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7 (금)

  • 흐림동두천 14.9℃
  • 흐림강릉 10.3℃
  • 흐림서울 16.3℃
  • 흐림대전 14.0℃
  • 흐림대구 11.2℃
  • 흐림울산 10.8℃
  • 광주 15.4℃
  • 흐림부산 13.6℃
  • 흐림고창 12.9℃
  • 제주 16.3℃
  • 구름많음강화 14.6℃
  • 흐림보은 11.9℃
  • 흐림금산 12.2℃
  • 흐림강진군 13.1℃
  • 흐림경주시 9.3℃
  • 흐림거제 13.6℃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2026 전쟁에 대한 단상: 왜 인간은 평화를 원하면서도 충돌을 반복하는가

시론

2026년 3월 현재, 중동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과 이란의 보복이 맞물리며 전쟁이 확전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충돌은 이미 수 주째 계속되고 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과 주변 인프라를 둘러싼 압박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도 추가 타격 가능성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사태는 전쟁이 더 이상 한 지역의 비극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세계 경제와 일상생활을 흔드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단 하나가 아닙니다. 흔히 사람들은 “누가 더 나쁜가”만을 묻지만, 실제 전쟁은 안보 불안, 역사적 기억, 영토와 해상 통로, 자원, 경제 제재, 정치 지도자의 계산이 겹치면서 발생합니다. 특히 국가는 자신이 공격받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믿기 쉬운데, 이런 사고방식은 상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죠. 그 결과 한쪽의 방어는 다른 쪽의 위협으로 보이고, 결국 상호 불신이 전쟁으로 번지게 됩니다. 이번 중동 위기에서도 군사 충돌 그 자체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에너지 수송, 역내 동맹 구도, 핵시설과 기반시설 문제가 모두 얽혀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일반 시민이 원하는 것은 대개 안전한 집, 안정된 일자리, 자녀 교육 등을 바탕으로 한 예측 가능한 생활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전쟁을 결정하는 사람과 전쟁의 대가를 치르는 사람이 항상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쟁 개시 여부는 소수의 지도자, 군 지휘부, 정책 결정자들이 판단하지만,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은 병사와 평범한 시민들입니다 (사진 1). 쉽게 말해, 버튼을 누르는 사람과 폭격 후 정전을 견디는 사람이 다릅니다. 국가는 전략과 억지, 체제 유지, 영향권 확대를 계산하지만, 그 과를 감당하는 것은 평범한 국민들입니다. 특히 역사적 상처가 깊은 지역에서는 과거의 패배와 침략 경험이 현재의 안보 감각을 과도하게 예민하게 만들고, 지리적으로 좁은 공간에 적대 세력이 밀집한 경우 작은 충돌도 곧바로 실존적 위협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사람들은 평화를 원하지만, 국가와 집단은 두려움과 기억 속에서 전쟁을 선택하게 됩니다.


첨단전의 시대가 되면 인명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습니다. 정밀유도무기, 드론, 인공지능 기반 표적 식별, 실시간 감시 체계가 있으니 ‘정확하게 때려서 민간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 전쟁은 도시와 인구 밀집 지역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고,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폭발성 무기는 민간인과 전기·물·병원 같은 필수 인프라에 큰 피해를 줍니다. 게다가 현대 무기는 표적을 더 정확히 겨눌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번 타격했을 때의 파괴력 자체도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습니다. 다시 말해, 첨단전은 공격 정확도를 높였을 수는 있어도, 무기의 파괴력과 전쟁의 도시화가 결합되면서 직접 사망뿐 아니라 간접 사망도 함께 증가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간접 사망이란, 전기가 끊기면 인공호흡기가 멈추고, 수도가 끊기면 위생이 무너지고, 물류가 막히면 식량과 약이 사라져 결국 생명을 잃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래서 현대전의 피해는 단순히 폭탄에 맞아 죽는 숫자로만 계산할 수 없습니다.
이 점에서, 만약 제3차 세계대전 같은 대규모 충돌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인명 피해는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는 추산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약 1,500만~2,000만 명 수준으로 여겨지며, 제2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는 약 3,500만~6,000만 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상자, 실향민,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큽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가 제1차 세계대전보다 훨씬 커진 이유는 전쟁 방식이 더욱 ‘총력전’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군인만이 아니라 민간인, 도시, 공장, 철도, 항만, 식량 생산지까지 모두 공격 대상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대규모 공중폭격, 학살, 강제수용, 점령지 수탈, 그리고 전쟁이 길어지면서 발생한 기아와 질병이 겹쳤습니다. 한마디로 전쟁터가 전선에만 머무르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미래 전쟁의 양상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오늘날의 국제체제는 과거보다 훨씬 더 상호 연결되어 있고, 주요 강대국들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3차 세계대전은 단지 전선이 넓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핵·사이버·우주·에너지 인프라 공격이 결합된 복합 재난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전쟁은 군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생존 문제로 바뀌게 됩니다.


이번 사태가 한국에 주는 교훈도 분명합니다. 전쟁이 다른 대륙에서 벌어져도, 한국의 기름값과 생활물가는 즉각 흔들립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중동산 원유와 나프타의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납니다. 실제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 국제유가가 오르고, 환율이 흔들리고, 이는 곧 운송비와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서울의 주유소 가격표, 편의점 음료 가격, 마트의 생활물가까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전쟁은 멀리서 시작되더라도, 청구서는 의외로 빨리 우리 집 앞에 도착합니다. 세계 경제는 이미 그렇게 촘촘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전쟁에 대한 가장 중요한 태도는 무력 사용에 대한 신중함입니다. 물론 국제정치에서 힘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고, 어떤 경우에는 억지력과 방어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력을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행위의 주체가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 이스라엘, 이란, 혹은 그 어떤 다른 국가이든 간에 그 결과는 군사적 목표를 훨씬 넘어섭니다. 오늘날처럼 상호의존이 심화된 세계에서는 한 나라의 무력 사용이 곧바로 다른 나라 시민들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시 말해, 전쟁의 당사국이 아니라고 해서 그 대가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결국 2026년의 전쟁은 우리에게 오래된 진실을 다시 보여줍니다. 인간은 평화를 원하지만, 두려움과 기억, 이익과 계산은 쉽게 충돌을 낳습니다. 그리고 정밀한 무기와 촘촘한 세계경제는 전쟁의 파편을 더 멀리, 더 넓게 퍼뜨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강함 자체가 아니라 절제입니다.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쉽게 사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며, 보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곧 보복해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평화를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전쟁을 억제하고, 외부의 위협 앞에서도 더 차분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자주국방의 역량을 더욱 갖추는 일은 단지 군사력을 키우는 문제가 아니라, 무력 충돌을 함부로 선택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삶과 국가의 안정을 지켜내기 위한 현실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평화는 약함에서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절제할 줄 아는 힘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준비 위에서 더 오래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