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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 흔한 도시 나무–(7) 주목(朱木)

릴레이 수필 제2700번째

오늘 소개할 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한 주목(朱木)이다.


봄이 되어 만물이 새롭게 될 때 긴 겨울에서 의연히 살아남은(?) 친구들이 있으니 바로 소나무 전나무 등 침엽수(針葉樹)라 불리는 이들이다. 고난을 통해 진정한 강자가 누구인지 드러나게 되는 것이 우리 인생과 같다고나 할까. 화려하지는 않지만 겨울의 이땅을 지키는 이들, 이들 중 하나가 바로 “주목(朱木)”이다.


주목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너무 흔해 잘 표시 나지 않는 친구다. 하지만 혼자 있길 좋아하고 어둡고 습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나무에도 MBTI가 있다면 ‘E’가 아니라 ‘I’에 가깝다고 할까? 반면 이 나무의 내공은 감히 다른 나무는 흉내조차 낼 수 없다. 평균 수명이 천년이라고 하니 조선시대 아니 고려시대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온 나무들인 것이다.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산 인간인 창세기의 ‘무드셀라’가 969세까지 살았다고 하나 주목의 평균 수명에도 못 미치는 숫자이다. 주목의 별명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다. 시인 피기춘의 『주목이여, 그대에게 약속하네』라는 시의 “살아 천년, 죽어 천년 / 주목의 삶으로 세상에 향기 놓세.”라는 구절에서 나온 말이다. 실제로 강원도 정선군 두위봉 주목(천연기념물 제433호)은 3그루가 나란히 자라는 데 가운데 주목은 수령이 1,400년 나머지 두 그루는 1,200년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주목은 나무 중 가장 장수하는 나무이다.

 

주목은 나무껍질에 붉은빛이 돌고 나무속이 붉어 붉을 주”朱”를 이름에 넣어 “주목(朱木)”이라 명명하였다. 그 붉은 줄기에서 채취한 수액으로 임금의 곤룡포나 궁녀들의 옷을 염색하는 데 사용되었다. 목재는 결이 곱고 아름답고 잘 썩지 않아 시신을 감싸는 최고급 관재로 사용되었고 잎은 소나무 비슷하나 납작하고 부드러워 만져보면 까칠한 느낌이 전혀 없다. 열매는 가을에 붉은색 컵 모양으로 사방에 달리는데 색이 선명하고 아름다워 자칫 따먹고 싶어지나 속의 씨앗에 독이 들어있어 주의해야 한다. 붉은색을 좋아하고 통째로 삼키는 새의 습성을 통해 자손을 번식시키려는 전략이다. 주목에는 항암물질인 파클리탁셀(상품명 Taxol)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로인해 세계에서 항암제로서 각광받으며 이 물질로 인해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주목은 상록 교목이며 높이가 20m까지 자란다. 아주 천천히 자라며 기껏 1년에 1~2mm 굵어진다고 하니 한편 한심해 보이기도 하나 죽지 않고 오랜 세월 견디면서 다른 나무보다 더 크게 자라고 견고하게 삶을 견디고 세상을 지켜온 나무다.


지금 나가서 주목을 찾아보라. 나보다 먼저 태어났고 나보다 늦게, 아주 늦게까지 이 세상을 살아갈 나무이다. 그리고 만져보라 우리 민족과 함께 걸은 그 긴 세월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조용히 말을 걸어보라. 그러면 그가 나만의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주목(朱木)


                                                        조세종
힘들 땐
주목(朱木)을 봐라

 

맨살로
견디는
차가운 눈발
덮여있는
숱한 상처들

 

홀로 남겨지면
주목(朱木)을 찾아가라

 

꽃이 시들고
잎마저 떠나가도
아랑곳없이
내 곁 그대로
서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거든
주목(朱木)을 사랑하라

 

살아서는
열매로 내어주고
죽어서는
가슴에 남으리니
한 줌 불꽃으로 남으리니..