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포/‘의료광고 해방구’ 된 분당선 전철

2016.09.12 16:18:02

성남·용인·수원 메갈로폴리스 잇는 선
70만원 임플란트 비급여 수가광고 치열

지난 2013년 수원까지 연장개통되면서 서울 왕십리에서부터 서울 강남권-(구)성남권-분당권-용인권-수원을 잇는 분당선이 의료광고의 해방구가 되고 있다.

연장된 분당선 전철역이 인접한 도시만 하더라도 강남구 약 60만, 수정구 및 분당구 약 70만, 용인권 약 100만, 수원 권선구 약 35만 등 총 260만 명의 잠재 이용승객을 보유하고 있는 ‘메갈로폴리스’ 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데, 출퇴근 이용객과 실버계층을 겨냥한 의료광고가 전철 내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일요일 오후 왕십리역에서 범람하는 의료광고의 ‘궤도열차’가 된 수원행 분당선 열차를 타고 실태와 시민들의 반응 등을 기록해 봤다.

# 비급여 광고가 급여화 앞길 막을라

“오며가며 저 광고를 보고 있어요. 눈에도 잘 띄고, 칸마다 있는 것 같아서 안보려야 안 볼수가 없는데, 보통 알고 있던 임플란트 가격보다 훨씬 싸다는 생각은 했어요. 70만원 선이면 당장 부모님께 해드려도 좋겠다 싶은 가격이죠.”

분당구 미금동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분당선 내부에 부착돼 있는 임플란트 광고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기자가 확인한 분당선 치과광고만 약 20점. 차량마다 2~3개씩 분포해 있으며, 주로 눈에 잘 띄는 출입문 위에 게시돼 있다.

광고의 내용은 주로 비급여 임플란트의 가격 광고에 집중돼 있다. 용인시에 위치한 한 치과의 광고는 ‘임플란트 70만원, OOO 임플란트 79만원’라는 메인 카피를 놓고 밑에 “OO치대 치의학박사 임플란트 강남 22년”등의 홍보 카피를 달았다. 다른 한 치과의 광고 역시 “임플란트 □□ 75만원, OOO 85만원, 교정메탈 180, 클리피씨 240” 등의 가격광고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자신들의 병원이 보톡스 전국 1위를 기록했다는 광고, 임플란트 하루 만에 할 수 있다는 광고 등 총 60~70개 이상의 광고 중 의료광고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경화 치협 상근부회장은 지난 8일 진행된 한 강연에서 “지금 치협 보험위원회가 맞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지나친 비급여 할인이 가져 온 급여화 확대의 저항 여론”이라며 “일각에서 대폭 할인된 임플란트 수가 광고 등을 근거로 ‘급여화 수가가 너무 높게 책정된 것 아니냐’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9면>.

실제로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철에서 만난 서울 거주 70대 B씨는 “작년에 보험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면서 지불했던 비용이 저 가격(광고되고 있는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고, 적용을 받지 못한 것은 제 값을 다 주고 시술 받았는데, 저 가격이라면 더 기다렸다가 받을 걸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왜 유독 분당선이 치과 및 의료광고의 해방구가 된 걸까? 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측은 “단순히 사전검열 위헌에 따른 팽창효과로만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위원회 측은 “저런 지하철 내부 광고의 경우 위헌 이전에도 검열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주 진행된 측면은 있었으나 유독 특정 호선에 집중된다는 것은 이용패턴이나 주거 등의 요인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고대행사인 애드쿠아인터랙티브 문웅주 과장은 “요즘 같은 장기불황에도 수요가 여전하고, 마케팅이 호황인 곳은 의료시장 밖에 없다”며 “분당선 라인은 활동적이고 자기 관리에 충실한, 비교적 부유한 경제력을 가진 실버계층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것이 의료광고가 몰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용인권, 수원권 등 100만이 넘는 도시를 연결하고 있고, 분당권 등 전형적 베드타운의 특성상 급증하는 병의원의 공급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2013년 기준 성남시의 경우 인구 10만명 당 치과의원 42.6개로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은 치과 분포를 보였다.

조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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