 김광석의 광팬이예요. 직원들과 회식 할 때마다 노래방을 가는데, 갈 때마다 김광석 레퍼토리를 돌려가면서 부르다보니 이제 직원들이 노래방을 안 가려고 합디다. 저번에 한 직원이 트와이스 노래를 부르는데 다들 ‘샤샤샤’ 하면서 떼창을 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아 내가 너무 아재스러웠구나’. 한 소절이라도 따라 부르려고 요새 연습하고 있어요.”

중랑구의 50대 B원장. B원장은 최근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20~30대로 구성된 여직원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치과 바깥의 생활을 공유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용기를 낸 것이다.

“어디만 가면 그렇게 사진을 찍길래 핀잔을 줬는데, 그걸 식구들끼리 공유하면서 댓글 다는 걸 보고는 ‘나도 하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요새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스탭들이 친구신청을 잘 안받아 주려고 하네요.(웃음) 다른 원장들이 의외로 많은 걸 보고, 늦게라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소 뒤늦은 행보지만, ‘아재개그’를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보는 원장들도 있다. 충북의 50대 C원장은 요새 진료 틈틈이 원장실에서 서핑을 하면서 ‘아재개그’를 적립해 나가고 있다. 스탭들을 웃겨주기 위해서다.

“저는 사실 재밌는 사람은 아니예요. 그런데 요새 아재개그가 뜬다고 하고, 이게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저도 조금씩 시도를 하고 있죠. 스탭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웃음).”

# ‘개저씨’는 되지 말아야

일각에서는 아재스러움을 탈피하는 것보다 아재스러움의 ‘꼰대버전’인 ‘개저씨’가 되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 치과의 D스탭은 “다른 치과의 얘기를 들어보면 소통 없이 일방적인 지시만 이뤄지는 분위기가 많다”며 “위계는 중요하지만, 스탭들 입장에선 자그마한 소통도 일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을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저씨’의 구분기준은 ▲나이(28.1%) ▲옷차림(21.5%) ▲언어·말투(15.2%) ▲유머·감성(14.1%) 순으로 나타났으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아저씨의 행동은 ▲자기 말이 무조건 옳다며 내 의견 무시 ▲지나친 간섭·훈계 ▲무조건 반말 순으로 파악됐다. 

조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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