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리퍼도 처벌소지” 치과계도 살얼음판

2016.10.06 15:47:31

김영란법 시행 일주일 달라진 치과계 풍경
협회·대학·치과·업계 할 것 없이 ‘암중모색’
당장 애로 크지만 “사회 투명해질 전환점” 평가

“출입기자님들께 알려드립니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구내식당 이용 시 식대 5000원을 자비 부담하셔야 하는 점 널리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9월 30일 의협 측이 출입기자들에게 발송한 문자다. 김영란법(약칭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 남짓, 누구는 춥고 배고픈(?)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고, 누구는 시린만큼 투명해질 거라고 내다본다. 김영란법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대한민국 치의학계의 풍경도 완연히 달라지고 있다.

치협은 일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서 발 빠르게 내부교육에 나서고 있다. 협회가 최근 임직원과 지부에 배포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직무관련성’ 여부다.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이른바 ‘3, 5, 10’ 원칙도 불법의 여지가 큰데, 구체적으로 ▲복지부 공무원, 국회의원 보좌관 등에 금품 및 음식물 공여 자제 ▲골프는 철저한 갹출 ▲기자간담회시 ‘3, 5, 10’ 원칙 준수 ▲국회의원 후원금은 정치자금법 범위 준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지부의 A회장은 “공무원들 역시 접촉을 꺼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 당분간은 지부차원의 대관업무나 기자간담회도 가급적 자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당분간 조용히...이해해 달라”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하는 쪽은 아무래도 교수사회다. 그중에서도 국립대학교에서 근무하는 치과의사는 해당 법의 조문 및 가이드라인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최근 한 대학교병원은 대외적으로 “(환자나 가족으로부터)감사의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공고를 게시했으며, 교수들이 각종 세미나, 심포지엄, 학술행사 등에 참여할 때 사전에 보고하도록 하고, 강연료나 자문료, 참가비 등을 받는지 여부도 기록하게 했다.

교수의 강연료와 관련, 김영란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립대 교수는 1시간에 100만원, 국립대는 3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없게 돼있다. 인터뷰를 위해 접촉한 국립대학의 B교수는 “당분간 조용히 지내야 하는 입장을 이해해 달라”며 인터뷰 자체를 고사했다. 

다른 국립대학의 C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법이 대한민국의 투명화를 이끌 수 있을 거라고 평가한다”고 전제한 뒤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대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하려고 한다. 그동안은 강연료, 자문료 등을 책정한 대로 받았지만 이제는 주지 않는 게 당연하니 하지 않는 것도 자연스럽다. 식사나 술자리를 하면서 강의실 밖에서 학생들을 멘토링하는 지도교수 시스템도 위축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원가 역시 법의 예외지대일 수 없다. 일단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업체와의 만남. 임플란트 업체와 제휴, 활발하게 강연을 하고 있는 D원장은 해당 업체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있다. 오래 쌓은 친분이지만, 기본적으로 금전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 D원장은 “나나 업체나 서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외부 강연 역시 줄이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간헐적으로 있던 업체와의 미팅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환자를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이른바 ‘리퍼’에도 처벌의 위험이 상존한다. 긴급한 상황에서 대학병원 측에 우선적으로 치료해 달라는 원장의 의견은 부정청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E원장은 “메디컬의 경우 대학병원과 결연돼 있는 중소형병원들이 있어 문제가 없는데 치과 쪽은 학연의 양상이 커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역시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교정재료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돈 들어가는 것은)아예 아무것도 하지말자는 방침”이라며 “가령 미팅이 10건 있다고 하면 교수님은 아예 만나지 않는다. 큰 학술대회를 앞두고는 학회 측에서 후원과 관련해 많은 문의를 받는데, 법이 시행되고 나서는 아예 없다. 전체 매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일식 예약 ‘뚝’ 골프장도 ‘울상’

치협이나 학회 등에서 회의 목적으로 자주 이용하던 식당가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서울역 인근의 한 중식당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체적인 매출 자체가 낮아진 것은 맞다”면서 “3만원이 기준이 되면서 기존 타 단체가 주로 주문하던 코스메뉴도 3만원대로 하향조정됐고, 주류 같은 것도 최대한 자제하거나 기준 금액이 넘었을 경우 자비로 계산한다”고 밝혔다. 강남의 한 대형 일식집의 종업원 역시 “법 시행 이후 저녁 예약이 뚝 끊겼다. 오늘(수요일) 저녁에도 예약이 한 팀 밖에 없다”고 전했다.

골프장 역시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았다. 성수기로 분류되는 9~11월의 주말 예약률은 통상 100%가 정상인데, 유명 골프장 역시 고전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유명 골프장의 직원은 “법 시행 이후 부킹이 확실히 줄었다. 10월 현재도 평소의 70~80%에 불과하고, 행사 역시 문의가 대폭 감소했다”고 전했다.

조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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