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6 (목)

  • 맑음동두천 21.6℃
  • 맑음강릉 13.7℃
  • 맑음서울 22.1℃
  • 맑음대전 22.1℃
  • 맑음대구 15.8℃
  • 맑음울산 12.4℃
  • 구름많음광주 21.1℃
  • 맑음부산 14.4℃
  • 구름많음고창 17.2℃
  • 구름많음제주 15.9℃
  • 맑음강화 19.1℃
  • 맑음보은 20.6℃
  • 맑음금산 21.2℃
  • 구름많음강진군 16.3℃
  • 맑음경주시 13.3℃
  • 맑음거제 14.2℃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폐기물 업체 바꾸려다 거액 위약금…계약 허점 ‘주의’

인지 못한 계약서에 과도한 위약금 조항 난처
계약서 작성 시 원장이 직접 꼼꼼히 살펴야


“의료폐기물 업체와의 계약서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당연히 위약금 조항에 대해선 알지 못했죠.”


업체를 통한 의료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원장도 인지하지 못한 계약서와 위약금 조항이 뒤늦게 확인되는 사례가 나와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관행에 따라 직원이 모든 사항을 처리했다 하더라도 결국 최종 책임은 경영자인 원장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직접 계약 과정을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 A치과는 최근 의료폐기물 업체 변경을 위해 기존 업체에 ‘거래 중단’을 문의했으나,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듣고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A치과 원장은 “15년여간 해당 업체를 이용했으나, 계약서가 존재하는 줄은 몰랐다”며 “특히 위약금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개원가 현장에서는 각종 행정 업무 편의를 위해 데스크에서 원장의 인감도장을 보관·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진료로 바쁜 원장을 대신해 실장 등이 계약 관련 실무를 관행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A치과 실장 역시 “소각장 변경 이슈 때문에 새 계약서 작성으로 날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런 줄만 알았다”며 “계약 기간이나 위약금 등에 대해선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뒤늦게 찾아본 계약서에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한 달 평균 비용×남은 계약 기간×2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해당 계약서는 올해 초 작성된 것으로 총 계약 기간은 3년이었으며, A치과가 계약 해지를 원하는 시점에 남은 계약 기간은 33개월 남짓이었다.


다만 이번 계약서 이전, 2015년경 작성된 계약서에는 위약금 조항이 따로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해당 계약서 작성 후 묵시적 계약 연장으로 쭉 거래를 진행해 오다, 소각장 변경 건으로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할 때 위약금 조항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A치과 원장은 “위약금 금액이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며 “이후 업체와 잘 소통해 계약은 해지하지 않고 남은 계약 기간은 모두 채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 ‘독과점 구조’ 업체 갑질 요구 빈발
이와 같이 의료폐기물 업체와의 분쟁은 과거부터 끊이지 않는 개원가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이미 오래전부터 의료폐기물 처리비용의 과도한 인상, 계약 갱신 거부, 신규 계약의 어려움, 업체 변경이 막히는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한 치과는 비용 인상 통보 이후 다른 업체를 알아봤지만 “신규가 아니면 업체 변경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고, 또 다른 치과는 이전 과정에서 업체 변경을 시도했다가 상도덕을 이유로 거절당한 뒤 기존 업체로부터 약 2배 인상된 금액을 제시받기도 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계약서에 원장 인감이 날인돼 있다면, 원칙적으로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기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민경 변호사(법무법인 도아)는 “원장 도장이 찍혀 있기 때문에 계약 무효를 주장하려면 원장이 직접 찍은 게 아니라는 CCTV 자료 등이 있어야 한다”며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본인이 직접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위약금 조항의 적정성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조 변호사는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계약 해지로 인해 발생할 손해를 미리 정해 두는 개념이다. 다만 액수가 과도할 경우 법원에서 감액될 수 있다”며 “‘평균 금액×남은 계약 기간×2배’는 과도해 보이긴 한다. 사실상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수준의 위약금이라면 분쟁 시 감액을 주장해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치과경영전문가 정기춘 원장(일산뉴욕탑치과)은 “의료폐기물은 법으로 정해진 대로 처리해야 된다. 치과 입장에서는 업체를 무조건 이용해야만 하는 구조”라며 “원장의 날인이 찍히면 위약금 등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을 다 읽어본 것이 되기 때문에, 폐기물 업체뿐 아니라 기타 다른 계약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도 계약서를 신중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